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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생뎐' 막장 혹은 애잔한 출생의 비밀




'시크릿가든' 후속으로 방영되는 SBS 주말 드라마 '신기생뎐'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등장인물이 두 명이나 등장하고 있는데 단사란(임수향)과 금라라(한혜린)다. 드라마의 스토리는 이 둘에 대한 출생의 비밀을 풀어내고 있을 뿐 현재까지는 별로 주목할만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드라마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임성한 작가의 이번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에 대한 교범서 정도의 의미는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생의 비밀 하면 흔히 막장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요소이기도 한데 '신기생뎐'에는 막장 요소가 두 개나 등장하고 있으니 아예 막장으로 끝장을 내보겠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생뎐'에 등장하는 두 가지 출생의 비밀 중에서 금라라의 경우는 확실히 자극적인 막장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단사란의 경우에는 얽힌 얘기를 더 풀어헤쳐놓는다면 금라라보다 더 자극적인 설정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나 현재까지는 아련한 추억과 애잔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금라라의 출생의 비밀

금라라는 금어산(한진희)과 장주희(이종남)의 외동딸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금어산의 친딸이 아니라 금어산의 동생인 금강산(이동준)과 신효리(이상미)의 친딸이다. 금라라는 현재 이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친모인 신효리를 작은 엄마라고 부르며 신효리의 지나친 관심을 부담스러워 한다.

금라라가 장주희의 딸로 키워지게 된 사연은 이렇다. 장주희는 임신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금어산의 부(父)인 금시조(이대로)의 중재로 신효리가 금라라를 출산하자마자 바로 금어산네 집으로 데려다가 키우게 되었다. 금시조는 신효리가 금라라를 낳자 한 십여분 정도 품에 안아보게 했을 뿐 금라라가 다섯살이 될 때까지 왕래도 못하게 했다.

금시조는 금어산과 장주희를 정략결혼시켰다. 그런데 금강산이 신효리와 사귀자 반대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학생의 신분으로 이미 임신까지 해버리자 금시조는 결혼조건으로 애를 낳아서 장주희에게 준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신효리 역시 결혼하려고 이에 동의했다.

아기를 낳은 후 품에 안아 키우지도 못하고 작은 엄마로 불리며 바라봐야만 하는 신효리의 심정은 애틋하고 금라라에게 조금은 지나친 관심을 나타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어미의 심정을 이용해 금시조와 금어산네서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한다. 신효리는 금강산을 부추겨 앞세우고 때로는 금시조를 윽박지르고 금어산 내외를 압박하면서 때로는 금시조에게 거짓말로 속여서 뜯어낸 돈을 금시조 몰래 친정으로 빼돌려 집을 사주고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도 한다.

금시조는 신효리가 순진한 금강산을 꼬여내 임신까지 했다는 사실이 탐탁하지 않다. 그러나 금라라를 금어산네 딸로 들임으로써 금강산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신효리가 금라라를 빌미로 계속 집안의 돈을 뜯어내 친정으로 빼돌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나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금시조에 의하면 신효리네에게 집을 두번 사줬고 병원도 차려줬고 현찰로 준 것만도 전부 다해서 4억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또 다시 수십억에 달하는 병원 건물을 사달라며 신효리가 압박해오자 몰래 변호사를 찾아가 유언서를 작성한다. 신효리가 이 사실을 알고는 금시조를 찾아와 금라라에게 모든 사실을 다 밝히고 데려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흥정을 해 결국 병원 건물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금라라의 출생의 비밀이 또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신효리의 행동거지로 볼 때 언젠가는 금라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효리는 금라라도 다 컸으니 처음엔 좀 놀래겠지만 받아들이게 될 거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금어산네 외동딸로 조부모인 금시조네와 금어산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온 금라라는 독선적인 성격이다.

게다가 금라라는 여행지에서 만났던 아다모(성훈)를 마음에 두었는데 아다모의 아버지 아수라(임호)와 금어산이 마련한 맞선까지 보게 되면서 달콤한 꿈에 젖는다. 그러나 금라라보다는 단사란에게 끌리고 있는 아다모는 금라라와의 만남을 거절한다. 금라라가 이 모든 사실을 다 알게 되고 감정을 폭발하게 된다면 지금의 얄미움에서 벗어나 꽤나 표독한 악역으로 변신해서 드라마를 막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단사란의 출생의 비밀

단사란은 단철수(김주영)의 딸로 나온다. 단철수는 전처와 사별한 후 지화자(이숙)와 재혼을 하는데 지화자에게는 단공주(백옥담)라는 딸이 있다. 지화자는 단공주를 부잣집으로 시집보내 한 몫 잡으려는 속셈을 갖고 있지만 단사란이 부용각의 제의를 받은 것을 알고는 기대를 단사란에게로 돌린다. 그 후 단사란이 아다모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단사란을 부추기고 있다.

단사란은 단철수의 딸로 나오고 친모는 사망한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단철수와 사망한 전처 사이에 친자관계는 없으며 친부모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사란의 친부는 금어산이고 친모는 부용각의 주방장인 한순덕(김혜선)인 것으로 짐작된다. 단사란도 역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금어산과 한순덕이 만나게 된 것은 오래전에 낙도(落島)로 가는 배 안에서였다. 금어산이 낙도로 무료진료를 간 것인지 낙도 보건소에 근무하러 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둘은 낙도로 가는 배를 같이 타게 되었는데 풍랑이 높게 일어 배에 탄 사람들 모두 심한 멀미에 시달린다.

그 때 한 노부부가 '남자들이 여자를 안아주면 멀미가 가라앉는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금어산과 한순덕은 바로 옆에 앉았는데 한순덕이 배가 출렁이는 것을 버티지 못하고 금어산에게로 넘어지자 금어산은 한순덕을 안아준다. 그러자 노부부가 '어설프게 안으면 소용없으니 세게 안으라'고 얘기하고 금어산은 한순덕을 꼭 끌어안아준다.



섬에 도착하자 금어산은 한순덕의 가방을 들어주고 금어산이 진료하는 데로 한순덕이 찾아오지만 진료를 받으려다가 아픈 데가 다 나앗다며 그냥 돌아가버린다. 한순덕은 소아마비를 앓았는지 한쪽 다리를 저는데 그러한 자격지심으로 금어산을 마음에 품었지만 차마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결혼까지는 하지 못하고 헤어졌던 것 같다. 그 때는 이미 한순덕은 단사란을 임신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단사란을 낳은 후 금어산의 집 앞에 내려놓고 사라진다.

그 후 한순덕은 부용각의 대마담인 오화란(김보연)과 화란모(최선자)의 도움으로 부용각의 주방장이 되었는데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지 않고 처음 마음에 품었던 금어산을 그리워하며 수절하듯이 살아오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피붙이였던 어린 딸을 금어산네 집 앞에 놓고 왔던 한순덕은 가끔씩 금어산네 집 앞으로 찾아와 몰래 딸의 모습을 보고 가고는 했는데 금라라를 자기 딸이라고 여기고 있다.

한순덕의 딸이 단사란이라는 힌트는 장면이 바뀌는 편집을 통해 여러번 등장하는데 그 외에도 몇 가지의 암시가 나온다. 한순덕과 단사란이 전철역에서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서로 맞은 편에서 다른 곳을 보고 있었으나 약간의 정지화면을 통해 어떤 관계가 있음을 암시했었다.

또한 단사란이 금라라 외 친구들과 부용각을 찾게 되었을 때 한순덕과 단사란이 서로 마주치게 되는 장면이 나왔다. 둘은 처음 만나는 사이였으나 서로가 특별한 감정을 가진듯이 마주본다. 한순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듯이 단사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이름을 물어보고 단사란은 자리를 떠나면서도 몇번이고 한순덕을 되돌아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서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아무리 오래여도 혈육간에는 끌림이 있다는 진한 울림을 주는 장면이었다. 금라라가 친딸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던 한순덕이 단사란이 친딸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만약 사란이라는 이름을 금어산과 한순덕이 사랑을 나누던 당시에 서로 입에 올리던 이름이었다면 어느 정도의 눈치는 챘을 수도 있겠으나 그 정도는 아직 모른다.



그런데 금시조 부부와 금어산은 단사란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금어산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불분명하지만 금시조 부부의 경우는 단사란이 금어산의 친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단사란이 금라라의 초대로 집에 놀러오는데 금시조의 처가 단사란을 찬찬히 살펴본다. 단사란이 돌아간 후 금시조는 처에게 어떤 것 같으냐며 물어보고 금시조의 처는 금어산을 더 닮았다는 투의 얘기를 했었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한순덕이 단사란을 집 앞에 내려놓고 떠나게 된 데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단순히 한순덕의 신체적 결함에 기인한 자격지심이었는지 아니면 이 과정에 금시조나 장주희가 개입되었던 것인지, 그렇게 버려진 단사란은 어떻게 단철수의 손에서 키워졌는지 등 단사란의 성장과정에 대한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굉장히 자극적인 설정이 등장하게 될 수도 있다.

한순덕이 저는 다리를 끌고 금어산네 집 앞을 기웃거리던 때 드라마는 이미 단사란이 한순덕의 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했었다. 그런데 이 때에는 한순덕이 다리를 절게 된 것과 단사란이 다른 사람의 손에서 성장한 것은 금시조 혹은 금어산이 한순덕을 떼어낼 목적으로 어떤 위해를 가했던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그런 극단적인 설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금어산과 한순덕은 순수했던 풋사랑을 여전히 마음속에 간직해오고 있었다. 금어산과 한순덕이 낙도로 가는 배 안이나 낙도에서 만나는 장면들은 마치 어린 시절 보았던 순정만화와 같은 아련한 추억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리를 전다는 컴플렉스와 자격지심으로 차마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끝내는 어린 자식을 문 앞에 버려두고 갔어야 했던 한순덕의 애잔함이 전해진다.

드라마 작가의 전작 중에 자기 딸을 며느리로 맞는다는 '하늘이시여'에서와 같은 특이한 설정이 숨어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으나 아직까지는 별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로 드라마를 어떻게 전개할지는 알 수 없으나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는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