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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자살한 성상납 연예인 떠오르는 초선

   
   
   
"주지 마. 원하는 것이 사내 마음이라면 절대로 주지 마. 눈길도 마음도 손길도 절대로 내주지 마."

김윤희가 성균관에 들어오기 전 남장한 채 세책방에서 필사일을 하면서 돈을 벌 때, 모란각 기녀 섬섬이와 앵앵이는 남장한 김윤희를 유혹하는 내기를 하나 모두 실패한다. 섬섬이와 앵앵이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초선에게 '사내들이 형님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비결이 대체 무엇인지 좀 알려 달라'고 묻는데 초선은 위와 같이 대답한다.

초선이의 마음 한 번 얻어보려고 뭇사내들이 애간장을 태우지만 아직 초선이가 사내에게 정을 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도도하기만 한 초선은 당대 최고의 일패기생이다. 사내가 목숨을 내놓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독한 계집이라 하는데 성균관 실세인 장의 하인수가 오매불망 정성을 들여도 걸음마를 떼자 기방을 들락거린 여림 구용하도 아직 초선의 손목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성균관 신방례 밀명을 받고 모란각을 찾아갔던 김윤희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초선의 비단속곳에 정을 담아오라는 밀명을 수행하고 돌아온다. 김윤희는 기지를 발휘해 병판의 앞에서 웃통이 벗겨진 채 앉아 있는 기생을 데리고 나오는데 그 기생이 바로 김윤희가 찾는 초선이었다. 초선이 비단속곳을 내어주자 김윤희는 난을 치고 초선은 거기에 화답시를 지어넣는다. 김윤희가 초선의 비단속곳을 가져오자 질투를 느낀 하인수는 김윤희를 성균관에서 몰아내기 위해 사사건건 괴롭힌다.



하인수는 초선의 마음 한 번 가져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며 노력하고 있는데 초선은 하인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유독 하인수에게 모질게 대한다. 신방례 때의 일로 김윤희를 맘에 두게 된 초선은 '사내의 돈이나 권력으로 살 수 있는 건 계집의 하룻밤일 뿐이고 계집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낸 단 한번의 손길만으로도 평생을 기약하게 하는 법이니 기생년에게도 지키고 싶은 신의라는게 있다'고 한다.

대사례에 참관한 초선은 '기생의 신의가 대단한지 하인수의 힘이 더 대단한지 두고보자'는 하인수의 겁박에 대한 답으로 김윤희의 손에 손수건을 감아주고는 그 앞에 무릎 꿇고 '도련님께 짐이 되는 것은 원치 않기에 이 정은 돌려드리는 것이니 제 맘은 여기 이렇게 도련님께 매여 있을 것'이라며 '초선이가 택한 사내인 도련님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무릎 꿇지 않으시리라 믿어도 좋겠느냐'고 한다. 그리고는 하인수에게 다가와 "하잘것없는 기생의 신의는 이러하다' 말하며 여러 유생들 앞에서 하인수를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입청재 때 성균관에 들어 온 초선은 김윤희를 찾아헤매는데 하인수가 초선을 불러 성균관에서 제일 볼만한 곳이라며 언젠가는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초선은 오늘 성균관에 온 건 조선땅 어디에나 있는 하늘이나 보자고 온 게 아니니 그만 일어나겠다고 대답한다. 하인수는 초선의 마음 한번 가져보겠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초선은 어째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장의 뜻대로 돌아가야 하고 장의 것들이라 여기냐며 나 하나쯤은 그대로 놔둬 달라고 하고는 돌아선다.



매번 하인수를 매몰차게 대하는 초선이나 그런 초선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자존심을 버리며 애쓰는 하인수나 어떤 사연이 있는지 꽤나 딱해 보인다. 유독 하인수에게 눈길도 마음도 손길도 절대로 내주지 않으며 하인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초선이 원하는 것은 결국 하인수의 마음인가?

김윤희가 이선준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초선이 김윤희에게 "내 사람이 될 수 없는 이를 원하다 상처 입고 상처 입히고 그래도 쉬 그 마음이 접어지질 않아 날마다 무간지옥을 헤매지요. 첫 정이란 그런 것이니까요"라 말하며 김윤희를 걱정하던 것을 보면 초선이 첫 정을 주었던 상대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는데 초선의 말이 신분이나 권력의 차이를 의미한다면 하인수로 볼 수도 있겠고 성정체성이 다르다고 느낀 김윤희에게 충고하는 것으로 본다면 이전 글에서 언급한 구용하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구용하의 경우 뜬금없고 황당한 장면을 끼워서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려서 그렇지 구용하와 걸오의 사이는 남자끼리의 우정으로 보는게 맞을 것 같다.

한데 초선을 강제로 품으려는 인물이 더 있다. 그는 바로 하인수의 아비인 병판 하우규다. 김윤희가 성균관 신방례 밀명을 받고 모란각에 갔을 때 병판은 초선과 마주 앉아 있었다. 성균관 유생이 신방례 밀명을 받고 모란각에 왔다는 소리를 들은 병판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를 어디 사내라 하겠느냐'며 초선의 저고리 옷고름을 잡아당긴다. 이 때 초선은 '대감 혹 제가 여기 있는 이유를 잊으신 겝니까?'라고 되물으며 날을 세우는데 병판은 '가솔들이 보고 싶지 않으냐? 니 년이 금상은 거절해도 나를 거절해선 안 될 것이다'라며 저고리를 벗겨내고 초선은 이를 뿌리치지 못한다. 그 때 다른 기생들로부터 피신하려던 김윤희가 뜻하지 않게 방으로 뛰어들고 초선을 데리고 나가게 된다.



1강에서 운을 뗐었던 초선이 모란각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었는데 13강이 되어서야 그 이유가 드러났다. 혹 홍벽서를 찾는 일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으나 병판은 홍벽서가 성균관 유생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기에 보류했었다. 그런데 홍벽서를 유인하기 위해 가짜 홍벽서인 자객으로 초선이 등장했다. 이런 엉성한 전개는 정말 황망하다.

병판은 정조에게 홍벽서를 잡아들여야 한다는 상소를 올리고 난 후 가짜 홍벽서를 찾아가 '수고가 많았다. 이제 운종가에서 그 놈 홍벽서를 잡으면 내 너에게 한 약조는 지켜주마'라고 말한다. 이 때 가짜 홍벽서가 초선임을 눈치챌 수 있었는데 곧바로 초선의 복면을 벗겨버렸다. 진짜 홍벽서와 싸우다가 부상을 당한 초선은 홀로 창고에서 은신하며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거기에 병판이 찾아 와 '고생했다.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모란각에 나가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하는데 "대감. 약조는 꼭 지켜주십시오. 더 늦기 전에 꼭 한번쯤은 제대로 된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라고 다짐을 받으려는 초선은 참으로 절박한 표정이다.

하인수에 따르면 초선은 열살이었을 때 병판의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때에 초선은 물빛 저고리를 입고 있었는데 초선은 성균관 입청재 때 김윤희를 찾아 헤맬 때에 바로 그 물빛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하인수가 초선을 불러 성균관에서 제일 볼만한 곳을 보여주려 했던 것은 초선이 물빛 저고리를 입고 있었던 이유도 있었다. 초선이 병판의 집으로 뛰어들었을 때는 아주 절박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김윤희를 만나러 가면서 그 절박할 때 입었던 물빛 저고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초선에게 물빛 저고리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드라마의 조각을 몇 개 맞추어 보면 절박한 상황에 처한 초선은 가솔들을 살리기 위해 병판의 집으로 뛰어 들어갔고 병판은 그를 미끼로 초선을 협박하며 이용해오고 있다. 병판이 김윤희를 첩실로 삼기 위해 고리채를 놓았던 것을 생각하면 초선이나 그 가솔들에게도 이와 유사한 짓을 했을수도 있다. 병판의 집으로 들어온 초선이 하인수를 맘에 두기 시작했고 하인수도 초선을 맘에 두기 시작해서 병판이 이를 알고 막기 위해 초선을 기생으로 만든 것인지 그래서 초선이 유독 하인수에게 모질게 대하는 것인지 드라마가 이 부분들에 대해서 어떤 설명을 할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약점을 잡고 흔들며 권력과 힘으로 아비와 자식이 모두 품지 못해서 안달하는 기생 초선. 그런 초선을 보면서 술접대와 성상납 강요와 폭행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선택한 유명 연예인이 떠올랐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던 그 사건이 있은지 고작 1년 남짓 지났음에도 반성과 자정은 커녕 아이돌을 꿈꾸는 10대 미성년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는 뉴스가 며칠 전에 들려왔다. 권력과 돈으로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하는 추잡한 짓이 근절되기 어려운 이유는 가진 자들의 비도덕성 때문일 것이다.

"약조는 꼭 지켜주십시오. 더 늦기 전에 꼭 한번쯤은 제대로 된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초선은 참으로 절박해 보인다. 하지만 병판이 그 약조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데 병판의 인간성을 본다면 지키지 않을수도 있을 것 같다. 초선의 눈빛이 너무 슬퍼 보이는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보다는 초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고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는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