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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프린세스' 생뚱스러운 전개와 반전




드라마 '마이프린세스'는 향낭에 대한 얘기가 많이 등장했는데 극 초반부에 이 향낭을 이설이 아닌 이단이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스토리 전개에 반전이 존재할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 향낭을 이단이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단으로 개명한 고은별이 공주가 될 일은 없을 것이므로 향낭은 일종의 시선끌기용 소품일거라는 추정대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깜짝 반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가 궁금했었는데 이번 주에 약간의 힌트가 제시되었다.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드라마 중에서 관련된다고 생각되는 몇가지의 장면을 모아 보면 반전의 주인공은 오윤주의 아버지 오기택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라마는 박해영의 아버지인 박태준이 이설의 아버지인 이한 황세손을 떠돌아다니게 하고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해왔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얘기는 주로 오기택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왔기에 다소 왜곡된 사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해영에게 박태준이 이한을 죽였다는 사실을 얘기해준 사람도 오기택이었다. 박해영이 할아버지인 박동재의 뜻에 따라 황실을 재건하기를 바란다는 이유였지만 말을 한 시점이 조금 애매하다.

이설이 궁으로 들어온 후 이한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온다. 이설의 양아버지인 이동구가 가짜 순종친서를 고미술상에 팔아넘겨서 사기꾼 혐의를 받는데 그것을 이설의 친아버지인 이한의 사기꾼 혐의로 뒤집어 씌워 황실과 황세손의 명예를 실추시킴으로써 황실의 재건을 막기 위해서다. 이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설이 파양 절차를 밟음으로써 이설의 양아버지인 이동구에게 사기꾼 혐의를 씌워야 한다.

이 기사를 유포시킨 장본인은 다름아닌 박해영이었다. 그런데 이설을 만난 후 박해영은 조금씩 망설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 시점에 오기택이 박해영에게 박태준의 얘기를 했던 것이다. 이설은 친아버지의 명예를 살리기 위해 양아버지를 희생시킬 수 없다며 몰래 신문기사를 태운다. 이를 지켜본 박해영은 이설을 억류한 채 이동구의 소행이었다는 기자회견을 한다. 이 당시에 오기택은 잘 모르겠으나 오윤주가 의도했던 바와는 빗나가는 선택이 된다. 즉 황실과 이설에게 득이 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 후 오기택은 이번에는 오윤주를 불러 박태준의 얘기를 들려준다. 박해영이 박태준의 일을 알았기 때문에 박동재의 뜻대로 할 것이므로 오윤주도 황실재건을 막으려는 시도를 그만 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오윤주는 박해영의 마음이 이미 이설에게 가 있음을 확인하고는 오기택에게서 듣게 된 그 사실을 이용해 더 끔찍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

오윤주는 이단이 갖고 있는 향낭이 진품임을 알고는 그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이단을 궁으로 불러들여서 박동재와 이설 앞에 세운다. 그리고 이단에게 박태준을 연상할 수 있는 말을 하게 하고 이단은 지시한대로 말을 한다. 오윤주는 박해영에게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설에게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박해영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함으로써 이설 스스로 궁에서 나가게 만들기 위함이다. 또한 그러한 사실을 들추는 과정에서 박동재가 쓰러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박동재는 박태준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으며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일 사람으로 박해영을 지목하고 박해영을 불러 지 애비랑 똑같은 놈이라며 모욕한다. 이 자리에는 오기택도 함께 있었는데 박동재에게 혹시 이설을 의심하는가 물어본다. 그러나 박동재가 이 세상에서 박태준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며 되물어오자 오기택은 굉장히 당황스러워한다.

결국 이설은 궁을 나가는데 박해영이 오기택을 찾아가 '할아버지가 이설을 보자마자 공주라고 확신한 이유가 뭐냐?'고 오기택에게 묻지만 오기택은 이번에도 대답을 회피한다. 박해영은 내가 모르는 뭔가가 또 있느냐며 따져묻지만 오기택은 '너에게는 좋은 아버지였다'며 여전히 즉답을 피한다. 박해영은 아버지와 관련된 일은 아버지로부터 직접 듣겠다며 밖으로 나간다.

나가던 박해영이 뒤돌아서서 오기택에게 '이 일을 오윤주도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오기택은 우리 부녀를 의심하는거라면 더는 회장님을 모실 수 없다며 회장님 식구들과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대답한다. 박해영은 더는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며 서운해도 할 수 없다고 나간다.



그 이전에 이설이 남정우와 함께 향낭의 행방을 찾기 위해 어릴 때 머물렀던 고아원을 방문해서 고아원 원장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전개와는 다른 얘기를 듣게 된다. 고아원 원장은 이설이 "몇몇 개월 만에 겨우 말문을 열었는데, 아저씨가 어디 있냐고. 아저씨랑 있으면 아빠가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고. 아빠는 달리기 대장이고, 아저씨는 울보 대장이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드라마는 줄곧 이한은 이설과 함께 누군가에게 쫓겨다녔고 그 누군가가 박해영의 아버지인 박태준이었다는 얘기를 해왔었다. 그런데 이설의 토막 기억을 통해서는 누군가로부터 쫓겨다녔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나 적어도 박태준은 아니었다는 얘기로 급격히 전환해버린 것이다. 이설의 기억 조각은 어떻게 보아도 박태준이 이한을 쫓으며 목숨을 위협했던 존재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저씨랑 있으면 아빠가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는 부분이다.

12회 엔딩 장면에서 박해영이 이설을 오윤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별장으로 데려가는데 거기에서 이설은 박태준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설에게 박태준은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그리움의 대상으로 보인다. 즉 이설의 기억속에 있는 '울보 대장 아저씨'가 바로 박태준이었음을 말하는 것 같다.

드라마 '마이프린세스' 향후 스토리 진행에 열쇠를 쥔 사람은 박태준일 것으로 보인다. 조금 드러난 이설의 기억을 보면 오기택의 입을 통해서 나왔던 박태준에 대한 사실은 상당부분 왜곡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오기택은 왜 이런 거짓말을 해야 했을까?

오기택은 박동재의 충실한 심복이지만 오윤주라는 딸이 있다. 그 딸의 마음이 박해영을 향하고 있고 또한 야망이 크다는 것을 알고 그 딸을 위해 잘못된 선택을 했을수도 있다. 박해영으로부터 오윤주도 알고 있느냐는 말을 들은 오기택은 오윤주를 찾아와 '니가 꾸민 일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박태준의 얘기를 해준 것은 이제 그만 두기를 바랬기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오기택이 박해영에게 해준 박태준의 얘기를 드라마의 전개와 전혀 관련이 없는 장면을 삽입하지는 않았다는 전제로 이설의 기억 조각과 연결시켜 볼 수 있다. 황실을 복원하는 것과 관련해서 현재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었고 그들이 이한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진행했을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오기택이 일정부분 관여했을 수도 있다. 이건 마치 오윤주가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과 모종의 타협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겠다.

박태준은 이한에게 '다시 눈에 띄면 넌 죽는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 눈에 띄면 그땐 니 새끼도 죽는다'고 협박했다. 그런데 이설의 기억에서 박태준은 이한과 이설을 죽이려고 협박하는 존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태준은 처음에는 황실 복원을 반대해서 박동재와 대립각을 세웠던 사실은 있었으나 이한과 이설을 만나면서 조금씩 그들에게 동화되어 갔던 것으로 봐줘야 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이한을 뒤쫓는 세력이 있음을 알아내고 도와주고 있지 않았을까 추정할 수 있겠다.

그런데 결국 이한은 죽게 되었고 최악의 경우 이설만은 지켜내려고 했었던 박태준의 바람과는 달리 이설마저 실종되어버렸다. 그러자 박동재는 그 모든 책임이 박태준에게 있다고 믿으며 박태준을 몰아세우게 된다. 결국 박태준은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이한이 죽게 된 과정에 전혀 책임이 없지는 않았다는 자괴감으로 인해 스스로 미국행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박해영이 할아버지 박동재가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데 대해 분노하는 감정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박태준이 오기택의 말과는 달리 이한을 살해하지는 않았다는 힌트는 또 나온다. 황실 복원 계획이 발표되고 이한 황세손을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던 리스트에 제임스 박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제임스 박의 전화번호가 바로 박해영이 아버지에게 걸었던 전화번호와 그대로 일치한다. 미국에 홀로 숨어 살던, 입국 거부자 명단에까지 올라 있는 박태준이 왜 전화를 걸어 이한을 안다고 했었을까?

박태준은 본의 아니게 이한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으나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 아버지 박동재에게 일일이 해명하지 않고 잠적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 과정에는 물론 오기택이 관여되어 있으나 박태준이 그 사실까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기택은 이한 황세손을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걸려온 전화를 모두 차단해버린다. 이한이 죽게 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두 사람 뿐인데 한사람은 죽었고 또 한사람은 외국에 나가고 없다고 말한다. 박태준이 눈치채지 못하게 이한을 죽게 만들고 박동재에게는 모르는 체 했을수도 있다.



이설은 궁을 나와 어릴때 아버지와 묵었던 집으로 찾아가는데 거기서 신문광고를 보고 여러번 전화를 했으나 통화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자 이설은 대한그룹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리스트를 받은 후 찻집에 앉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설 공주인데 이한 황세손의 지인을 찾는다는 신문광고 보고 전화 걸었던 분이냐'고 큰소리로 물어본다.

그 찻집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으나 아무도 이설을 알아보지 못하고 신경쓰지도 않는다. 향낭의 주인이 다르다는 신문기사가 나간 상태로서 공주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이설 공주를 알아보지 못한다는게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 후 이설이 잠깐 졸고 있을 때에 일어나게 된다. 엎드려 있는데 뒤에서 몇 사람이 다가와 이설 공주가 아니냐고 관심을 보이더니 이설을 깨워 공주가 맞다고 서로 맞장구를 친다. 얼굴 다 보이게 그렇게 큰소리로 이설공주라 전화를 여러번 할 때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더니 참으로 생뚱스러운 장면이다.

그리고 이설이 별장에서 본 박태준이 단순히 이설이 신기루처럼 보게 된 환영이 아니라면 이 또한 생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입국금지자 명단에 올라 있는 박태준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입국을 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밀항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이 참 기가막히다. 이설과 박해영이 거의 동시에 전화를 걸어서 메시지를 남겼고 박해영이 이설을 데리고 찾아간 별장에 박태준이 와 있다니 참으로 생뚱스럽고 납득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되는 셈이다.

스토리의 전개를 더 두고 봐야겠지만 오기택이 반전의 주인공이라면 이러한 반전은 이설이 찻집에서 전화를 하던 장면만큼이나 생뚱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 하겠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박해영을 보면 박태준의 행적을 떠올릴 수 있고 오윤주는 오기택의 전철을 밟고 있으나 오윤주는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빗나간 욕망과 부정 그리고 부전자전 등으로 귀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드라마가 향후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모르겠으나 현재까지의 진행을 보면 별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