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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삼형제'는 경찰 홍보 아닌 모욕 드라마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의 작가를 왜 '막장드라마의 대부'라고들 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아무런 일관성이나 개연성이 없어도 어떤 시점에 어떻게 얘기를 바꾸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라는 것을 이 드라마 작가는 정말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이런 능력을 단순히 시청률을 높이는 말초적인 수단에만 쏟을 게 아니라 드라마의 내용적인 면에 집중한다면 훨씬 더 수준 높은 의미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현찰이 태연희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방송되자 통쾌하다는 반응들과 함께 이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하는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까지도 있었다. 그런데 이 김현찰의 따귀야말로 막장드라마의 표본이고 막장드라마가 파놓은 함정으로서 통쾌한게 아니라 짜증을 더하는 장면이다. 김현찰과 도우미 그리고 태연희 이 셋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일관성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도우미를 마치 의부증 환자 정도로 취급하더니 이젠 태연희를 마치 스토커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데 여기엔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이렇게 작가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바꾸면서도 막장이 아니라 대놓고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작가가 의도한 함정에 빠지는 시청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는 경찰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고 있으며 경찰 가족이 중심인물인 드라마로서 경찰을 홍보하는 드라마로 여겨지고 있다. 전에 드라마속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대놓고 모욕하는 설정을 넣는 바람에 경찰도 도매금으로 같이 비난을 받았던 적이 있을 정도로 경찰을 옹호하는 드라마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이 드라마는 경찰 옹호나 홍보가 아니라 오히려 경찰을 모욕하고 있는 것 같다.



저번 주엔 김순경이 퇴직을 했는데 퇴직하게 된 일련의 과정은 참 황당하다. 김순경은 노점상으로부터 귤 두 개를 받는데 이 장면을 경찰 특별감사반에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문제삼아 섬으로 발령 낸다. 김순경은 해명하지 않고 사직서를 내게 된다. 귤 두 개를 받는 사진만 보고서 별다른 조사 절차도 없이 좌천시키는 드라마속의 단순하고 아둔한 경찰 특별감사반은 현실에서의 경찰 특별감사반으로 인식해도 무방하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경찰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 온 김순경이 해명도 않고 불명예 퇴직을 선택한다는 이런 설정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황당할 따름이다.

왜 이런 설정이 필요했을까? 그것은 김순경의 퇴직을 놓고 드라마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울고 불고하는 소위 생쇼를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퇴직하는 과정이 현실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억지인데 그 후의 설정들에 어떤 감동이 있을 리가 없고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현실에서의 경찰 조직도 저렇게 엉성하고 한심한 것인지, 작가의 이런 수준 낮은 억지 설정을 본 경찰은 또 어떤 생각을 갖게 될 지가 궁금해질 뿐이다.

현명한 검사 왕재수 vs 비정상인 경찰 김이상

지금은 대책없이 김이상에게 들이대는 여검사 이태백이 대신 등장했지만 초반에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던 것은 왕재수 검사였다. 왕재수는 주어영을 배신하고 판사인 지성미와 결혼하려 함으로써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고 그만큼 드라마의 인기도 올라갔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면 왕재수는 정말로 현명한 선택을 한 검사였다. 왕재수가 주어영을 배신했다기보다는 주어영이 왕재수를 질려버리게 해서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왕재수가 질려서 떠나버리게 만든 주어영은 술 먹고 주정하고 행패부리고 뽕을 아무데나 흘리고 다니고 왕재수를 만나 울고 불고 매달리기도 한다. 김이상은 주어영의 이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음에도 주어영에게 불같은 연애감정을 갖게 되는데 그 과정을 보면 김이상을 도저히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아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의 주어영은 도무지 언급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을 정도로 막가파식 무대뽀인데 왕재수의 선택이 얼마나 현명한 것이었는지 알만하고 훨씬 더 심한 모욕을 주고 떠났어야 했을 것도 같다.



이렇게 왕재수가 버린 여자 주어영과 사귀는 비정상 김이상은 주어영에게 프로포즈를 하게 되는데 그 설정은 참으로 황당했다. 대로를 막고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을 보고 김이상은 술을 마셨다며 차를 돌려 달아나고 교통통제를 하던 경찰차가 추격해 스키장까지 쫓아 온다. 그런데 이것은 김이상이 주어영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서 김이상의 팀원 전체가 꾸민 것이다.

경찰 개인의 프로포즈를 위한 목적으로 대로를 통제하고, 스키장까지의 먼 거리를 경찰차를 몰고 가고, 김이상은 불법유턴을 하기도 한 것이다. 이 과정은 명백히 경찰의 직권 남용이고 세금 낭비이며 김이상의 팀원 전체가 김이상의 프로포즈를 위해서 동원된 것으로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불법행위다.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내리는 KBS가 이런 황당한 장면은 당당하게 방송했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설정은 방통위에서 징계 결정을 내려야 할 정도로 심각한 내용인데도 방통위가 아무런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더 웃기는 장면은 그 후에 등장한다. 김이상이 결혼식 날 재판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바람에 결혼식 시간이 임박해졌다. 결혼식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기 위해 백마탄이 경광등을 꺼내 달려고 하는데 김이상이 이를 막는다. 그러자 백마탄이 '경찰의 직권 남용이라면 제가 책임지겠다'며 경광등을 단다. 이 설정은 김이상의 프로포즈와 관련한 설정으로 비난을 받자 해명성으로 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결혼식 시간에 늦어서 경광등을 달고 달렸다해서 경찰의 직권남용이라고 비난할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경찰 탓을 하지 않을 일을 가지고 명백한 직권남용, 세금 낭비, 직무유기를 해명하려는 작가의 이 발상은 경찰을 아둔하고 우습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친근한 소시민 경찰 김순경, 답답하고 한심한 경찰로 변해

김순경은 전과자가 부인이고 건강, 현찰, 이상 세 아들을 두고 있으며 둘째며느리는 집안의 도우미처럼 부려 먹고 손자들은 혼수상태다. 첫째 건강이의 자식들은 있으나 누군지도 모르고 지내며 건강이 재혼한 첫째며느리를 받아들이는데 엄청난 거짓말을 일삼으며 숨겨놓았던 아들까지 데리고 들어온다. 셋째 며느리는 자기를 모함해서 교도소에까지 가게 만들었던 주범인의 딸이고 결혼하자마자 아들을 처가살이로 들여보낸다. 이 과정에서 김순경은 주범인과 술자리에서 바로 이 놈 저 놈하는 친구가 된다.

김순경은 교도소에 있는 하행선을 면회다니며 엄청난 때문에 괴로워하는 하행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엄청난의 행방을 탐문하고 다닌다. 그런데 엄청난이 첫째 며느리 후보로 눈 앞에 나타났고 탐문하고 다니는 과정에서 엄청난과 몇 번을 마주치지만 알아보지 못한다. 엄청난의 실체를 알고 난 김순경은 '설마설마했다'고 말하는데 도대체 탐문을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설마설마했다는건지 모든 경찰들이 설마설마하며 탐문하고 다닌다는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김이상이나 백마탄 같은 경찰은 살면서 한 번도 안 만나는게 가장 좋다. 그렇지만 김순경은 근처 지구대를 지나면서 동네 식당에서 같이 식사하면서 쉽게 볼 수 있고 동네를 순찰중인 것도 자주 볼 수 있는 친근한 이웃 경찰이다. 그러나 드라마속에 나오는 김순경은 참 답답하고 한심한 먼 경찰이다. 지구대 일선에서 직접 민원인들과 마주치며 고생하는 친근한 경찰들이 드라마속에서는 참 답답하게 나온다.



드라마속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대놓고 모욕하는 설정만 해도 그렇다. 경찰을 옹호할 요량이라면 경찰의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이지 시위대를 그렇게 대놓고 모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선에서 경찰이 고생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홍보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는 경찰이 지원해줘야 할 드라마가 아니라 오히려 방송금지 가처분이라도 신청해야 될 정도로 경찰을 모욕하고 있다. 경찰이 이 드라마가 경찰의 홍보 목적과 부합한다고 판단한다면 경찰의 홍보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경찰을 홍보할 목적이라면 단순히 시청률을 올려 줄 작가보다는 경찰의 애환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해 줄 작가를 찾는게 훨씬 더 낫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땡깡'이다. 땡깡은 드라마속에서 두 번 정도 나왔던 말이기에 사용한 것일 뿐 실제 땡깡이란 말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땡깡은 간질발작을 의미하는 일본어로 알고 있으며 그 어감이 대단히 좋지 않은 말로서 사용해서는 안 될 말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 작가는 이런 저급한 용어들을 드라마속에서 참 잘도 사용하는데도 '빵꾸똥꾸'에 내려졌던 수준의 제재조차도 받지 않는다는게 신기하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는 작가가 쥐 한 마리를 그려 놓고 호랑이라고 땡깡을 부리고 있다고 정의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