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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파트너 종영, 거부된 용산 국민참여재판을 기억하라

파트너가 어느새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 가졌던 내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훌륭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올해 본 드라마를 순위로 매긴다면 찬란한 유산 아래에 올려놓고 싶다. 시청률은 좀 낮았지만 좋은 드라마를 제작한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드라마 전개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현 정권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선전했다는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향후에 좀 더 나은 스토리를 가지고 훨씬 더 좋은 드라마를 탄생시켜주길 기대해본다.

드라마 파트너가 시행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은 대중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다루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국민참여재판은 드라마 초반에 한 번 종반에 한 번 모두 두 번 등장하는데 드라마가 끝내 건드리지 못한 것이 있다. 드라마는 진성 PNC라는 거대기업의 비리와 관련된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다루었지만 현실에서는 이게 성사되기는 그리 쉽지 않을거라는 것이다.



올해 초 국민참여재판이 검찰의 거부와 법원의 기각으로 끝내 무산된 경우가 있었다. 용산 참사로 기소된 철거민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서류 열람 및 등사를 신청한 용산철거민 공동변호인단의 신청을 거부했고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국민참여재판 거부 의사를 밝혔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가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결국 국민참여재판은 무산되었다. 법원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공판 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적 관심도가 높았던 중요한 사건으로서 공정한 판결을 요하는 사건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또한 납득할 수는 없겠다.

그 후 철거민 변호인단은 용산 참사에 관한 검찰의 수사기록 약 1만 쪽 가운데 공개하지 않는 3000여 쪽에 대해 법원에 열람 및 등사를 요청했고 법원이 검찰에 수사 기록 공개를 명령했지만 검찰은 역시 별다른 이유없이 거부했다. 또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3000여 쪽의 기록을 압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결국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는데 지난 10일 대법원이 최종 기각함으로써 3000여쪽에 달하는 검찰의 수사 기록이 공개되지 않은채 재판이 이어지게 됐다.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기각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한양석 부장판사)가 재판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결국 구속 기소된 용산 철거민 피고인들은 재판도 없이 6개월이나 지나갔고 검찰에 불리한 핵심 수사 기록은 공개되지도 않은 채,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기각했던 한양석 부장판사의 재판을 받아야 하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하긴 용산 참사에 대해 처음부터 이 정권은 '살인 진압 희생자 철거민 유죄, 살인 진압 책임자 경찰 무죄'라는 각본에 따라 움직였으니 당연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드라마 파트너에는 악덕변호사 유만성이 나오는데 그는 노숙자나 서민들 등쳐먹는 쓰레기 변호사다. 그런데 이 유만성은 진성이 사들이려는 땅의 열쇠를 쥐게 되고 거대 자본 진성의 하수인인 대형 로펌 해윤의 이영우 변호사와 진성의 고급간부 한준수를 끌어 들여서 욕보이게 된다. 물을 떠오라, 개처럼 짖어라,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라고 모욕을 주다가 "너(한준수)는 높은 쓰레기, 너(이영우)는 고급 쓰레기, 나? 나는 그냥 쓰레기, 쉬레기"라고 말을 한다. 유만성이 악덕 쓰레기 변호사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통쾌한 구석도 있다.

그런데 유만성, 이영우, 한준수 이 셋 중에서 누가 진짜 쓰레기일까? 이영우, 한준수는 유만성을 쓰레기 변호사라고 욕하지만 그럴만한 자격이 있을까? 법이나 권력 또는 자본이라는 우아한 가면을 쓰고 노숙자나 서민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들 등쳐먹는 고급 쓰레기와 높은 쓰레기, 그들이 대놓고 노숙자나 서민들 등쳐먹는 그냥 쓰레기보다 더 나은건 뭐가 있을까? 그 구린내나는 우아한 가면에 도취되어 염치도 없고 수치도 모르는 고급 쓰레기와 높은 쓰레기, 그들이 진짜 쓰레기다. 적어도 그냥 쓰레기는 자기가 쓰레기인지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가 좀 빨리 끝난 것 같아 아쉬운데 예고된 다음 드라마의 제목이 '아가씨를 부탁해'인데 패떳이나 태삼 등의 방식으로 줄이게 되면 '아부'가 되니 공연히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기도 한다. 아쉬운 마음 가득하지만 다음번엔 훨씬 더 훌륭한 드라마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드라마 출연진들의 연기도 대단히 우수했다. 이동욱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의 주연들과 조연들의 우수한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최철호는 초반에 끝난지 얼마 안 된 드라마의 코믹 이미지가 겹친게 흠이었고 이하늬는 그런대로 선전했지만 그래도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비쥬얼의 가치는 별무소용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정원의 대사를 언급하고 끝내야겠다. 한정원은 이영우 아버지의 반대로 이영우의 결혼을 지켜보면서 불륜을 유지하는 사이인데 한정원의 아버지가 이것을 알고 사진을 찍은 후 이영우의 아내를 찾아가서 돈을 요구한다. 돈을 준 후 그녀는 한정원을 찾아가서 우아한 가면을 쓰고 한정원을 처절하게 모욕하고 능멸한다. 그 후 이태조와 대화를 나누던 중 한정원이 던지는 말이다.

"너희 로얄 패밀리들을 이해할 수 없다.
로얄 패밀리들하고 쓰레기 내 아버지하고 뭐가 달라?
지겹다."

한국엔 로얄 패밀리다운 로얄 패밀리가 없다. 구린내나는 우아한 가면속에 추악함을 감춘 높은 쓰레기, 고급 쓰레기들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