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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파트너, 내 맘대로 골라보는 재미

변호사들은 선의 편에 있지 않다. '열 사람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법언(法諺)은 변호사들에게 막강한 무기로 둔갑한다. 그들은 돈과 권력을 가진 열 사람의 죄인은 놓치려고 하고 돈도 권력도 없는 한 사람은 억울하게 만들어놓는다.

전관예우를 받거나 법원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등 재판외적인 의미에서 능력있다고 인정되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려면 또는 로펌의 인지도가 변호사의 능력이나 승소율로 인식되어지는 요즘의 경우에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려면, 그 변호사들을 돈으로 살만한 재력이 있거나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자여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아무리 억울함과 무죄를 호소해봐야 별무소용이다. 돌아오는 대답은 죄를 인정하고 양형을 줄이라는 권고일 뿐이다. 변호사로서는 이게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이다. 물론 이 모든건 한국의 법시스템이 만들어낸 악순환의 고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의 법정드라마들이 대개 현실보다는 이상을 그려내려고 했고 주로 권선징악을 표방하는 쪽으로 제작되어 왔다. 하나 악이 선을 이기는게 허용되는 곳이 법정이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현실과의 괴리가 클수록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고 금방 싫증나게 한다.



파트너가 애초의 내 예상과는 달리 꽤 진보한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면이 많다고 보는데 몇몇 내용들을 걸러내고 맘대로 골라보기를 한다면 나름대로 재미를 찾을수도 있다. SBS의 '태양을 삼켜라'가 본격적으로 방송되고 같이 경쟁한다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트리플'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한다.

파트너, 내 맘대로 골라보기

이하늬의 비쥬얼을 무시한다. 팜므파탈(femme fatale)이라, 글쎄. 이하늬의 비쥬얼로 시청률 상승 효과를 기대해서 초반부터 이하늬를 벗겨놨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함량미달이고 이 드라마의 최대 방해 요소다. 차라리 대놓고 벗기든가 그것도 아니고, 이하늬는 로펌 대표에 대들만큼 유능한 변호사도 아니고 팜므파탈(femme fatale)은 더더욱 아니다. 이하늬의 비쥬얼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그 기대를 버리는게 좋다.

이하늬는 이동욱과 최철호 사이에서 그리고 이동욱과 김현주의 감정이 연결되기 시작할 때 그 역할이 필요하고 중요해 보이는데 지금까지로 보면 이하늬가 연기하기엔 무리로 보인다. 이하늬는 요부로서의 매력도 없고 한정원을 연기할 연기력도 없는 완전히 미스캐스팅이다. 이젠 욕은 좀 먹더라도 수영복이나 잠옷 등으로 대놓고 벗기는 것 외에 어떤 대책이 있을까 궁금하다.

김현주의 감정선을 따라가지 않는다. 배심원을 선정할 안목도 없는 듣보잡 초보변호사가 피의자의 눈빛만 보고 무죄를 확신하고 무죄변론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웃기는 일이다. 정의감이 투철한 변호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가 이렇게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동욱의 대사를 주목한다. 날카로운 직관과 통찰력을 가진 이태조 변호사, 속물이라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변호사다. 이동욱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를 쫓아가는 것은 현실적이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박철민을 주목하되 코믹 요소를 뺀다. 사실 변호사들보다는 그 직위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들의 행태가 더 악질인 경우가 많다. '썰물일 때 땅을 샀는데 밀물일 때 가보니 땅이 사라졌다'고 찾아온 의뢰인에게 승소확률이 100%에 가깝다고 새끼변호사에게 명함을 주라고 신호한다든가 찾아온 의뢰인의 행색만 보고서 멋대로 대한다든가 박철민에게서 코믹 요소를 빼면 현실이 보인다. 어제 오늘은 새끼변호사를 데리고 최근에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저작권 관련 소송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최철호가 소속된 대형 로펌을 눈여겨본다. 증인을 돈 주고 산다든가 소송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려고 한다. 그들은 사건의 내막을 가장 잘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승소와 돈일 뿐이지 사건의 실체진실이 아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각종 재판을 감상한다. 사람이 살면서 가지 말아야 될 곳 중에 법정이 포함되는데 실제로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은가. 지금은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전에 '재소자 처우개선 재판'과 '국민참여재판'이 나왔었다. 또한 드라마 초반부에 '즉결심판'도 나왔는데 순회판사로 가수 이상우가 출연했었다. sequence 드라마니까 앞으로 또 어떤 재판이 나오는지 감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최철호는 끝난지 얼마 안 된 드라마의 코믹 이미지가 겹쳐질 수도 있다. 또한 불륜전문배우 최수린이 파트너에서는 최철호의 불륜을 지켜보는 입장이라 약간 어색하다. 불륜전문인 최수린이 되려 반대의 입장이라는게 와닿지 않는다. 연기력으로 평가받아야겠지만 두 배우들은 드라마 선택에 신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