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엔터테인먼트

장의 하인수(전태수) 완전히 망가져야 한다

   
   
   
우연히 MBC 일일 시트콤 '몽땅 내사랑'의 뒷부분을 보게 되었는데 여기에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장의 하인수 역을 맡았던 전태수가 보였다. 이런 시트콤도 있었나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니 MBC에서 새로 시작하는 시트콤이고 8일이 첫 방송이었다.

여기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이선준의 아비인 좌상 대감 역을 연기했던 김갑수도 출연하는데 사실은 그 사실만으로도 조금 웃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도포자락에 갓을 쓰고 다니며 사극 말투를 쓰던 조선시대 사람 둘이 현대에 뚝 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다.

김갑수야 워낙 출중한 연기자니까 첫 방송에서부터 좋은 연기를 했다. 전태수의 경우는 일단 갓을 벗고 더벅머리 가발을 쓴 모양새가 웃기기는 한데 이 시트콤에서 향후 얼마만큼의 활약을 할 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보인다. 유학파 출신에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설정인데 발음이 썩 좋은 것 같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장의 하인수와 비슷한 인물이나 지나치게 주변 일에는 무관심한 스마트하고 젠틀한 진지남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시청할 때 좀 거슬렸던 연기자가 있었는데 하인수와 김윤희였다. 김윤희의 경우는 캐릭터가 좀 이상하게 변질되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였다고 생각되는데 쓸데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해서 곤혹스러웠다. 대본이 그러했는지 박민영의 연기였는지 알 수는 없겠으나 꽤나 생뚱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하인수의 경우는 언론에서 '눈빛 연기'가 좋았다는 호평이 많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유독 하인수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정지된 듯한 느낌이 강했다. 하인수가 동료 배역들과의 호흡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기의 연기만 함으로써 하인수가 등장했던 장면은 단절된 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후반부로 넘어가면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인지 많이 자연스러워지기는 했다.

그런데 전태수가 시트콤에 출연한 것을 보니 일전에 '남자의 자격 - 초심' 편에 나왔던 최형인 교수의 이정진에 대한 충고가 떠올랐고 전태수의 시트콤 선택은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당시 최형인 교수는 '모든 배우들이 예능 프로를 지나면 연기가 좋아지는데 예능 프로가 망가질 수 있는 프로이고 사람이 망가지고 나면 두려울 게 없으니까 연기가 좋아진다'고 했었다.



전태수가 시트콤 '몽땅 내사랑'에서 완전히 망가져서 장의 하인수를 걷어낼 수 있다면 눈빛 연기를 하더라도 예의 강렬함만 앞세워 불편하게 만들기보다는 완급을 조절할 여유를 가져서 자연스러운 눈빛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트콤에서 전태수가 맡은 배역이 망가지는 설정은 아닌 듯한데 그래도 그 안에서 최대한 망가질 수 있는 설정을 찾아낸다면 이 시트콤의 시청률이 올라갈 확률도 더 높을 것 같다.

이전 시트콤들에서도 의외로 보였던 출연자들이 좋은 활약을 할 경우 출연자와 시트콤의 인기가 동반 상승했었다. 이번 시트콤에서는 가장 의외의 출연자라고 할 수 있는 전태수가 그러한 선례를 이어갈 수 있으려면 역시 완전히 잘 망가질 수 있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시 최형인 교수의 말을 인용하자면 '더 망가지고 더 과감해지고 더 정말 자기 배를 다 내보일 수 있는 그런 것'을 더 해야 한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장의 하인수는 잘금 4인방에 맞서 고군분투했으나 잘금 4인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사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장의 하인수 캐릭터가 썩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절대적 약자인 초선이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냈던 건 그래도 장의 하인수였다. 처음으로 사람답게 굴었던 장의 하인수가 이번 시트콤을 계기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더 넓히고 잘금 4인방 만큼의 주목을 받을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