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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선덕여왕, 1박 2일의 반전을 배워라

드라마 선덕여왕, 일단은 더 이상 역사와 연관지어 역사드라마로 보는 것은 무리인 것 같고 그저 흥미로운 판타지 드라마 정도로 시청할만한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슬슬 짜증을 돋구는 장면들이 많아지는 것은 유감이다.

   ◁ 마야부인역 윤유선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가장 짜증났던 때는 거개의 사람들이 '식스센스급 짜릿한 반전'이라고 평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던 때였다. 미실이 조조와 한수의 이야기에 나오는 반간계를 차용해서 덕만과 천명, 유신을 이간하려는 얘기가 전개되던중에 덕만이 유신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는데 그걸 보는 순간 슬그머니 짜증이 났던 것이다.

미실은 덕만이 보던 책갈피에 적힌 글귀를 보고 생각해 낸 것이니 그 반간계를 덕만은 당연히 아는 것일테고 설마 천명, 유신도 그것을 모르고 눈치채지 못할까싶은데 그런 쪽으로 얘기를 끌고 가고 있다. 이건 작가들이 또 반전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인데 덕만이 눈물을 철철 흘리고 있으니 '대체 얘들이 뭘하는거지?' 싶기도 했고 솔직히 좀 불쾌하기도 했다.

작가들도 낯간지러웠던지 '혹시 진짜 그런 상황이 생겼을때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고 덕만의 입을 빌려 실토했다. 그것은 반전이 아니라 기만(欺瞞)이다. 그런데 그렇게 기만함으로 인해서 진짜 식스센스급 반전의 효과를 얻을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과연 그들은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덕만이 유신에게 했던 저 말은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다. 덕만이 사다함의 매화의 정체를 밝히려는 목적은 천명, 유신의 그것과는 다르고 덕만은 그것을 천명과 유신에게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둘러싼 얘기가 전개될 것임을 미리 알려준 것으로 이번주에 이어 다음주까지도 계속될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은 천명과도 얽혀 있는 것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 하겠다.

덕만이 사다함의 매화를 찾고 있고 미행을 하고 있다는 것과 대불림국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을 미실도 역시 알고 있을거라는 것을 미리 흘려놓고 또 다시 재반전으로 끌고 가는데야 더 할 말이 없어졌다. 미실의 위천제를 보면서 작가들의 이런 선택도 이해가 되고 어쩌면 그들이 옳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가만 보면 선덕여왕 작가들은 좀 뻔뻔한데가 있기는 하다. 미실이 생각해 낸 반간계를 미생이 '신묘한 꾀'라고 한껏 치켜세우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미생을 보면 설마 미생이 그걸 몰랐을거라고 보기엔 무리다. 게다가 시청자들도 모를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것이니 이런저런 말들이 싫기도 했겠고 그들 스스로도 낯간지러웠을테니 아예 대놓고 덕만의 입을 빌려 '위무제가 한수에게 써먹은 방법입니다'라고 출처를 밝혀버린다.

20, 21일 방송분은 억지스럽고 무리한 설정들이 꽤 많았다. 대표적으로 얘기해보자면 을제가 임종에게 무예가 출중한 소수 정예로만 선발하라고 하자 임종은 호국선도와 알천의 비천지도에서 선발한다. 그런데 용화향도인 덕만이 비천지도에 끼어 있었는데 소수정예로 선발되었다는 낭도들 누구도 덕만이 왜 끼어 있는지를 모른다. 덕만이 알천과 칼부림끝에 '큰 걸로 갚으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드라마가 아니라 '쌩쑈'다. 그럴려고 덕만이 알천에게 '술 한 턱 내라'고 '술 사는거보다 더 큰 걸로 한 턱 내라'는 장면을 끼워넣으며 아까운 시간을 잡아먹었던 것인가.

낭도들의 몸수색을 하겠다고 불러서 '윗도리 벗어, 아랫도리 내려, 털어 봐.'라고 하는데 실실 웃음이 났다. 어차피 덕만이 옷을 벗게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띠를 푸는척하는데까지 끌고 간다. 보아하니 덕만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남장을 하게 될거라는 얘기를 하는건지 다음주를 보면 알게 될 일이다. 하나 이 모든 '쌩쑈'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웃기는 쌩쑈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거짓말은 결국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는 법이니 말이다.

시놉시스를 보지는 않았지만 정해진 시놉시스대로 얘기를 전개할 생각이라면 반전을 노리는 상황설정은 좀 더 신중하고 주도면밀할 필요가 있겠다. 이전에 던져 놓은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이 없거나 납득되지 않는데도 대충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든가하는 억지를 부리는 장면들이 많아지면 슬슬 짜증도 늘어나게 된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반전보다는 오락프로그램인 1박 2일의 반전이 훨씬 나아 보인다. 몰카 소동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강호동과 김C의 반전, 웃음으로 포장되어 짧게 지나갔지만 거기에 살을 보탠다면 근사한 반전드라마가 나올 것이고 드라마 선덕여왕보다는 멋진 반전이었다. 드라마 선덕여왕도 1박 2일에서 반전을 배우는게 좋을 것 같다.


첨(添) ; 7월 23일 07 : 10

유신은 덕만이 여자인지를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드라마 선덕여왕이 이 의문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미리 예상해볼 수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소품을 통해서도 가능한데 물론 그 외의 다른 경우의 수도 예상해 봐야 한다.
그것을 둘러싼 얘기 전개는 꽤 '낯간지러운' '쌩쑈'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댓글 달리는 본새를 보니 "eder"들이 참으로 많은 것으로 보아
아무리 낯간지러운 쌩쑈라도 위천제의 효력은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l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