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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결혼소식, 왜 생경하게 들릴까?

대한민국 바둑계의 국보(國寶), 이창호 국수(수 년 전에 이창호 프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수란 칭호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던 기사를 보았기에 여기서는 국수란 호칭을 사용한다)가 드디어 배필을 찾은 모양이다. 바둑계에선 이창호 국수의 결혼소식이 단연 화제인데 나는 이 국수의 결혼소식을 들으니 축하하는 마음 외에도 이 소식이 굉장히 생경하게 느껴진다.

이창호 국수의 나이가 벌써 35세라니 결혼 적령기를 넘겼고 그런 그가 배필을 맞이하는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직도 여드름 돋은 얼굴에 뚱한 표정으로 스승인 조훈현 프로와 대국하던 소년의 이미지로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다른 사람들 중에서도 어린 소년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창호 국수의 피앙세가 될 여인이 11세 연하라고 하는데도 사실은 그 나이차이가 의식되지는 않는다.



돌부처란 별명에 어울릴만큼 샌님으로 통하는, 이성이라고는 도통 관심도 없을 것 같이 보이던, 무표정하기로 유명한 이창호 국수가 피앙세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웃음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것이 어쩌면 생경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국내 최고의 블루칩 중에 하나였던 이창호 국수의 마음을 사로잡을 행운의 여인은 과연 누가 될까 궁금했었는데 마침내 그 주인공이 나타났고 이창호 국수도 이젠 곧 '품절남'이 되버린다. 기사를 보니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이 밝혀지고 공개 커플로 바뀐 지도 꽤 되었는데 내가 너무 세상사에 무관심했던 것 같다.

사실 이창호 국수는 한국보다는 중국에서 그 인기가 더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이창호 국수의 정보와 사진들은 중국의 온라인 사이트에 훨씬 더 많고 다양해서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하기가 더 쉽다. 이 글에 사용된 사진들은 모두 중국 sina.com에서 구한 것들인데 아래 두 사진의 내용은 2003년 10월 3일 서울 88 체육관에서 벌어졌던 KBS 바둑대축제에서 중국의 마오지아준(毛佳君) 초단과 특별대국을 했던 장면이다. 중국 기사의 제목은 "2003년 10月3日 [KBS圍棋盛典] 特別對局毛佳君戰和李昌鎬"였다.


마오 초단과의 대국 후 복기하는 장면(통역은 권효진 프로 ; 권효진은 권갑룡 프로의 장녀로서 권갑룡 도장에 바둑 공부를 하러 왔던 중국 프로기사와 혼인해서 현재는 중국에서 바둑도장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데 사진으로 얼굴을 보니 반갑다)

마오 초단은 '중국 바둑계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로서 말솜씨도 뛰어나 중국 CCTV 바둑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한국어 공부와 권갑룡 도장에서 바둑 수업을 위해 내한했을 당시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고구려史 왜곡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분명 모순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고도 한다.

여기서 마오 초단의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당시 대국에서 이창호 국수는 승부를 다소 의도적으로 보이는 빅으로 만들었는데 그래서 둘 사이에는 핑크빛 추측이 오가기도 했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이와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면서 은근히 둘 사이의 관계가 진전되기를 부추기는 것 같기도 했었다. 이번에 이창호 국수의 결혼 뉴스를 보다보니 피앙세가 될 여인과 한 번 대국을 했는데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 국수가 돌을 쓸어 담는 바람에 승부를 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천하의 돌부처 이창호 국수도 여인 앞에서는 흔들리는 모양이고, 주위에서 아무리 부추긴다고 하더라도 역시 인연은 따로 있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마오 초단과의 대국 후 인터뷰하는 장면

石佛如山, 石佛依舊 心如止水 。

이것은 전에 중국 sina.com에서 본 기사의 제목을 옮겨 놓은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창호 국수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이 제목을 옮겨 놓는 것은 이창호 국수가 왜 '돌부처'라 불리는지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아래의 내용은 조선일보 이홍렬 기자가 썼던 기사로 기억하는데 기억을 토대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몇 년 전에 한국바둑리그 조훈현 대 이창호의 사제대결 생방송 도중 슬그머니 계시원이 바뀌어 버린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초읽기의 와중에 계시원이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안좋아서 치열한 승부처를 맞은 생방송 도중에 계시에 경험이 없는 바둑리그 전문 리포터로 교체를 했었다고 한다. 전문 리포터는 경험이 없었음에도 계시원의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해프닝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사람은 이 날의 승자인 이창호 九단이었다고 한다.

"도중에 계시원이 바뀌었다고요? 난 전혀 몰랐는데......"


참 놀라운 집중력이다. 왜 이창호 국수가 돌부처라 불리며 오랜 기간 세계 정상에 군림할 수 있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라 하겠다. 결혼 후 안정해서 예전에 이창호 국수가 이기면 뉴스거리도 아니었으나 지면 뉴스거리가 되었던 때의 창호불패 신화를 재현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