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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김탁구' 김미순의 재등장 암시, 殺人者

드라마 '제빵왕김탁구'는 어제 방송분에서 김탁구가 12년간이나 오매불망 찾아 헤맸던 엄마 김미순이 등장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뻔한 통속극에서는 으레 있어왔던 일이니 별로 새로울 것도 없고 놀라울 것도 없다. 일단 김미순이 등장함으로써 거성가에는 한바탕 파란이 일 수 밖에는 없을텐데 그동안 김미순은 어떤 것을 준비하고 거성가로 돌아오게 되는 것인지 거성가로 돌아와서는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또한 아들인 김탁구와의 상봉은 언제쯤에나 이루어질지도 역시 불투명한데 두 모자의 상봉은 한참 뒤로 미뤄지지 않겠나 예상한다.

드라마 '제빵왕김탁구' 어제 방송에서 구일중은 연행된 구자림을 돈을 써서 빼낸다. 이미 수배자 신유경의 소재는 확보했는데 빼주는 댓가로 돈까지 챙겼으니 검찰로서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그래도 많이 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는 오늘날에도 떡검이란 오명을 못 벗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오죽했었을까 안 봐도 훤하다. 거성가로 돌아 온 구자림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한 명 등장했는데 한승재와 맞닥뜨리게 된다. 한승재는 이 의사가 구면이라고 느끼고 만난 적 있는가 물어보지만 의사는 부정한다.



그런데 이 의사는 거성가의 가정부와도 친밀하게 얘기를 주고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의사는 누구일까?

한편 서인숙은 거실에서 편지를 뒤적이다가 손글씨로 '작은사모님'앞으로 된 편지를 발견하고 봉투를 뜯어 보고는 놀란다. 봉투 안에는 '殺人者(살인자)'란 세 글자가 붓글씨로 써 있다. 봉투에 있는 손글씨와 편지지에 써진 붓글씨의 부조화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암시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편지는 대체 누가 보낸 것일까? 서인숙이 한승재와 함께 시어머니를 빗 속에 방치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서인숙과 한승재 외에 구마준과 구자경 뿐인데 이들이 서인숙에게 이런 편지를 보낼 리는 없다. 그 외에 이 사실을 알고 있을만한 사람은 구일중과 가정부 정도로 추정해볼 수 있다. 구일중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정략결혼을 했을 정도였으니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서인숙에게서 등을 돌리지는 못했을 것이고 가정부의 경우는 설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야말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불과하다.

이 편지는 김미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봉투에 손글씨로 또박 또박 써 넣었는데 이것은 발신자가 누구인지를 애써 숨기려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김미순은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아마도 가정부를 통해서 듣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김미순은 거성가에 연락해서 김탁구의 소식을 알고자 했으나 김탁구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얘기와 함께 가정부로부터 서인숙의 악행을 듣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김탁구를 거성가에서 내친 것도 서인숙이었다고 단정했을 것이다.

위는 한 가지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지나친 비약이 가미되었으므로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인 또 다른 가정을 해보아야 한다. 어쩌면 김미순은 홍여사의 사망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을수도 있다. 가정부가 서인숙의 악행을 알고 있었다고 볼만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행방을 알 수 없는 김탁구가 사망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이 서인숙의 소행이었다고 단정하고 있을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서인숙에게 보복을 계획하게 되었고 거성가로 돌아올 결심을 했을 것이다.



김미순은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그것은 위에 언급한 의사에 의해서 우연히 발견되었고 그 의사가 김미순을 살려냈으며 의사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부부의 연을 맺었을 것도 같다. 한승재에게 '닥터 윤'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하는 위의 의사, 어디서 봤었나 한참 기억을 더듬었는데 잉태한 아이를 강제로 낙태하려는 한승재로부터 도망쳐서 김미순이 잠시 머물렀던 시골 보건소에 있었던 의사였다. 그 의사는 당시에도 김미순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은근히 프러포즈를 하기도 했지만 김미순이 에둘러 거절하곤 했었다. 한승재가 보건소까지 쫓아왔을 때는 김미순이 피신하도록 도와주기도 했었다.

김미순이 거성가로 돌아오게 되는 날은 언제일까? 아마도 홍여사(서인숙의 시어머니)의 제삿날에 김미순이 거성가로 발을 들일 것으로 짐작된다. 극중에서 가정부가 서인숙에게 홍여사의 제수음식을 어떻게 준비할까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이 날 김미순이 거성가로 돌아온다는 암시인 것 같다. 의사가 한승재에게 5년 전부터 거성가의 주치업무를 해왔다고 말하는 것으로 본다면 최소한 그 정도는 김미순이 거성가의 가정부와 연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의사도 역할을 했었을 것이다. 의사가 가정부와 친밀하게 얘기하는 장면에 이르면 이런 추정이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드라마 '제빵왕김탁구'는 등장인물들끼리 서로 애증이 얽히고 설키며 갈등을 높여가고 있다. 김탁구와 구마준의 대결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구일중과 서인숙 그리고 한승재의 애증도 깊어지고 있고, 구일중에게 김탁구의 소식을 전하려던 진구는 우연히 전화를 받은 한승재와 만나게 됨으로써 또 다시 김탁구에 대한 애증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것 같고, 신유경과 구자림은 결국 악연으로 돌아서게 되고 신유경도 가치관에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서서히 갈등이 고조되면서 드라마는 재미있어 질 것 같기는한데 이러다가 정작 제빵 얘기는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전선이 너무 넓어 보인다.


첨(添) ; 2010. 7.16. 금

또 다른 가정을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김미순은 탁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복수를 계획해 왔을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전에 한승재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탁구를 거성가에 남겨놓고 혼자 거성가를 나가면서 한승재에게 '탁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것을 걸고라도 복수를 하겠다'고 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계속 거성가와 연락을 해봤지만 탁구의 행방을 알 수 없으니까 탁구가 죽었고 그것이 서인숙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복수를 계획해 왔고 이제 실행에 옮기려는게 아닌가 보여집니다.

아무튼 김미순은 닥터윤과 어떤 방법으로 복수를 할 계획인지 흥미진진하네요. 또한 살아 있는 탁구와 상봉할 장면도 기대되는데요, 이런 통속극들의 특성을 보면 두 모자의 상봉은 상당한 뜸을 들인 후에나 이루어지지 않겠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