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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선덕여왕, 덕만 마침내 남장을 벗고 공주가 된다

미실은 덕만이 천명의 쌍둥이 여동생임을 알고 있다.

14일 방송분에서 덕만은 자신이 천명의 편이라는 사실을 미실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두려워한다. 그러자 미실은 덕만에게 사다함의 매화가 책력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도망치거나 분노하거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미실의 이 말, 전에 천명에게 했던 말이다. 천명에게는 '분노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기는한데(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미실이 이 말을 덕만에게도 했다는 것은 미실은 이미 덕만이 천명의 여동생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소화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미실이 덕만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번 암시를 했었다. 단지 '반전을 통한 미스터리 효과'를 위해서 아닌척 위장하려고 했을 뿐이다. 미실이 덕만에게 옷을 벗어보라고 했다가 덕만이 소스라치게 놀라자 미실은 자신이 젊었을 때는 뭇남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고 눙치는 장면에 다다르면 '이래도 모르냐?'고 놀리는 것 같았다.

미실이 측근중의 측근인 세종이나 설원에게조차 숨기는 '사다함의 매화'의 실체를 덕만에게 알려준 이유는 '대불림국'말을 할 수 있는 덕만이 역법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덕만의 정체를 알고 있으며 덕만과 천명이 동시에 두려움을 갖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미실이 덕만에게 말을 했었다. "백성들이 내게 두려움을 갖는게 이득일까? 아니면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것이 이득일까?" 이것은 향후 미실과 덕만의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질지를 명확히 했다는 의미도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같은 시각에 천명 역시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소화가 천명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손을 잡아 주며 '두려우냐'고 말한다. 소화가 천명을 다독이는 것은 소화는 천명을 덕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덕만과 천명은 두려울 때 손을 떠는 버릇이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에 소화는 천명을 천명이 아닌 덕만으로 여기고 그렇게 다독여주는 것이다.

덕만과 천명은 태어나자마자 떨어져서 서로 얼굴도 모르고 성장했지만 똑같은 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암시는 이미 방송되었다. 당시 덕만이 사막에서 살아돌아온 때였던가, 혼자 방안에서 손가락으로 상자를 두드리고 있었고 그 시각 천명 역시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장면(둘 다 왼손이었던 것 같기는한데 확실하지 않다)이 오버랩되었었다. 이번에는 덕만과 천명이 두려울 때 똑같이 손을 떠는 버릇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마도 소화는 다정하게 천명을 덕만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천명은 덕만이 보여준 소화의 초상을 보았고 진흥대제에서 진평왕을 거쳐 덕만에게로 물려진 칼도 보았다. 천명은 자신과 진평왕에게 있는 것과 똑같은 점이 덕만에게도 있다는 것도 떠올릴 것이고 퍼즐맞추기를 해나갈 것이다. 마침내 천명도 덕만이 누구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결국 덕만은 지긋지긋한 남장을 벗어던지고 덕만공주가 되어서 나타날 것이다. 덕만에게 남장을 시킨 작가들의 상상력엔 부정적이지만 남장을 시킨 설정을 인정해준다면 지금이 덕만에게서 남장을 벗겨내기에 적절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덕만의 정체를 둘러싸고 또는 그것이 밝혀졌을때 미실과 천명의 이해득실을 둘러싼 수싸움 정도는 인정해줄 수 있겠지만 단지 시청률을 의식해서 또 다른 설정과 전개를 이어가며 덕만이 공주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이를 지연시키려 한다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난 사실 이요원이 여성인 덕만공주로 돌아왔을때의 연기가 더 기대된다. 남장한 이요원은 나름대로 선전하긴 했지만 남장이란 설정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쌍둥이인 천명은 이미 혼인을 해서 아이까지 낳았음에도 아무도 남장한 덕만이 여자인지를 모른다는 설정을 한 작가들의 억지스런 상상력의 한계인 것이지 이요원의 연기력의 한계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요원은 이미 한계를 보이는 고현정과는 달리 아직 '미지수'로서 그 연기의 폭을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녀의 연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요원의 훌륭한 연기를 기대하며 이요원을 위해서 드라마의 한 장면을 기술해둔다. 전장터에서 시열이 죽으면서 덕만에게 이런 말을 한다. "칼을 맞기 전에는 두려웠는데 맞아보니까 별 것 아니네. 이젠 정말 잘하고 싶은데, 이젠 정말 잘할수 있는데 아쉽다."

선덕여왕, '미스터리 효과' 얼마나 갈까?

선덕여왕의 인기 요인은 미스터리 효과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선덕여왕이 가장 큰 덕을 보고 있는 것은 '등장인물 生死 미스터리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백제와의 전쟁에서 알천과 석품 그리고 죽방과 고도의 생사를 알려주지 않은 효과를 톡톡히 봤고 칠숙과 소화는 살아 돌아온 것으로 했지만 그 효과도 대단히 컸다. 문노와 비담의 경우는 여전히 생사를 알려주지 않으며 그 효과를 보고 있다. 문노가 비담을 거둬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떠다니는데 소화와 덕만을 피신시키던 문노가 왜 그들과 헤어졌는지, 왜 혼자 신라로 돌아와 잠적했는지, 미실이 버린 비담은 어떻게 키우게 되었는지, 작가들은 어떤 상상력으로 치장하려 들런지 기대된다.

선덕여왕은 반전을 위한 미스터리를 깔아 놓고 그 효과로 재미와 시청률을 기대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반전이라느니 작가들이 시청자들 머리 위에 있다느니 찬사를 보내고들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저 그렇다. 내 관심사는 이 미스터리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에 있지 미스터리의 반전이 대단하다는데 있지는 않다. 비슷비슷한 패턴의 반복에만 의존한다면 '꼬리가 길면 밟히기'도 하지만 재미도 없어진다는 것을 작가들에게 알려주고 싶기는 하다.


첨(添) ; 7월 15일 18 : 27

덕만의 신분을 당장 밝혀버리지는 않겠죠? 시청률을 담보하는 보증수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싱겁게 얘기를 전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선덕여왕이란 커다란 집을 짓는 작가들이 허술하게 지어가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퍼즐맞추기를 해나가야 되는데 미실은 13, 14일 방송분과 같이 반전을 통해 천명은 미리 알려주면서 전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덕만의 신분을 밝히는데 따른 이해득실을 둘러싸고 진평왕이나 천명측 그리고 미실측 사이의 수싸움을 진행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무엇보다 아직 덕만은 자신의 신분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인데 덕만을 둘러싼 얘기도 전개해야 되니까 아마도 몇 회를 더 소모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천명, 유신, 덕만에게 인리(人理)가 있구나."

드라마를 보면서 온라인 게임을 한다든가 신문이나 잡지를 본다든가 하기에 드라마만 집중해서 보는 편이 아니라 잘못 들었을수도 있는데 이 말을 '천명이 유신과 덕만이라는 인리를 얻었구나' 등으로 해석하는 분들도 계시네요.

내가 잘못 들었다해도 나는 이 말에만 크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를 흘려놨는데 지금까지의 진행과 시청자들의 반응을 본다면 차후에 어설픈 반전을 통해 써먹든가 그건 상관없는거라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슬쩍 빼버릴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정도만으도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작가들이 시청자들을 보는 관점이 나와는 차이가 있고 그런 작가들의 관점이 맞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정도라도 미스터리 효과는 꽤 오래, 어쩌면 드라마가 끝이 나도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정에서 불상이 솟아오르게 하는 위천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한가 봅니다. ^^* "월식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라 나 미실의 뜻이다."는 미실의 대사가 의미심장하군요. 또 몇가지 미스터리가 더 추가될거라는 예상은 하지만 그렇더라도 거기에 너무 맛들이지 말고 이요원의 숨통을 빨리 틔워주는게 여러가지 면에서 윈윈하는 전략(win-win strategy)이 아닐런지..... ^^*

어쨌든 조만간 덕만의 신분이 밝혀질 것임을 14일 방송분에서 예고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제 본격적으로 덕만의 신분을 둘러싼 얘기가 전개되리라 추정됩니다. 덕만의 신분을 밝히는 시점을 언제로 정할지가 남아 있겠는데 문노와 비담의 등장과 맞물리게 될 수도 있겠고 또 다른 미스터리를 깔고 반전을 통해 해결해 나갈수도 있겠습니다.

이 글은 한 시청자의 추정일 뿐이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