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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트리플 끊자 파트너 국민참여재판이...

트리플, 정말 못 보겠다.
'몸에 오물을 잔뜩 묻힌 개들이 욕실 안에서 꼬리 흔들고 낑낑 거리면서 아무 생각없이 여기저기 마구 어질러대고 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한 장면인데 내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진 생각과 일치한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 중에 도대체 제 정신인 '놈'이 한 놈도 없고 제 정신인 '년'이 한 년도 없다. 내가 너무 고루하고 시대변화에 뒤쳐져서인지 몰라도 이런 드라마 대체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주말에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이 드라마는 재방송으로라도 보고 싶지 않다.

채널을 돌리다가 파트너를 보기로 했다. 법정 sequence 드라마인데 여기에 국민참여재판이라는게 등장한다.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에서 200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아직은 생소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국민참여재판이 뭔가는 대법원이나 여타 사이트에 상세히 나와 있으니 찾아서 보면 되겠지만 이 드라마가 다루는 방향은 실제와는 약간 차이가 있어 보인다.


(배심원들의 법정 위치 ; 사진의 우측에 앉은 사람들이 배심원들)

승소확률이 거의 없는 재판의 변호를 맡으면서 이현주가 "판사들이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해보겠다며 국민참여재판을 택했다. 그런데 이건 맞는 말이라고 할 수가 없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이 내리는 평결과 양형의견은 기속력이 없다. 판사는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의견에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열린 국민참여재판 86건 가운데 6건(6.9%)의 재판에서 배심원이 낸 무죄평결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심원 선정하는 안목도 갖추지 못한 듣보잡 초보 변호사가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하는 것도 이상한데 '판사들이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겠다는 것은 코메디다. 드라마에 이동욱이 '내가 국민참여재판을 싫어하는건 배심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되고 몇 번씩 설명해야 되는게 귀찮기 때문'이라고 말하는게 나온다. 실제로도 국선변호인 73%는 국민참여재판에 부담을 가지는데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시간이나 노력이 5배 이상 들어간단다.

파트너.
지금까지 이런 법정 드라마가 크게 성공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파트너도 크게 주목받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도 국민참여재판이 실시되고 있지만 기존에 참심제나 배심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처럼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의 평결에 기속력이 인정되고 실질적인 의미의 국민참여재판이 본격적으로 실시되어야 법정 드라마의 소재도 풍부해지고 그때가면 주목받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법정드라마를 보면 왜 항상 김현주 캐릭터를 내세워서 얘기를 전개해 나가는지 모르겠다. 반드시 권선징악의 소재여야 시청률이 올라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보는 사람으로서는 좀 식상하다. 변호사들이라는게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은 악덕 변호사들이 더 많고 변호사의 직위를 이용해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무장들의 위세 또한 대단하지 않은가. 이런 사회 현상을 그대로 다루는 법정 드라마는 나올 수 없을까.

파트너에도 어느 정도 언급은 된다. '25만원과 이별하고 250만원과 사귑시다.'라든가 '진짜든 가짜든 뭐가 중요한가, 양형만 줄이면 되지'라는 말이 나오는데 변호사들에게 사건의 '실체진실'보다는 '돈'이 우선이다. 돈만 된다면 무죄도 유죄로 만들고 유죄도 무죄로 만들려 드는게 변호사들이다. 아무리 확신이 가는 사건이라도 무죄변론을 하기보다는 적당히 편하게 양형만 줄이려드는게 변호사들이다. 변호사들에게 사건의 실체진실이나 피의자의 유죄, 무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동욱에게 한 방 먹이는 김현주의 폼이 제대로네. 정작 '돌아온 친구'에선 오픈 블로가 들어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