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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아이유'의 이미지 과소비, 괜찮나?




요즘 연예계에서 '대세'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아이유다. 아이유는 가요계에서 대세를 굳히더니 그 여세를 몰아 예능과 드라마로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이젠 광고계에도 진출했다. 아이유는 톱스타들이 거쳐간 삼성전자 '애니콜' 전속모델로 발탁되었다고 하는데 광고계에서도 아이유의 대세를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으로서 학업까지 병행해야 하는 아이유가 이 많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해내고 있는지 관전자로서 보기에도 참 안쓰럽게 여겨진다. 또한 이러한 아이유의 대세에 편승하려는 방송과 언론에 의해 아이유의 이미지가 과소비되고 있는 게 아닌가 염려도 된다. 물론 아이유의 선택에 의한 것이겠으나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아이유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괜찮을지 모르겠다.

아이유는 KBS 월화드라마 '드림하이'에 출연해 김필숙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누가 아이유인가를 알아챈 것은 기린예고 신입생 선발 오디션에서 새우 초밥 인형의 탈을 쓴 지망생이 심사위원들과 말을 할 때 목소리를 듣고 나서였다.

새우 초밥 인형의 탈을 벗은 아이유의 모습은 마치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를 연상시킨다. 뚱뚱하고 못생겼으나 타고난 목소리로 기린예고 선생들마저도 감동시킬 정도의 뛰어난 가창력을 갖고 있다. 기린예고 이사장(배용준)의 말대로 김필숙(아이유)은 살도 빼고 엄청 예뻐질 것이며 우수한 가창력으로 대형 스타로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유는 뚱뚱한 김필숙을 연기하기 위해 특수분장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만 대략 대여섯 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고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연기하는 시간도 꽤 많이 걸릴 것이다. 멀티엔티테이너라는 말로 포장하기엔 본업이 가수인 아이유가 허비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

또한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아이유가 맡은 김필숙 역할의 분량도 적고 분장을 한 상태여서 아이유의 연기력을 평가받기에도 적절해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유가 이 드라마에 출연해서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과연 얼마가 될 지 미지수라 하겠다.

아이유는 또한 SBS 일요일 '영웅호걸'이란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용산역에서 실시한 현장투표에서 1등을 차지했듯이 예능에서도 아이유는 역시 대세다. 지난 주 '영웅호걸' 멤버들은 일일 우체부가 되어 전라남도 보성군에 있는 작은 마을을 찾아 가 우편물도 배달하고 즉석에서 현지인들의 민원도 해결해 주는 미션을 수행했다.

이 날 방송의 오프닝에는 아이유가 토끼 탈을 쓰고 등장해 '좋은 날'을 불렀다. 그 이전 주 방송에서 한 고등학교에 가서 수업을 한 미션에서 진 팀에 대한 벌칙을 아이유가 수행한 것이다. 아이유에게만 벌칙을 수행하게 한 이유가 좀 뜬금없어 보인다. 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인 아이유에게 수업을 맡기고 아이유에게 학생들이 많이 몰릴 것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고 그래서 다른 멤버들이 벌칙 수행자로 아이유를 지목했다는 이유다.



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인 아이유가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 앞에서 진행한 수업은 내용도 적절했고 여러가지 면에서 고등학교 2학년 답지 않게 좋았다. 또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의 거대한 토끼 탈을 쓰고 시골 마을을 누비면서도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임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이유의 성품이나 근성을 엿볼 수 있다. 사실은 아이유가 대견하고 기특해 보이기는 했지만 너무 혹사당하는 것 같아서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영웅호걸' 멤버가 고등학교에 가서 수업을 한 것과 토끼 탈을 쓰고 우편 배달을 한 두 방송은 아이유의 이미지에 편승해서 제작된 대표적인 방송이라 할 수 있다. 수업에 학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이유의 이미지를 내세웠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이유를 토끼 탈로 분장시켜 시골 마을을 누비게 만들었던 것이다.

고등학교에서야 아이유가 대세일 것이므로 아이유를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보성의 작은 마을에서는 아이유가 누군지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은데 거대한 토끼 탈을 씌워 혼자 장보기를 시키고 시골 집을 걸어서 찾아다니며 우편 배달을 하게 한 것은 좀 심했다. 오죽했으면 현지인들이 아이유의 토끼 탈을 벗겨주려고 했을까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다.

보성의 작은 마을에서 아이유가 누군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는 것을 제작진들도 몰랐을 리는 없다. 여기서 아이유의 이미지를 소비할 필요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렇게 무리한 설정을 이어간 의도는 방송용으로 아이유의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아이유의 삼단애교가 화제로 올랐듯이 아이유의 일거수 일투족이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다. 연예인으로서는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아이유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시기나 질투를 받게 되는 뜻하지 않은 기회도 더 늘어날 것이다. 며칠 전에 나왔던 성형의혹이라든가 극히 일부의 팬들이 아이유의 비호감을 부채질할 수도 있는 비뚤어진 팬심을 나타내기도 하고 있다.

아이유는 음악적으로는 천재성을 가졌다고 평가되지만 월 초 자신의 미투데이에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어 올렸다가 뒤늦게 위험한 상황임을 알아차리고 급히 삭제했던 데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아직도 어리고 미숙한 면도 많다. 성형의혹처럼 인기 연예인에게 통과의례와 같은 의혹들이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미지를 너무 조기에 방송 프로그램의 인지도 상승만을 위해서 소비하고 있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할지는 의문이다.

드라마 '드림하이'에는 부도내고 도망 간 고혜미의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고혜미를 기린예고에 보내고 가수로 키워 돈을 받아내려는 사채업자(안길강)가 나온다. 인신매매를 하지 않고 고혜미를 학교에 진학시키니 악덕 사채업자는 아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간이 영수증을 별도로 챙겨 열 배 장사를 하려고 하며 벌써부터 자기네 소속 가수라며 담당교사에게 보증하라며 집문서를 담보로 잡는 문서에 서명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것 같기는 한데 설마 아이유의 소속사가 이런 악덕 사채업자와 유사한 패턴으로 아이유를 착취하는 곳은 아닐 것이다. 또한 '왔을 때 바짝 땡겨야 한다'고 간혹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사용하는 은어와 같은 경우도 아닐 것이다. 아이유는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가수라고 보는데 관계자들이 아이유의 이미지가 조기에 과소비되는 것을 막고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 이상은 관전자의 관점에서 보는 노파심이다.



아이유를 보면 마치 백지 같다. 그 눈은 맑고 행동거지는 예의바르고 정제되어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무엇보다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고 마음에 든다. 아이유에게 살인적인 스케줄을 떠안기며 너무 혹사시키고 있는 것 같아 조마조마해 보이지만 아이유라는 백지 위에 지금보다 더 멋진 그림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해서 그려져 나간다면 가장 바람직한 결과일 것이다. 아이유가 가요계에서 더 나아가 연예계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어디까지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