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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SPORTS

컬링 '팀 킴'의 불편함, 한심한 아나운서들 기자들

 
 
 
언영 킴, 카이엉 애, 선녕이.
 
세계 랭킹 3 위 팀인 스웨덴은 심플했고 한국 팀은 생각이 너무 많았다. 스웨덴에 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하위 팀인 한국이 결승전에서는 오히려 더 큰 부담감을 갖고 경기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것만으로도 한국 팀이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은 분명하다.
 
한국 컬링은 어느 팀이든 하나라도 아슬아슬하게나마 준결승에 진출하면 다행이고 여자팀 팀웍이 매우 좋아서 일단 일본, 중국, OAR을 잡는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캐다다 팀에 승리한 것은 accident 쯤으로 여겨졌고 일본에 패했을 때는 사실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스위스 팀을 잡으면서 팀의 사기가 올랐고 그게 분기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소통과 팀웍, 팀의 힘
 
스킵이 '빨라'라고 했는데 세컨이 '라인 먼저'라고 하자 라인을 먼저 잡아간다. 즉각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이 팀의 유대감과 팀웍이 좋았다. 사실은 규칙 상 혼성 경기가 더 흥미로울 것 같았는데 여자 팀 경기를 보게 된 이유다.
 
공교롭게 '영미'가 유행어가 됐는데 여자 팀의 구심점이 김영미 선수가 아닐까 싶다. 김은정 선수가 유독 '영미'를 많이 부른 건 그들의 역할과 훈련 습관 때문인 듯하다. 김영미 선수 대신에 김초희 선수가 그 자리에 섰을 때는 유사한 패턴으로 '초희'가 불리었다.
 
'째다'는 사투리가 아니다
 
'째다'가 사투리라는 글들이 하도 많이 보여서 출처를 추적해보았는데 제일 연장자인 '김은정 선수'가 누군가에게 '언니'라고 칭했다는 팩트도 틀린 기사인 것 같다. 여기에서 무분별하게 베끼거나 파생돼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 간략하게 베껴놓았다.
 
김은정 선수 “언니 이것부터 일단 째버리죠.”
 
해설위원 “째…짼다는 말이 무슨 말이죠?”
 
이슬비 “짼다는 말은 앞에 스톤을 쳐서 밖으로 보내버린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강인해 보이지 않습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위 기사의 내용은 엉터리다.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당시 중국 팀이 워낙 경기가 안 풀렸고 한국이 좋은 상황이었다. 한국 팀은 처음에 '히트롤'을 보다가 그 다음에 뭐라고 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고 마지막으로 '일단 째는 거 좀 봐주세요'라고 했다. 이에 이슬비 해설자는 '둘 다 내보낸다'는 뜻이라고 대답을 했다.
 
이슬비의 말 뜻은 굴리는 록과 맞는 록을 '둘 다' 내보낸다는 것이다. 이는 'Peel'인데 단순히 '앞에 스톤을 쳐서 밖으로 보내버린다'고 하는 것은 적확하지 않다. 상기한 것처럼 한국 팀이 처음에는 '히트롤'을 봤었는데 이는 'hit and roll' 즉 스톤을 던져 맞는 스톤은 내보내고 던진 스톤은 방향을 바꿔 세우는 것이다. 엉터리 기사와는 이게 더 부합한다.
 

 
다음에는 당시의 게임 상황으로 보면 'split' 또는 'wick' 같은데 선수들간의 용어니까 정확히는 모르겠고 다른 작전일 수도 있다. 실제로는 'hit and roll'을 한 결과가 되었는데 째려고 스톤을 던졌으나 결과적으로는 두껍게 맞음으로서 '히트롤'의 결과가 되었다. 김은정 스킵이 순간적인 판단으로 던진 스톤을 하우스 안에 위치시킴으로써 좋은 상황이 됐다.
 
'split'도 어쨌든 모양은 '째는' 거니까 이 경우도 선수들이 짼다고 하는지 여부는 모르겠는데 이슬비의 말에 따르면 '짼다'는 'Peel' 처럼 던지는 스톤과 맞는 스톤 둘 다 내보내는 경우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짼다'는 선수들끼리 사용하는 용어이지 사투리로 볼 수는 없고 또 짼다가 사투리인 것도 아니다. '바지가 짼다'와 '바지를 짼다'의 의미는 서로 다르지만 둘 다 사투리는 아니다.
 
컬링 팀이 사용한 사투리는 '선녀이'나 '그러이까' 정도다. '선영이'는 보통 [서녕이]로 발음하지만 의성 쪽에서는 [선녀이]('녀'도 아니고 '녕'도 아닌 울림 소리)로 발음한다. 또 '그러니까'가 보통의 발음이지만 '그러이까'('러'에 'ㄴ' 음가가 붙어 나는 울림 소리)로 발음한다. 경상도 여성의 사투리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건 이런 울림 소리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을라나'도 여러 지방에서 쓰이지만 사투리로 보는 게 맞겠다.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처럼 정선 아리랑에도 나오는 말투인데 이는 '~려나'가 표준어다. 방송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뗄래야 뗄 수 없는'은 '떼려야'가 표준어인 경우다.
 
사투리는 제주도처럼 아예 그 지방에서만 사용하는 말이 아니면 대개는 말투로서 구분을 해야 된다. 사투리랍시고 방송에서 떠드는 것 중에 제일 짜증나는 것이 강원도 사투리라는 '드래요'다. 그저 '드래요'만 갖다 붙이면 다 강원도 말인 줄 아는 '방송국 놈들'이 우리말 지킴이 행세하는 꼴을 무차별적으로 봐야 되는 것이야말로 정말 짜증난다.
 
'방송국 놈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강원도 말에 '드래요'가 있기는 하다. '강원도 사투리 가르쳐 드려요?'를 굳이 강원도식 말투로 써보자면 '강원도 사투리 갈카 드래요?' 정도로 쓰는 지역이 있기는 있다.
 
'1~5 위 팀을 모두 이겼다'는 것은 부적확하다
 
언론 등에서 한국이 랭킹 1 위인 캐나다 팀을 이겼다고 하는데 이는 적확한 표현이 아니다. 국가별 랭킹에서 캐나다가 1 위인 것이지 한국과 경기한 캐나다 팀이 랭킹 1 위는 아니다. 올림픽이 국가 대항전이어서 각국 팀으로 불리는 것인데 이를 두고 언론 등에서 마치 랭킹 1~5 위 팀을 모두 이긴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적확하다고 하긴 어렵다.
 

 
가령 중국 팀은 국가별 랭킹은 한국 보다 낮은 10 위이나 팀 랭킹은 한국 팀 보다 더 높다. 밴쿠버에서 동메달을 땄고 올림픽만 세 번째 참가한 강팀이다. 소치에서 금메달을 땄던 캐나다 팀과 은메달을 땄던 스웨덴 팀은 평창에는 못 왔다. 소치에서 금메달을 땄던 캐나다 팀과 평창에 참가한 캐나다 팀 그리고 평창에서 금메달 딴 스웨덴 팀이 top3인데 이 중에 어느 팀을 랭킹 1 위라고 볼 것인가는 기준에 따라 다르므로 사실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가별 랭킹도 좀 무의미한데 스웨덴의 경우 국가별 랭킹은 5 위이지만 밴쿠버에서 금메달, 소치에서 은메달, 평창에서 금메달을 땄다. 보통 랭킹 탑 10 안에는 캐나다 팀이 다수 포함되니까 캐나다가 국가별 랭킹에서 이의없이 1 위인 것은 분명하다.
 
캐나다 팀은 평창에서 컨디션이 아주 안 좋았거나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는 선수들이 왕왕 있는데 그런 경우거나로 보인다. 소치에서는 '최초 무패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캐나다가 평창에서는 '최초 예선 탈락'이란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별명이 '팀 킴'? 김씨로 구성되어서 '팀 킴'? 불편한 '팀 킴'
 
컬링을 보면서 제일 불편했던 게 '팀 킴'이다. 외국인들 발음인 '킴'을 방송 언론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어떤 심리일까. 일부 최씨들은 스스로 알아서 '초이'라고 소개한다. 한국인은 희한하게 대외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킴씨, 초이씨 등이 된다.
 
방송 언론 등은 더 나아가 '팀 킴'이 별명이라든가 김씨로 구성되어 있어 '팀 킴'이라며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어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국의 방송 언론 등은 왜 엉터리 정보를 걸러내고 바로잡으려 하지는 않고 무분별하게 베껴 쓰기만 할까.
 
'Team Kim'은 김씨로 구성되어 있어서 붙여진 게 아니라 스킵의 이름이 팀명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스웨덴 팀은 스킵의 이름을 따 'Team Hasselborg'다. 소치 때 한국 팀도 당시 스킵이 김씨였으므로 팀은 'Team Kim'이었다.
 

 
'Team Kim'이 별명인 것도 아니고 팀명이다. 팀명은 'Team Kim'이고 국가를 대표해 참가하므로 한국 팀으로 불리게 된다. 소치 때 'Team Kim'은 대중들에 의해 붙여진 '컬스데이'가 별명이었다면 평창 때의 'Team Kim'은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 '마늘 소녀' 또는 그들 스스로가 정했다고 하는 '컬벤저스'가 별명이다.
 
북유럽 쪽에서 김은정 스킵은 대략 '언영 킴'으로 김경애는 '카이엉애 킴' 정도로 읽히지 않을까 싶다. 김은정은 영어권으로 넘어오면 그래도 대략 비슷하게 '언정 킴' 정도로 읽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영국 일부 방송에서는 '평창'을 '파이엉 챙' 쯤으로 발음한다.
 
스웨덴 팀의 스킵을 한국 언론 방송 등은 '하셀보리'라고 한다. 'Team Hasselborg'는 내가 스웨덴어는 모르지만 대략 '팀 하셀보르히' 정도로 읽힐 것이라 추정한다. 필시 스스로 알아서 스웨덴 스킵을 '하셀보리'라고 하는 스웨덴인들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