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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Girl' 의미있는 변화, 리더가 없어 아쉽다




지난 주에 '영웅호걸' 멤버들은 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일부 멤버들이 수업을 진행했다. 이 방송은 '남자의 자격 - 강연'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는데 서인영의 화장법 수업과 같이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수업주제를 선택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다. 각각 나름대로 주제를 선택해서 수업을 진행했으나 그 중에서 아직 고등학생의 신분인 아이유의 수업 내용은 현재의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정리는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연말에 방송되었던 일일 자선 레스토랑 운영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 '영웅호걸'을 계속 시청해왔던 것은 아니나 이 날의 방송은 이 프로그램의 방향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가 이 프로그램의 기대치보다 상승곡선으로 나타나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결과로 이어지는 변환점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광고타임이 끼어있다는 것이다. 상업방송이므로 광고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상업방송이므로 효과적인 광고 전략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SBS의 경우는 이어지는 방송이 뉴스 프로그램이므로 어떤 광고전략이 효과적일지는 외부의 관전자로서 판단해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광고 문제만 해결된다면 나는 '영웅호걸'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추고 싶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는 취지로 일일 자선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것은 연말연시에 잘 어울리는 소재였고 방송내용 또한 괜찮았다. 자선 레스토랑 운영은 방송에서 충분히 다룰만한 의미있는 소재이나 '영웅호걸'이란 프로그램에 의미있는 변화라고 보는 것은 본격적인 레스토랑 운영에 앞서 진행된 멤버들의 인기투표다. 용산역에 멤버들의 투표함을 비치해 놓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투표하게 한 후에 현장에서 직접 멤버들의 순위를 정한 것이다.



방송에도 나왔듯이 멤버들은 자신의 위치를 알고 노력하고 분발하자는 다짐을 하게 하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보다 다가가는 것이 절실하다는 제작진들의 각성이 만들어낸 상황 설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송제작을 시작하면서 이와 유사한 공약을 걸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날의 현장투표는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특히 시민들에게 보다 다가가는 것이 절실하다는 제작진의 인식은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경쟁프로그램인 '1박2일'이 굳건하게 시청률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데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멤버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꾸준하게 프로그램을 알리고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시민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이유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송취지를 멤버들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장면이 있었다. 시민들의 투표에 의해서 팀이 나뉘고 상위팀은 방송제작 차량으로 이동했으나 하위팀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목적지를 찾아가야 한다는 불이익이 주어졌다. 어쩌면 하위팀에게 불이익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일반시민들에게 프로그램과 자신을 홍보할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하나 하위팀들은 쭈뼛거리기만 했고 직접 길을 물어보는 것 조차도 머뭇거렸다.

시민들에게 친근감있게 다가가기 위한 방송취지를 멤버들이 잘 이해했다면 하다못해 '영웅호걸'이라는 인사 정도라도 하면서 먼저 말을 걸고 다가갔어야 했다. '1박2일' 멤버들이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에게 꾸준히 '1박2일'을 외치는 것은 단순하고 유치해 보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소통하는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에 상위팀은 레스토랑 앞에서 함께 '영웅호걸입니다'를 외치며 홍보를 해 대조적이었다.



본격적으로 일일 레스토랑이 오픈하고 멤버들 모두 시청하는 사람도 안쓰러울 정도로 고생했다. 혼자서 돈가스를 다 튀겨낸 당찬 니콜, 용산역 현장 인기투표에서 1등을 한 야무진 아이유, 왜 소위 드센 여자라는 평가를 받는지 의아해보였던 가희, 실속은 없지만 속은 깊어보이는 수아, 연장자라는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누구보다 마음 졸이며 열심히 일했던 가은, 용산역에서 제작진으로부터 일반인으로 오인받는 굴욕을 당했지만 마음 여려보이는 이진, 꽤 까칠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보였던 지연. 영웅호걸 멤버들이 천상 여자로 보였던 방송이었다.

아무리 일일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멤버들이 모두 이러한 일에는 경험이 없었을 것이므로 우왕좌왕과 좌충우돌의 연속임은 불문가지다. 결국 전문요리사들을 투입해서 해결해야 했고 저녁 시간에는 아예 멤버들은 서빙을 위주로 진행되었다. 물론 멤버들이 직접 서빙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멤버들만의 힘으로 요리에서부터 서빙까지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었고 그러한 취지로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중간에 바뀌어버렸던 것은 아쉬웠다.

이처럼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멤버들이 더 힘들었던 이유는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발성 일에는 아무래도 가장 연장자가 리더로 나서는 게 적절한 것 같은데 직접 어떠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본 경험이 없더라도 살면서 보고 들은 것 만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가장 연장자인 노사연이 병원에 입원했다고는 하나 오후에 촬영된 방송분을 보면 리더십은 없어 보였고 이휘재나 노홍철도 그리 다르지 않아 보였다. 정가은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지만 무식하게 일만 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훨씬 덜 힘들게 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멤버는 신봉선이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일을 지시하고 정신없는 와중에서도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와, 언니 짱이다~ 정말 잘한다"라고 아이유가 신봉선에게 말하며 신봉선의 지시를 따랐듯이 이런 게 바로 그 상황에서 발휘될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봉선은 이휘재를 압도하면서 주방을 점령했는데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순응했던 이휘재의 희생정신은 좋게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영웅호걸'팀이 지난 연말 <연예대상>에서 '베스트 팀워크 상'을 받았던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일 레스토랑 운영에서 누군가가 앞장서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희생하겠다는 자세로 일을 추진하면서 상황을 주도해 나갔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전문요리사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멤버들만의 힘으로 요리에서부터 서빙까지 모두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점심 시간에 워낙 에너지를 소비해버린 탓에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엄두가 나지 않아 저녁 시간에는 포기해야 했다는 게 아쉬웠다. 지금 '영웅호걸'에 필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각각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가 아닐까 싶다.

한편 이 날 방송에서는 파워블로거(맛집)의 평가에 의해 수익금의 일부를 상대팀에게 넘겨주었는데 이것은 그리 좋은 설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블로거를 방송의 재미요소로 등장시킬 수는 있겠으나 오로지 특정 블로거의 평가에 의존해 수익금의 10%나 공제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인상이다. 블로거는 블로거로서 존재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지 블로거에게 어떠한 특권이 주어진다면 블로그의 가치가 왜곡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게 내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첨언하고 싶은 것은 이 날 방송에서는 '염통이 쫄깃해 지는 순간'이라는 자막이 등장했는데 아마도 은어(隱語)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이 자막은 그 후에 등장했던 금장옥액(金漿玉液)이라는 근사한 말을 쑥스럽게 만들어버린 자막선택이었다. 쇼 오락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공중파 방송이라는 게 우선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