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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기대상 스케치, 달라진 한가지




연말에 진행되는 제(諸) 시상식이 언제부터인가 잘나가는 연예인들만의 잔치로 변해버린 것 같아 시상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KBS 드라마 중에 유독 심취해서 시청했던 드라마가 많았던 탓에 연기대상을 시청했었다.

공동수상을 남발하며 시상식의 의미와 가치를 추락시키는 타 방송사와는 달리 KBS 연기대상의 경우는 공동수상을 최소화함으로써 시상식의 품위를 높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수상자를 결정하지 않았던 것 같고 연기력이나 드라마에 대한 공헌도 등 여러가지를 총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했던 것으로 보여 의미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3부로 나누어 진행함으로써 약간 매끄럽지 않은 진행이 있었던 것은 아쉬웠다. 또한 수상소감을 짧게 하라고 재촉하는 것은 생방송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나 시간상의 이유라면 생략해도 무방했을 것으로 보였던 새 드라마 홍보에는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도 판단착오였다고 본다.

수상자는 대체적으로 받을 만한 연기자가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쉬웠거나 더 첨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기에 몇 가지를 언급해 보기로 한다. 연기대상 시상식 수상자 명단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므로 여기서 다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겠지만 그렇다고 생략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어 아래에 기록을 해서 감추어 두었다.


◇ '구미호-여우누이뎐'에서 좋은 연기로 드라마를 견인했던 김유정과 서신애가 청소년 여자 연기상을 공동수상했다. 청소년상이라는 카테고리가 정해져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김유정과 서신애의 경우는 이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왔던 주연급의 배역이었고 연기 또한 그러했다. 오히려 우수 여자 연기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수상자로 결정되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두 어린 연기자들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이 드라마처럼 어린 연기자가 중요한 역할을 소화해내야 하는 드라마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단순한 아역상과는 차별화해서 평가해야 할 수상자들이었다. 서신애도 징그러울 정도로 연기를 잘하기에 장래가 기대되지만 여기에 김유정의 이미지를 캡쳐해 놓은 이유는 예전에 드라마가 끝나고 김유정에 대한 글을 썼듯이 김유정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이'에서 김유정을 처음 보았을 때는 참 어린애였는데 이번 시상식에서 보니 어느새 숙녀티가 난다. 그가 대형 연기자로 성장했으면 한다.

◇ 신인 남자 연기상은 박유천(성균관 스캔들)에게 돌아갔는데 개인적으로는 윤시윤(제빵왕 김탁구)에게 주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박유천이 우수 남자 연기상을 받았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공헌도 등을 따져본다면 아무래도 신인상은 윤시윤에게 주었어야 했다고 본다. 이름이 호명되자 일단 단상으로 올라가기 바쁠 정도로 여유가 없었던, 말 그대로 신인 티를 팍팍 내던 윤시윤이 신인상을 받지 못했던 건 왠지 상 나눠갖기로 보인다.

4개 부문으로 나누어서 시상을 함으로써 박민영이 중편 드라마 부문 우수 여자 연기상을 받았는데 우수 남자 연기상은 오지호에게 돌아갔다. 특별기획-장편 드라마 부문 우수 남자 연기상에 윤시윤을 낙점함으로써 신인 남자 연기상은 박유천에게로 돌렸다는 인상이 풍긴다. 상기한 상 나눠갖기란 이러한 의미에서 써본 말이다. 박유천이 신인상을 수상할 자격이 없었다는 의미가 아니니 이 부분에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 여자 연기상은 한은정에게 돌아갔으나 구미호보다 더 구미호같은 연기로 시청자를 섬뜩하게 했던 김정난이 수상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김정난의 경우는 특히 드라마의 스토리가 정체되고 지지부진해지던 시점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소름 끼치는 연기를 함으로써 드라마 전체의 인기를 견인했다고 할 수 있다.

◇ 송중기와 유아인은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는데 이벤트성 시상 부문이었던 만큼 재미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된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걸오앓이와 용하앓이를 하던 팬서비스 차원에서 마련된 이벤트였던 것도 같다. 수상하게 된 두 남자도 머쓱해하는 것 같기도 했으나 그리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드라마를 보던 중에 송중기(구용하)가 남색이 아닌가하는 글을 썼다가 꽤나 악플이 달렸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들의 커플상 수상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 문근영의 수상소감 - 상황판단 착오가 아쉬웠다
최우수 여자 연기상, 여자 인기상, 베스트 커플상 등 삼관왕을 차지한 문근영은 최우수 여자 연기상을 수상한 후 의미있는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하나 상황판단을 착오했다고 생각되고 그 부분이 아쉬웠던 수상소감이었다. 그 전부터 수상소감을 짧게 하라는 사인이 계속되어 왔었고 공동수상한 전인화가 뒤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미 충분한 시간을 허비한 상태에서 첨가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생방송에서 그렇게 시간을 길게 끌면 뒤에 남은 사람이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데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고 또한 수상을 한다면 꼭 하고 싶었던 내용이었다면 차라리 그 부분부터 언급하고 끝을 냈었다면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수상소감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게 스태프들의 숨은 고충에 감사한다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자기네와 작업하는 스태프의 고충만 고충이고 생방송을 진행하는 스태프의 고충은 고충이 아니라서 그렇게 막무가내로 버티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시간을 오래 끌었던 문근영의 수상소감은 참으로 아쉬웠던 부분이다.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일일이 거명해가며 감사인사를 하는 것 말고는 수상소감을 밝힐 게 그리도 없는지 사실 좀 궁금하다. 그런 개인적인 인사치레는 공중파를 통하지 말고 추후에 개인적으로 하는 게 맞다. 시청자로서 그런 식의 수상소감은 솔직히 좀 지루하고 한심해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봉 노릇을 하는 시청자들은 많으니 어쩌겠나마는.

◇ KBS 연기대상에서 예년과 달라진 건 수상소감에서 종교적인 인사가 없었다는 거다. KBS에서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인지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정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잠시 타 방송사로 돌렸을 때는 종교적인 인사를 하는 배우가 있었기에 KBS 연기대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KBS 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에서 종교적인 인사를 곁들이는 것은 자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 자신들의 종교행위로서 문제가 없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특정 종교 행사도 아니고 특히나 공중파를 통하는 방송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종교가 소중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불편을 강요한다면 그러한 종교행위는 재고되어야 한다. KBS에서 예년과는 달리 종교적인 수상소감을 자제시킨 것은 의미가 크고 단순히 형식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방송 내용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