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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늘 '천하무적야구단'의 방향을 말하다

'천하무적야구단' 방송을 편집하는 담당자가 바뀌는 것인지 시청할 때마다 편집된 방송의 뉘앙스가 서로 다른 것 같다. '천하무적야구단'이 방송된 지 얼마 후에 시청하기에 불편할 정도로 편집해 방송을 했기에 이 프로그램 시작 후부터 한 회도 빼지 않고 시청해 왔던 시청자로서 방송의 편집 방향에 대해 쓴소리를 좀 썼었다. 그랬더니 악플러 몇과 현직 PD라 칭하는 사람까지 찾아와 어깃장을 놓고 갔었다. 그래서 그 후 방송 시청을 중단했었다.

그래도 워낙 야구를 좋아하는 탓에 그 얼마 후에 다시 채널을 돌렸더니 이번에는 심판의 판정을 비난하는 방향으로 편집한 방송이었다. 그것이 방송 제작자로서 취할 태도는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또 썼었으나 그 후 한동안 심판의 판정에 대한 제작진의 불만은 집요하게 계속되었다. 편집된 방송을 본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심판을 욕하는 그 상황은 너무나도 터무니없었다.

어제 또 '천하무적야구단'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심판의 판정에 대한 제작진의 관점이 변경된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 경기하는 마산고 동문 야구단과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이번 경기를 이겨서 심판의 판정에 대해 관대해진 것인지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심판의 판정과 관련한 이번 방송에서 제작진의 관점과 편집방향이 변경되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심판의 판정이라는게 그렇다. 경기하는 도중에 심판의 판정에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기하는 도중에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고 흥분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나 그것은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의 얘기이고 경기가 끝난다면 거기에서 그쳐야 한다.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은 채 편집과정에서 제작진의 일방적인 감정까지 더해 심판을 매도하려는 것은 오락프로그램 방송에서는 부적절하고 제작진들의 입장에서는 어떤가 몰라도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다.

현재의 '천하무적야구단'은 기존의 멤버가 빠져 나가고 새로운 멤버가 더 많아지는 바람에 방송의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떤게 현재 '천하무적야구단'이 지향하고 있고 또한 지향해야 할 방송의 방향인지 정확히 간파할 수는 없다. 그나마도 다행으로 보이는 것은 김성한 감독이 야구 일선에서 갈고 닦은 은어를 적절히 섞은 입담을 앞세워 허준과의 호흡을 잘 맞추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어제 방송에서 이하늘의 입에서 나온 얘기가 여전히 떠올라 또 하나의 글을 더 쓴다. 방송중에 이하늘이 했던 말은 다름아닌 "야구를 즐기면서 해 본 게 너무 오래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즐기면서 야구를 한다'는 명제가 어쩌면 '천하무적야구단'의 초심이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천하무적야구단'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최강 사회인 야구단이 되겠다는 거창한 모토보다 나는 '천하무적야구단'이 즐기면서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현재 '천하무적야구단'의 멤버들은 어떤 강박에 찌들어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멤버가 많이 늘면서 기존의 멤버들과 영입된 멤버들간의 주전경쟁 못지 않게 방송분량에 대한 경쟁심리가 이들의 야구실력 외적인 면에서 부담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은 현재 '천하무적야구단'이 최초에 방송을 시작할 때와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들어섰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천하무적야구단' 멤버가 매일 모두 함께 모여서 연습을 할 여건은 아닐 것이고 야구실력이 갑자기 느는 것도 아닐텐데 야구를 잘해서 이겨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것보다는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즐기면서 야구를 하는 것이 애초에 이 방송을 제작하게 된 취지와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모인 '천하무적야구단' 멤버들이 즐기면서 야구를 하는 것, 그것이 야구다운 야구일 것이다.



한편 어제 방송에서는 야구 경기에서 쉽게 나올 수 없는 장면이 많이 나왔었는데 다소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떠오르는 것들만 정리해 본다. 야구 골수팬이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이겠으나 아마추어의 경우는 실제로 막상 경기를 하는 입장이 된다면 허둥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Infield Fly(인필드 플라이)

'천하무적야구단' 지난 방송중에도 연출되었던 내용인데 어제 또 인필드 플라이 상황이 있었다. 인필드 플라이(Infield Fly)는 무사(無死) 또는 1사 때 주자가 1, 2루 또는 1, 2, 3루에 있을 때 타자가 친 플라이 볼을 야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심판이 미리 플라이아웃을 선언하는 것이다. 심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는 순간 타자는 아웃되고 선행주자는 원래 루로 돌아간다. 이러한 규칙이 생겨난 이유는 고의 낙구로 병살, 삼중살을 유도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주자가 1루에만 있거나 플라이 볼이 아닌 경우 즉 라인 드라이브 또는 번트를 하려다가 플라이 볼이 된 경우는 제외한다. 또한 수비수가 공을 잡은 순간부터 주자는 아웃될 위험을 무릅쓰고 진루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플라이 볼과 같이 처리된다. 즉 주자는 언더베이스 즉 리터치(Retouch)를 해야 된다.

Balk(보크)

어제 방송에서는 마산상고 동문 야구단 선수가 보크를 범하는 실수를 했다. 이것은 '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투구에 관련된 동작을 일으킨 다음 그 투구를 중지였을 경우'로 투수 보크에 해당된다. 그런데 지난 방송중에 '천하무적야구단' 선수중에서 좀 재미있는 보크를 했던 경우가 있었다. 당시 투수가 1루에 주자가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1루로 송구를 했던 것 같다. 1루에 주자가 없으면 던지지 않아야 정상임에도 1루로 송구하는 다소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물론 1루에 주자가 없을 경우 던지는 흉내만 내도 투수 보크에 해당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천하무적야구단'이 아마추어라는 이유로 심판이 보크를 선언하지는 않았던 해프닝이 있었다.

그라운드 룰 더블(ground rule double)

어제 '천하무적야구단' 선수가 친 타구가 그라운드를 맞고 담장을 넘어가는 경우가 나왔다. 이를 본 허준이 '엔타이틀 투 베이스'라 설명했는데 주자인 이하늘은 홈까지 전력질주했다가 3루로 돌아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엔타이틀 투 베이스는 발음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언타이틀 투 베이스(Untitle Two Base)는 그라운드 룰 더블(ground rule double)이라고 하는 것으로 위와 같은 상황을 말하는데 타자와 주자는 2루씩 자동으로 진루할 수 있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이 규칙은 공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천하무적야구단' 정도라면 이런 규칙은 알고 있어야 정상인데 주자가 흥분 잘 하는 이하늘이었으니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주자가 공은 보고 뛰었어야 했고 3루 베이스 코치라도 중지를 시켜줬어야 정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페어 플라이 볼이 야수에 맞은 경우는 약간 다르다. 타자가 친 플라이 볼이 야수에 맞고 파울지역의 관중석에 들어가거나 또한 파울 지역의 펜스를 넘어갔을 경우에는 그라운드 룰 더블과 같이 타자는 2루를 진루할 수 있다. 그러나 페어지역의 관중석에 들어가거나 또는 페어지역의 펜스를 넘어갔을 경우 즉 홈런 구역으로 넘어갔을 경우에는 홈런으로 인정된다. 이 경우엔 펜스 거리의 제한이 있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strike out not out)

김준의 타석이었던 것 같은데 이 낫아웃 상태가 연출되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 아웃된 상태이나 포수가 세 번째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공을 놓칠 경우를 스트라이크 아웃이나 아웃되지 않은 상태라 하여 일컫는 말이다. 이 때 타자는 아직 아웃당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 1루로 뛸 수 있고 포수의 1루 송구의 성공 여부에 따라 1루에서 살 수도 있다. 무사나 1사인 경우는 주자가 1루에 없을 때만 낫아웃이 성립되지만 2사인 경우는 상관 없이 낫아웃이 가능하다. 그러나 2아웃이 아닌 경우에 1루에 주자가 있다면 낫아웃 상태가 되지 않는데 이는 낫아웃 상태를 이용해 병살을 유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온 규칙이다.

포스아웃 (force out)

이것은 어제의 상황은 아니고 지난 방송중에 연출되었던 것이다. 당시 방송에서 동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루 주자를 2루에서 포스아웃시킨 상태에서 2루로 다가오는 1루 주자를 태그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자칫하면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는 것으로 조심해야 된다. 이것은 일종의 예의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수 년 전에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가 2단 옆차기를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이것도 포스아웃과 관련해서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박찬호는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기분이 상해 있는 상태였는데 그 후 타석에 들어 서 친 타구가 1루수 앞으로 갔다. 이 공을 잡은 1루수가 1루 베이스를 밟아 아웃시키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박찬호에게 다가와서 태그를 한 것이다. 박찬호가 태그 행위가 좀 지나치지 않은가하고 항의하자 1루수가 욕설에 가까운 심한 말을 했고 결국 1루수는 박찬호의 2단 옆차기의 매운 맛을 봐야 했다.

이상에서 몇 가지를 적어 봤지만 야구 규칙이란게 매일 야구장에서 뒹구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당히 복잡하고 실제 야구를 하면서 겪게 된다면 혼동되고 허둥대기 십상이다. 그런데 여러가지 예상할 수 없는 경우의 수를 규정해 놓은 것이라 들여다 보면 꽤 재미도 있다.

그리고 위의 내용은 순수한 아마추어로 구성된 '천하무적야구단' 멤버들이 야구를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도 실제로는 다 아는 내용들이겠지만 실제로 경기를 하면서 겪게 된다면 충분히 허둥댈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적절한 쇼맨십이 가미된다면 하나의 웃음코드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천하무적야구단'을 시청하면서 가장 배를 잡고 웃었던 것은 바뀐 투수가 연습투구를 하는 상황에서 오지호가 전력질주해서 3루 도루를 했던 장면이었다. 이런 것이 '천하무적야구단'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웃음코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