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식당의 서로 다른 손님 응대법

生의 한가운데 2010. 11. 16. 09:21 Posted by 백두 대간


   
   
   
수년(數年) 전에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식당 중앙 부근의 공중에 거미 한 마리가 매달려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여러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녔을 만한 위치였는데 어떻게 거기에 매달려 버틸 수 있었는지 신기해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절묘하게 그 거미를 피해서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내 눈에는 불안하게만 보였던 그 자리는 거미가 본능적으로 찾아낸 안전한 위치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식사가 나왔고 나는 식사를 내온 식당 주인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저기 거미 한 마리가 매달려 있네요, 저기서 어떻게 버텨냈는지 신기합니다."

그러자 그 식당 주인은 자신이 직접 잡으려고 일어서는게 아니라 다른 종업원을 부르더니 잡으라고 말을 했고 그 종업원이 와서 그 거미를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지 않고 밖으로 내몰았다. 식당 주인은 내게 내온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고 있던 중이었으므로 직접 거미를 잡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종업원 역시도 음식을 마주한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거미를 죽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상황이 종결되자 식당 주인이 한 마디를 던졌다.

"저 거미가 장사가 안 되는 집인 줄 어떻게 알고 여길 들어왔지?"

그 옆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유쾌하게 웃었고 다들 기분좋게 식사를 시작했다. 물론 이 식당이 장사가 안되는 집은 아니었다.

그 얼마 전에 또 다른 식당인 설렁탕집에 간 적이 있었다. 먼저 내 앞에 김치를 담은 작은 뚝배기 항아리를 내왔는데 이전 손님이 거기에 밥알을 떨어뜨렸는지 밥알이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매 손님마다 김치를 내오는 게 아니라 먹는 사람들이 알맞게 덜어서 먹게 하기 위함인지 큰 뚝배기 항아리에 담아서 이쪽 저쪽 상으로 옮겨 놓는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식사를 내온 종업원에게 보여주며 말을 했다.

"아지매요, 여기 밥알이 떨어져 있네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이 종업원의 목소리 톤이 올라가더니 바로 되받았다.

"손님들이 없으면 당연히 냉장고에 넣어 두죠. 그거 냉장고에 안 넣어 둘까 봐요?"

난 트집을 잡으려고 한 게 아니라 언제 거기에 밥알이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다른 손님들에게 돌려가게 된다면 불편한 손님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 그저 내 선에서 조용히 해결되기를 바랬던 거였다. 아마 김치도 절약하고 매 손님마다 일일이 김치를 내와야 하는 일손도 덜겠다는 의도였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다른 손님에게 옮겨 갈 때에 확인을 했더라면 그런 일은 안 생길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종업원이 동문서답에 가까운 대답을 하며 언성을 높였던 이유는 아마도 그까짓 설렁탕 하나 시켜 먹으면서 무슨 트집에 잔소리냐는 식으로 고깝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황당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했기에 잠시 말문이 막혀 가만히 있었다. 그 종업원이 그제서야 밥알이 눈에 들어왔는지

"어? 밥알이 떨어져 있네."

라고 말을 하더니 뚝배기 항아리 안에서 그 밥알이 떨어진 김치만 손으로 달랑 들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이중 삼중으로 불쾌했지만 찝찝해서 김치에 손을 댈 수는 없었고 같이 내온 깍두기와 고추로만 설렁탕을 먹고 나왔다.

설렁탕은 5천원짜리이고 앞의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은 4천원짜리였는데 앞의 식당 주인이 4천원짜리 시켜놓고 별 트집을 다 잡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대충 일어나서 음식 놓던 손으로 거미를 잡아버리고 불쾌해했다면 나 역시도 식사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그 후 나는 뒤의 설렁탕집에 더 이상 가지 않는다. 물론 나 하나가 그 설렁탕집에 가서 설렁탕 한두 그릇 팔아주든 안팔아주든 그 집의 매상에 전혀 영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배웠다. 그러한 경우에는 애써 호의를 보일 게 아니라 목청을 높여 트집을 잡아야 그나마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격상 여전히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살다보면 이처럼 주는 사람의 마음보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가가 더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참으로 많이 있다. 선의나 호의를 보이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선(善)이 아닌 것 같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선(善)이 될 수도 있고 악(惡)이 될 수도 있다. 동일한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나는데 전혀 정반대의 결과가 왕왕 생겨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괜히 어쭙잖은 호의나 친절을 베푸는 것은 한심하고 바보같은 짓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말을 해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골백 번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아예 외면하고 철저히 무시해 버리는 게 최상책이다." 세상은 기회만 있으면 나한테 철저하게 오만해지라고,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시시때때로 이렇게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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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0.11.16 0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우리 교수님이 일본 사람들의 대처법을 배워야할 때가 있다는..말씀을 하셨는데
    요지가 뭔가 하니.. 우리 나라 식당에선 애써 도움이 되라고 알려주면 화내는 식당주인이 많고 그 충고를 듣지도 않더랍니다.. 일본 사람들은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 앞에선 아무말 하지 않고 잘 먹었다고 하고 나간 후 신고할 내용이면 신고하고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뭐 그런 말을 하더군요.
    일본 사람들이 그만큼 무섭다거나 한국인이 어떻다는 뜻이 아니라..
    인정없이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두번째 식당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끊어줘야할 곳인지도 모르겠네요

  2. Favicon of https://shipbest.tistory.com BlogIcon @파란연필@ 2010.11.16 09: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두번째 식당은 장사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인드가 아직 되지 않은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

  3. Favicon of https://rja49.tistory.com BlogIcon 온누리49 2010.11.16 0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마다 다 성정이 틀리다고 하지만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최선을 다해서 손님을 모셔야 하는데
    저런 집은 정말 짜증나죠

  4. Favicon of https://phoebescafe.tistory.com BlogIcon Phoebe Chung 2010.11.16 1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름한 식당일수록 지저분은 해도 자꾸 발길이 가는게 인정있고 따뜻한 정성이 있어서인것 같아요.
    밥알 하나쯤이야 떨어져있어도 괜찮지만 어떻게 응대하느냐가 기분을 좌우하지요.^^

  5. Favicon of https://moonlgt2.tistory.com BlogIcon 소박한 독서가 2010.11.16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식점은 9번 잘하다가 한번 못하면 안가게 됩니다.
    주인들이 종업원들 교육을 잘 시켜야 하는 이유죠..
    설렁탕집은 앞으로의 운명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네요..

  6. Favicon of http://kingo.tistory.com BlogIcon KINGO 2010.11.16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사람마다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곤 합니다.
    안하무인인 사람에게 호의름 베푸는 건 마치 사기꾼한테 마음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

  7. Favicon of https://sapientis.tistory.com BlogIcon 백두 대간 2010.11.16 1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나가던 자면 그냥 지나가라.
    어설픈 썰 풀어제끼지 말고.
    오죽하면 지나가던 놈으로 닉을 쓰고 갈까.

    수년 전이 잘못된 표기라는 가당찮은 소리가
    바로 니 수준인 거야.

    이 글이 쓰레기 같은 닉으로 되도 않는 쓰레기 던져 놓고 가는 놈들
    철저하게 무시해 버리겠다는 뜻으로는 안 읽혀지냐?
    하긴 그런 게 읽혀지는 수준이면 지나가던 놈이란 닉으로
    같잖은 썰을 풀어 놓고 갔겠냐마는.

  8. Favicon of http://egoggan.com/story BlogIcon 이곳간 2010.11.16 1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밥알 떨어진 김치보면 기분이 좋지는 않지요.. 그래도 잘 응대해줬더라면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9.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10.11.16 16: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님의 기분을 알아주는 음식점이 좋은 집이지요~

  10. Favicon of https://myeurope.tistory.com BlogIcon merongrong 2010.11.16 2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가 집게로 집지 않고 젖가락을 사용 했나봐요 ㅠ.ㅠ

    식당입장에서는 굉장히 사과해야할 일일텐데
    저렇게 동문서답을 하다니 -_-;;

  11. Favicon of http://blog.ssu.ac.kr BlogIcon 숭실다움 2010.11.17 0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두가지 상황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정말 식당가면 주인이나 종업원의 말한마디가
    그 이미지를 좌우하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저런일이 좀 있어서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ㅎㅎ

  12. Favicon of https://hanee1977.tistory.com BlogIcon 직딩H 2010.11.17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식점은 친절함이 최고인거 같아요~
    말 한마디 주의하지 못해서 불쾌감을 주는 곳도 많죠~
    손님들은 단돈 몇푼이라도 내 돈주고 먹는건데...
    대접받고 싶거든요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