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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깜찍 혹은 끔찍한 반전장면들




◈ 끔찍한 반전 장면

Scene #Ⅰ 윤백희 & 현시혁

기린예고 학생들이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떠났을 때 윤백희와 고혜미는 서로에게 쌓인 감정을 조금 털어내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기린예고 일행은 길거리에서 만났던 일본 비보이팀의 공연장에 찾아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고혜미가 노래하는 것을 본 탑기획 윤사장은 그룹 K의 멤버를 윤백희에서 고혜미로 바꾸려고 하는데 이를 듣게 된 윤백희는 또 다시 마음을 닫는다.

윤사장은 그룹 K 멤버들에게 솔로 능력이 있는지 보겠다며 쇼케이스 무대에 세우겠다고 통보하는데 윤백희에게는 직접 작곡한 곡으로 쇼케이스에 서라고 한다. 작곡이 난항에 처하자 고혜미에게 자리를 뺏기고 싶지 않은 윤백희는 소속사 사무실에 있는 곡을 표절해 쇼케이스 무대에 선다. 하지만 이내 들통이 나고 무대 위에서 쓰러지고 결국 퇴출당할 위기에 놓인다.

윤백희는 포기하지 않고 윤사장에게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부탁해보려고 한다. 소속사를 찾아간 윤백희는 로비에서 윤사장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전화를 건다. 윤사장이 사장실로 올라오라고 대답했고 윤백희는 사장실로 올라간다.

한편 현시혁은 솔로로 데뷔해 스타스트릿의 최연소 모델이 될 정도로 성공한다. 테이프 컷팅식장에 아버지 현무진이 화환을 보낸 것을 본 현시혁은 기분이 좋다. 이를 본 윤사장은 이 사실을 보도자료로 돌리자고 말하나 현시혁의 표정이 굳어지자 안한다고 한발 물러선다. 그러나 현시혁이 고혜미와 만나고 있을 때 소속사 실장으로부터 기사와 관련한 전화가 걸려오는데 현시혁은 사장을 만나 얘기하겠다고 전화를 끊고 사장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곧 현시혁은 소속사 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강남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다. 결국 그 사건으로 현시혁은 탑기획에서 퇴출되고 세인들로부터도 온갖 비난을 받게 되지만 소속사 사장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다물어버린다.



현시혁이 비난을 받는 것을 지켜보며 괴로워하던 윤백희는 집으로 배달되어온 전복 한상자를 보고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되돌려주라고 소리친다. 윤백희는 혼란스러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 뛰어내리려고 한다. 윤백희의 넋이 나간듯한 행동을 보고 수상하게 여기고 뒤따라왔던 고혜미가 제지를 하게 되는데 윤백희는 자기를 구하려고 현시혁이 윤사장을 폭행했던 것이라고 울먹이며 말한다.

이를 보면 탑기획 윤사장이 윤백희를 사장실로 불러 성상납을 강요했고 뒤늦게 도착해서 이를 목격하게 된 현시혁이 윤사장을 폭행하고 윤백희를 구해냈다는 것 같다. 성상납이란 소재가 드라마에서 충분히 다룰만은 하지만 짤막한 에피소드로 다루기보다는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정도의 좀 더 심층적인 내용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Scene #Ⅱ 송삼동 & 고혜미

윤백희는 고혜미를 해하기 위해 쓰레기를 버리러 온 고혜미를 겨냥해 옥상에서 화분을 떨어뜨린다. 현시혁으로부터 고혜미가 위험하다는 전화를 받은 송삼동은 고혜미를 찾아내 가까스로 화분을 피하게 하는데 성공하지만 송삼동이 대신 화분을 맞고 기절해 병원에 입원한다. 그 후 송삼동은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잘 들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송삼동은 소리가 들리지 않고 고혜미가 현시혁과 키스를 하는 장면까지 목격하면서 음악을 그만 두고 떠나려고 집을 나가 방황한다. 고혜미는 송삼동의 달라진 행동이 이상한데 뒤늦게 이명으로 청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송삼동의 병원 진료서를 발견한다. 송삼동의 청력에 이상이 생긴 것은 모두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며 강오혁에게 도와달라고 오열한다.

천재 작곡가인 송삼동에게 부상을 입힘으로써 청력에 이상이 생기는 설정이 꼭 필요했나 의문이었는데 송삼동의 병은 선천적인 것이었다. 그렇더라도 만에 하나일까 말까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설정은 그다지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이 장면은 끔찍하다기보다는 헛발질 정도의 의미로 보고 싶다.



고혜미는 어느덧 친구 윤백희를 위해 고대해왔던 그룹 K 새 멤버 제안을 거절할 줄도 알고, 송삼동의 청력 이상이 자기 탓이라 책망하며 고개 숙이고 싶지 않았던 강오혁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할 줄도 알고, 작곡 표절로 따돌림을 받는 윤백희에게 이어폰을 끼워주며 함께 아픔을 나눌 줄도 알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윤백희를 불러 세우고는 윤백희가 무안해할까봐 신발끈을 묶는 척하며 말을 돌릴 줄도 알 정도로 부쩍 성장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되었다.

◈ 끔찍하거나 혹은 깜찍하거나

강오혁의 누나 강오선은 술에 만취해 택시를 부르고 밖으로 나오는데 눈이 내리고 있다. 그 때 잘생긴 훈남이 다가와 '왜 안 가고 여기 있냐'고 말을 걸어온다. 강오선이 산성 눈 맞으면 대머리 된다고 하자 훈남은 목도리를 풀어 강오선에게 둘러주고 집까지 바래다준다. 강오선은 목도리를 돌려주려하는데 훈남은 나중에 또 만나면 그때 돌려달라고 한다. 말하자면 훈남이 강오선에게 애프터 신청을 한 셈인데 강오선은 그만 훈남에게 키스를 한다.

그런데 강오선이 훈남인줄로만 알고 키스했던 남자는 사채업자 마두식이었다. 마두식은 강오선이 강오혁의 누나라는 사실에 놀라 사무실로 돌아와 운명 교향곡을 듣는다. 마두식은 혜미를 기린여고에 보내고 강오혁의 집을 담보로 잡고 하얀 나이트 클럽이 영업정지를 당했고 강오선이 강오혁의 누나라는 일련의 과정은 바로 신의 계시라며 부하에게 사채업과 나이트를 정리하고 하얀 기획사를 설립하라고 지시한다.

기린예고 쇼케이스에 마두식은 기획사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고 강오선은 훈남이 주었다고 알고 있는 목도리를 매고 취재를 하러 온다. 마두식은 자기가 주었던 목도리를 매고 온 강오선을 보자 그 목도리를 눈 오던 날 밤에 자기가 주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자기를 아주 괜찮은 놈으로 만들어주었으므로 선물로 주겠다고 말한다. 목도리에 새겨진 이니셜 MDS를 본 강오선은 목도리를 매준 훈남이, 자기가 키스를 했던 훈남이 실은 마두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몸서리를 친다.



시청하는 입장에서야 깜찍하고 유쾌하기만 하다. 마두식으로서도 강오선과의 키스와 그로 인해 어두운 생활을 청산하고 기획사 사장으로 거듭났으니 싫을 게 없지만 강오선의 입장에서는 떠올리기조차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 깜찍한 반전 장면

Scene #Ⅰ 시경진 & 강오혁

깐깐하기만 한 시경진은 아버지 시범수 교장과 강오혁을 학교에서 퇴출시키려고 힘을 합한다. 그러나 강오혁의 매력에 조금씩 끌리기 시작한다. 가짜 쇼케이스와 나이트 클럽에서 연습하던 사건이 들통나 강오혁은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사표를 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기린예고 학생들을 인솔해 수학여행을 떠났던 일본에서 강오혁은 시경진에게 학생들을 부탁한다는 말을 하는데 시경진은 강오혁의 사랑 고백 정도로 착각했다가 벙벙해진다.

결국 강오혁은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나는데 이를 알게 된 고혜미가 교장실로 찾아와 강오혁이 가르친 입시반 학생들의 성적이 좋았는데 왜 교원평가는 최저점이냐며 항의한다. 다른 교사들도 그건 좀 이상하다며 동요하기 시작하는데 시경진이 들어와 이번 방학 작곡 특강에서 고혜미와 김필숙 그리고 송삼동 셋이 모두 A를 받으면 강오혁의 능력을 인정하고 복직시켜 주겠다고 제안한다.

시범수가 시경진을 잠깐 보자며 교장실로 데리고 가 다 쫓아낸 인간을 놓고 왜 그런 내기를 하느냐고 하는데 시경진은 거기서 우기기만 하면 반발만 커지기 때문이라며 입시반 학생들 셋이 모두 A를 받기는 어려우니 걱정말라고 한다. 시범수가 '경진아'라고 소리치자 시경진도 '왜 아빠'라고 맞선다. 드라마 인물소개를 보지 않아 시범수와 시경진이 부녀 사이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시경진의 '왜 아빠'란 외마디는 꽤 깜찍한 반전이었다.

작곡 특강 결과 고혜미와 김필숙은 A를 받지만 송삼동은 A를 받지 못한다. 소속사 사무실에 있는 곡을 표절한 윤백희가 A를 받는데 작곡 특강 선생인 주영훈은 송삼동이 작곡한 곡이 A나 다름없다며 쇼케이스에 함께 세우기를 권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강오혁의 복직은 실패하는듯했으나 강오혁이 기린예고 교원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시강자로 선발되고 마침내 교사로 돌아온다.



술집에서 만취해버린 시경진은 물어볼 게 있다며 강오혁을 불러내는데 강오혁이 도착할 때쯤에 시경진은 '가만 안 있으면 감점 30점'이라며 술잔에게 말을 걸고 있다. 강오혁을 본 시경진은 송삼동이 수상소감에서 강오혁만 찾던데 비결이 뭐냐고 물어본다. 시경진은 자기 제자들 중에도 상 타는 놈들은 많이잠 자기 얘기는 안하고 앨범을 낼 때도 뒤에는 자기 이름도 없고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도 없다며 강오혁의 안경을 빼앗아 쓰며 이러면 되냐고 귀여운 주정을 시작한다.

Scene #Ⅱ 김필숙 & 제이슨

기린예고에 입학할 때 뚱뚱했던 김필숙은 그 때 만난 제이슨을 좋아하기 시작하는데 제이슨도 자기를 좋아한다는 착각 속에서 산다. 그러나 제이슨이 자기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매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필숙은 살을 빼고 다시 보자고 말하고는 정말 거짓말처럼 살을 빼고 제이슨 앞에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던 날씬하고 예쁜 여학생이 김필숙이라는 사실을 안 제이슨은 깜짝 놀란다. 이때쯤부터 김필숙과 제이슨의 전세는 역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Dance of the year'에서 연습에 잘 참여하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제이슨에게 실망한 김필숙은 결국 솔로는 송삼동이 맡아야 한다고 송삼동의 손을 들어주면서 전세는 김필숙에게 유리한 쪽으로 완전히 역전된다. 제이슨은 방학동안 유럽으로 화보촬영을 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김필숙과 특강을 듣기도 하고 'Dance of the year'에서 김필숙이 제이슨에게 일본어 수업도 들어갔어야 했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김필숙에게 보여주기 위해 성적표를 김필숙의 사물함에 붙여놓기도 한다.

작곡 특강 수업에 빠진 송삼동을 대신해 김필숙이 성대모사로 대리출석을 해야 하는데 서툴자 제이슨이 대신해주기도 하고 작곡 간접체험을 위함이라며 영화표 한장을 사물함에 붙여놓고는 영화관에서 같이 영화를 보면서도 작곡을 위한 간접체험하러 온 거니까 착각하지 마라'고 짐짓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쇼케이스에 사용할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소속사 전속 사진 촬영장에 데리고 가 천사복장을 입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로부터 '너 은근히 여자 많아 핸드폰에 깔려 있는 여잔 누구고 얜 또 누구야'라는 소리를 들은 김필숙은 기분이 상한다. 휴게실에서 탁자에 놓인 휴대전화를 제이슨이 놓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된 김필숙은 이 말을 떠올리며 휴대전화를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보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에 제이슨이 나타나 휴대전화를 낚아채간다.



절대음감 문제로 송삼동이 김필숙과 입시반에서 만나게 되자 제이슨은 갈등한다. 줄리와 통화하는 중에 김필숙이 나타나자 제이슨은 김필숙에게 송삼동과 만난다고 한 거 잘 하고 왔냐고 질투 섞인 질문을 한다. 그리고 남자애들이랑 단둘이 만나는 거 자제하는게 좋다며 자신은 오해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르다고 충고한다. 김필숙도 이에 질세라 제이슨에게 줄리인가 뭔가 하는 애랑 통화하는거 조심해야 된다며 자신은 절대 오해하지 않는다고 삐죽거리며 말한다.

제이슨은 '이거 충고야 질투야'라고 묻고 김필숙도 '너야말로 충고야 질투야'라고 물으며 서로 먼저 대답하기를 주저한다. 됐으니 관두자고 나가던 제이슨이 되돌아와 '그래 난 질투다'라고 고백하며 김필숙에게 너는 어떠냐고 물어보자 김필숙도 '나도 질투'라고 대답하면서 드디어 두 사람은 서로 아닌척 허세를 부리며 귀엽게 티격태격하던 다툼을 끝낸다.

김필숙과 제이슨의 러브라인에 일등공신은 아직 제 머리도 못 깎고 있는 고혜미다. 기린예고 학생들이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갈 때 김필숙은 A형 간염에 걸려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김필숙이 간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제이슨은 고혜미에게 A형 간염인지 B형 간염인지를 물어보며 친구인데 걱정도 안되냐고 고혜미를 타박한다. 슬그머니 장난끼가 발동한 고혜미는 제이슨을 떠보기 위해 B형 간염이라고 말해버리고 제이슨은 서울로 달려온다.

제이슨은 김필숙이 송삼동과 입시반 교실에 단 둘이 뭐하고 있는가 보려고 입시반 교실을 기웃거리다가 고혜미와 마주치자 도서실 가려는 중이었다고 둘러댄다. 고혜미는 자기도 도서실 가는 중이었다고 제이슨을 잡아 끌고 가버린다. 이처럼 고비마다 고혜미는 제이슨의 질투심을 자극함으로써 김필숙과 제이슨의 러브라인이 완성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해왔다.

◈ 조연들의 러브라인은 깜찍하고 귀엽게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어가는데 주연들의 러브라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끝이 날 때쯤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드라마에서 러브라인은 찐빵 속에 든 팥소와 같아 주연의 러브라인의 윤곽이 드러나버리면 퍽퍽한 빵을 먹는 것과 같이 여겨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보니 드라마는 늘 이런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