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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즐겨라' 이젠 조작하기까지 하나?




MBC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오늘을 즐겨라(이하 오즐)'는 아무리 봐도 도무지 대책이 없는 것 같다. 아이디어가 빈약하니 다음을 계획할 수 없고 마치 하루살이 마냥 그저 적당히 그때 그때 방송 제작이나 하면 다행이라는 식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오즐' 제작진이나 출연자들에게는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의욕 자체가 아예 없는 것처럼 생각된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오즐' 제작진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장면이 지난 주 방송분에 나왔다. 아래의 이미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늘을 즐겨라'대로 오늘만 즐기면 땡"이라는 이병진의 말을 자막으로 내보낸 것이다. 이 장면은 내게는 마치 제작진들이 그날 그날 방송을 제작하고 있을 뿐이고 다음을 기약하지는 않는다는 자괴의 탄식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오즐' 제작진들에게 '오늘을 즐겨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아니라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인 것이다.



이렇게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던 '오즐' 제작진에게 우연히 얻어걸린 것이 스포츠 스타들 초청해서 알맹이 없는 잡담으로 시간이나 때우며 그들의 인기에 기대어 근근히 프로그램 제작을 이어나가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오즐'이 한 거라고는 그것 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나마도 아이디어나 기획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방송은 전체적으로 졸속적이고 어설프게만 보인다.

그러다 보니 고작 '500 미터 이어달리기'를 하고서는 '마라톤을 즐겼다'고 우기고 골프채 들고 몇 번 왔다갔다 하고서는 '골프를 즐겼다'고 우기는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있다. '오즐' 제작진들은 여자 게스트가 초청되면 '오즐' 멤버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적당히 희한한 러브라인이라고 우기는 것 밖에는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모양인지 이 역시 단골메뉴다.

'오즐'에 출연하는 정준호나 신현준에게 국민 MC라 불리는 강호동, 유재석과 비슷한 출연료를 지불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게 거액의 출연료를 지불했다면 최소한 그들에게서 그만큼의 방송분량을 쥐어 짜내려고 해야 정상일텐데 어쩐 일인지 '오즐'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스포츠 스타들을 초청하고 인기 아이돌 스타들을 대거 초청해서 물량 공세를 펴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러한 물량 공세를 펴다 보니 출연자들은 물론 초청되는 게스트로부터도 방송분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얼마나 잘라 붙였는지 편집된 실제 방송은 너덜너덜해 보여서 안쓰럽다.

도대체 매주마다 그 많은 제작비를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제작비를 이런 데에 쏟아붓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책이라도 사서 벽지(僻地)나 소외 아동들을 위한 책 보급 운동을 한다든가 하는 등의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훨씬 더 나을 것 같다. 아이디어는 빈약해도 시청자들의 니즈에 귀를 기울이고 싶지는 않다는 뭐 그런 배짱을 부리는 건가?

'오즐 - 골프를 즐겨라' 편은 여자 프로골프 세계 랭킹 1위인 신지애를 초청했다. 이런 신지애 선수를 초청해 놓고서는 서지석에게 뽀뽀를 하라고 종용하고 방송 내내 이 둘의 러브라인 만들기에만 골몰하는 방송을 제작했다. 그 외에는 겨우 골프채 몇번 휘둘러 보았을 뿐이었던 것 같은데 '오즐' 제작진들은 '골프를 즐겼다'고 거창한 수식어를 갖다 붙여 놓았다.



서지석의 경우는 이런 러브라인을 전담하는 멤버로 자리잡는 듯하다. 서지석이 '오즐'이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했던 거라고는 그저 열심히 뛰어다녔던 것과 이런 러브라인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서지석이 버라이어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 제작진들이 제작비도 넉넉하니 물량 공세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 때문인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런데 이 날 방송에서 한가지 웃기는 사실은 조작된 장면이 나왔다는 것이다. OB 팀과 YB 팀으로 나누어 각각의 멤버들이 샷을 해서 점심 메뉴가 적힌 판을 꽂아 놓은 벙커에 공을 넣으면 해당 메뉴를 취득하는 점심메뉴 뽑기를 할 때였다.



YB 팀이 먼저 샷을 시작했는데 처음 샷을 한 멤버는 쌈장을 획득했으나 나머지 두 멤버가 모두 실패했다. 그러자 신지애가 도와주는 샷을 했고 공은 멤버들의 희망대로 장어가 적힌 벙커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장면을 캡쳐한 위 이미지를 보면 빨간 네모 안에 이미 골프공이 하나 놓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공이 왜 여기에 놓여 있는지는 다음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다음에는 OB 팀이 메뉴 뽑기 샷을 시작했는데 처음에 나선 멤버는 껌이 적힌 벙커로 공을 보냈고 다음에는 실패했다. OB 팀은 아직 신현준의 샷이 남았는데 신지애에게 먼저 샷을 해줄 것을 부탁했고 신지애가 샷을 한 공은 장어 벙커 왼쪽에 떨어지더니 벙커 쪽으로 조금 구르다가 빨간 네모 안의 위치에서 멈추어 서 버렸다. 바로 이 공이 YB 팀을 위해 샷을 할 때 놓여 있었던 그 공이다.

이렇게 이 장면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다. 단순히 순서만 조작되었다면 편집했겠거니 하고 생각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신지애가 OB 팀을 위해 샷을 할 때 서지석이 신지애에게 다가가 샷을 실수해줄 것을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모든 장면들은 연출되고 조작되었다고 고백하는 셈인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신현준이 전체 메뉴를 획득하는 샷을 날렸다는 것이다.

이 날 방송은 전체적으로 명배우들이 포함된 '오즐' 멤버들의 그럴싸한 연기로 잘 조작해서 제작된 방송이었고 거기에 골프선수인 신지애의 연기도 한 몫을 했었던 셈이다. 또한 이 날 방송은 SBS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패밀리가 떴다'가 대본이 유출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던 것을 떠올리게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대본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이젠 새로운 사실도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연기와는 상관이 없는 스포츠 스타들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다음 주 방송 예고를 보면 '이번 상대는 고등학생'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이번에 조작 연기를 해 줄 상대는 고등학생이라는 것으로 보여 왠지 씁쓸하다. 아시안 게임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획득한 이대훈 선수가 출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정의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아마도 적당히 발차기 몇 번 하고는 태권도를 즐겼다고 할 것 같은데 고등학생에게 어떤 조작 연기를 시킬지 궁금하다.

'오즐'이 1년 후에 그동안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책으로 엮는다고 했던가? 글쎄 그 책에 어떤 내용들이 들어갈 수 있을까? "1년 동안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했어요" 밖에는 달리 쓸 말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빈약한 아이디어에 쏟아 붓는 제작비 줄여서 차라리 불우이웃돕기라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