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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장인영, 유민기, 남매 아니나 결혼도 안돼




드라마 '프레지던트'는 온갖 비열한 꼼수와 편법이 난무하는 추잡한 정치판을 그리는 드라마다. 그러다보니 정치꾼들의 저열한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한다.

극중 장일준에게는 본처인 조소희와의 사이에서 낳은 남매를 두고 있고 그 외에도 숨겨 둔 아들인 유민기와 양녀인 장인영이 있다. 유민기와 장인영은 첫 만남에서부터 티격태격했으나 조금씩 서로에게서 각별한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번 주에는 유민기와 장인영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를 하고 별장에서 단 둘이 하룻밤을 보낸다.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유민기와 장인영은 남매 관계 즉 혈연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두 사람은 법률적으로도 혼인할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장일준과 조소희의 경우는 심리적으로 둘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장인영과 유민기, 남매 사이는 아니다

강원도 경선에서 김경모(홍요섭)가 장일준(최수종)에게 바짝 추월당하게 되자 불안함을 느낀 김경모 캠프의 참모인 백찬기(김규철)가 나서서 음모를 꾸민다. 장일준 캠프 윤성구(이두일)의 약점을 알아낸 후 윤성구를 협박하며 장일준의 정보를 빼달라고 요구한다.

백찬기는 그렇게 알아낸 정보를 경쟁후보들인 신희주(김정난)와 박을섭(이기열)에게 넘겨 역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신희주는 투표결과에 따라 장일준과 후보단일화를 공약했었으나 백찬기로부터 넘겨 받은 정보를 알고는 분노하게 되고 후보단일화 약속을 파기한다.

설상가상으로 박을섭이 LA에 있는 장인영의 친모 주일란(조은숙)을 국내로 불러들여 장일준은 주일란과 내연관계였고 장인영의 생부라고 폭로하게 한다. 이로써 신희주와 후보단일화를 통해 경선 선두로 치고 나갈 기회를 코 앞에 두었던 장일준은 큰 위기상황에 처한다.



장인영과 장일준 그리고 주일란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장일준 부부와 주일란 부부는 독일에서부터 알던 사이였고 장일준과 주일란의 남편은 친형제처럼 친한 관계를 유지했다. 장인영의 아버지는 장일준의 비서로 일했는데 그 때 불법 자금을 수수했던 사실이 들통 나 장일준은 총선에도 못 나가게 됐다. 결국 장인영의 아버지는 자살하고 주일란은 미국으로 떠나버리게 된다. 이 때 장인영은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장일준이 장인영을 양녀로 삼아 키운다.

세상 사람들은 장일준을 원수의 딸을 끌어 안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주일란에 따르면 불법 자금은 장일준이 시켰던 것이었으며 장일준과 내연관계였는데 장일준이 조소희와 결혼한 후에도 강제로 불륜관계를 유지했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장인영의 아버지가 자살을 했다고 한다.

또한 세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주일란은 내연의 남자가 있었고 남편이 자살하자 그 내연의 남자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던 게 아니라 장일준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떴다고 한다. 그리고 주일란과 장일준 사이에 태어난 장일준의 딸이 장인영이기 때문에 장일준이 장인영을 입양했던 것이라고 한다.

주일란의 말에 따르면 장일준은 주일란의 말대로 '악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주일란의 일방적인 주장으로서 신빙성을 담보할 만한 증거자료는 없다.

박을섭은 증거를 얻기 위해 보좌관을 시켜 장인영을 미행하게 한다. 장인영을 미행해 조소희의 별장까지 따라왔던 자가 장인영이 유민기와 나가자 별장 안으로 들어가 장인영과 유민기가 마시던 술병을 가져가서 장일준과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다.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일 확률이 90% 일치한다고 나왔다. 박을섭은 여비서와의 스캔들이 폭로되는 바람에 위기에 몰렸었는데 그것을 폭로한 장본인이 장일준이라는 것을 알고 복수의 칼을 갈던 차에 횡재를 했다며 쾌재를 부른다. 시료가 좀 더 있으면 99프로까지 맞출 수가 있다는 보좌관의 말을 무시하고 주일란으로 하여금 방송을 하게 한다.



이쯤 되면 영락없이 장인영이 장일준의 친자식인 것 같다. 그러나 주일란의 말에는 신빙성이 없고 박을섭의 행동은 치밀성이 결여되어 있다.

박을섭에게 정보를 넘겨준 백찬기는 박을섭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해 봤는데 주일란이 알콜 중독에 하자가 많은 여자인 것 같으니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믿을 만한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충고해준다. 실제로 주일란은 박을섭과 대화를 하던 도중에 알콜 중독 증세를 보이며 술을 찾고 마시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박을섭은 '내 복수이고 일단 나한테 넘겼으면 맡기라'면서 백찬기의 충고를 무시한다. 백찬기는 교활하지만 주도면밀한 인물이라면 박을섭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이거다 싶으면 일단 무조건 들이받고 보는 지극히 단순한 인물이다.

주일란은 미국에서 백찬기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데 처음에는 무시하려다가 100만 달러를 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한국행을 선택했다. 알콜중독으로 횡설수설하는 주일란의 말에 신빙성을 부여할 수도 없다. 또한 박을섭이 받아 든 유전자 검사 결과에도 문제가 있다. 시료로 쓰기 위해서 가져간 것은 장인영과 유민기가 마시던 술병 모두였는데 그 결과가 장인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 유전자 검사 결과는 오히려 유민기에 대한 결과라고 보는 게 맞다.

극중 장일준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꼼수를 쓰는 꽤 비열한 인물이나 주일란의 일방적인 주장대로의 막장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그리고 조소희가 장인영이 장일준의 친자식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국 재벌들의 정보력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막강하다. 무엇보다 장인영과 유민기가 남매 사이라면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씬을 찍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영혼이 바뀐 김주원과 길라임이 하룻밤을 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아무리 막장을 표방하는 드라마라고 해도 이런 설정을 공중파로 내보낼 정도로 막가지는 않는다.

장인영과 유민기의 결혼이 불가능한 심리적, 법률적 문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장인영과 유민기는 남매 사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둘이 남매 사이가 아니니 둘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둘의 사랑은 심리적면 면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법률적인 면에서도 이루어질 수 없다.



조소희는 산책을 나왔다가 장인영과 유민기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는 장인영을 불러 유민기는 절대로 안 된다고 못을 박는다. 조소희는 장인영에게 '가슴으로 낳은 내 자식'이라며 자기의 말을 무시하고 유민기와 사귈 거라면 앞으로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호통치며 캠프를 따라다니던 장인영을 서울로 올려보내고 수시로 확인전화를 한다.

장인영이 외박했다는 사실을 안 조소희는 서울로 올라 와 장인영의 뺨을 때리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내 가슴에 이렇게 못을 박아. 잘 들어. 두 번 다시 말하지 않아. 니가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유피디는 안 돼. 안 그러면 너는 더 이상 내 가족이 아니야. 알겠니?"

조소희가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이유는 유민기라는 존재가 시한폭탄과 같기 때문이다. 조소희는 야심을 위해 아버지를 감옥에 보낼 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흔들리는 것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유민기의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도 장일준에게 시한폭탄일 유민기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 참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민기가 장인영과 사귀면서 조금씩 가족들의 울타리 속으로 비집어 들어오는 게 싫고 만약에 장일준이 유민기를 아들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그 순간을 절대로 용납하고 싶지 않다. 또한 가슴으로 낳은 딸로서 친자식처럼 귀하게 키웠던 장인영이 유민기와 사귀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유민기로부터 장인영과 사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일준도 역시 장인영은 가슴으로 낳은 딸로서 둘은 남매 사이니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장일준의 경우는 조소희와는 약간은 다른 의견인데 장인영과 유민기의 감정이 사랑이라기 보다는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장일준과 조소희는 심리적으로 장인영과 유민기의 교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

민법 제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③항을 보면 '6촌 이내의 양부모계(養父母系)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제815조(혼인의 무효) 4호에는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에는 혼인을 무효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근친혼 등의 금지 조항은 동성동본 금혼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효력이 상실되고 2000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동성동본 금혼 조항은 폐지되었으나 생물학적 및 성윤리 규범적 이유에서 근친혼 금지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장인영은 장일준의 양녀로서 6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혈족이 되므로 장일준의 친자인 유민기와는 민법 규정에 따라 혼인할 수 없는 사이가 된다. 만약에 장일준이 파양을 하더라도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에 해당하여 둘의 혼인은 무효사유에 해당한다. 입양에 의하여 법정혈족 또는 인척관계가 성립되었던 일정한 범위의 자 사이에서 그 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사회윤리적 이유에서 혼인의 경우에도 파양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진행을 보면 유민기가 장일준의 친자식임이 언젠가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을섭이 의뢰한 유전자 검사 데이터에 혼선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주일란의 폭로 과정에서 유민기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고 조금 더 늦춰질 수도 있다. 결국 장인영과 유민기의 사랑은 결실을 맺을 수 없고 비극으로 끝날 것이라는 얘기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