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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142857'과 '씨름도'에 해법 있다




"태희의 재발견?" 도대체 제작진들이 무엇을 재발견했다는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시청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방송쟁이들의 말장난은 참으로 가소롭다. 또한 방송으로 인해 부작용이 야기되면 그에 대한 책임은 시청률을 엄폐물로 삼아 되려 시청자들에게 전가시키는 그들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다. 여기에 정치적 목적을 가진 자들의 비열한 선동질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 복잡하게 엉키고 그 폐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태가 되고 만다.

사실 김태희가 연기력 면에서는 아직 어떤 평가를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 초반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예쁘고 우아하게 보이던 김태희가 아닌 망가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지 연기력 때문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여전히 김태희에 대한 관심이었던 것이고 김태희가 연기한 캐릭터였던 이설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김태희에게 쏠리던 대중들의 관심을 이설에게로 돌려놓았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나 아쉽게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의 경우에는 김태희가 망가지고 안고 비비고 키스하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 얼개가 워낙 엉성했고 캐릭터 자체도 일관성이 없이 갈팡질팡했었다. 물론 스토리가 엉성하더라도 주연급 연기자라면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견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김태희의 연기력은 아직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를 가지고 김태희의 연기력을 평가해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다만 '마이 프린세스'에서는 그동안의 김태희와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김태희가 캐릭터를 이해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연기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김태희가 연기 인생에서 어떤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마 이번에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것도 연기에 대한 해법 찾기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김태희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방식으로 연기를 열심히 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는 자기 분석을 하고 최형인 교수를 찾아가 연기를 배우기도 했다는 대목에서는 연기에 대한 김태희의 고민과 노력의 일단을 볼 수 있다. 김태희가 연기자로서 그런 정도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도 없이 연기를 계속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청자의 관점에서 볼 때 김태희는 여전히 뭔가 포인트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연기자는 당연히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단지 노력만 열심히 한다고 좋은 연기자는 아니며 연기라는 것에 눈을 뜬 사람이라 생각된다. 연기에 눈을 뜬다는 것은 연기를 열심히 배우고 노력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연기라는 것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 같다.

the Fascinating Number 142857

142857, 이 숫자는 들여다볼수록 마치 마법 같이 신기하다. 이 숫자에 어떤 숫자를 곱하거나 나누면 꽤나 재미있는 결과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1 × 142,857 = 142,857           1 ÷ 7 = 0.142857......
2 × 142,857 = 285,714           2 ÷ 7 = 0.285714......
3 × 142,857 = 428,571           3 ÷ 7 = 0.428571......
4 × 142,857 = 571,428           4 ÷ 7 = 0.571428......
5 × 142,857 = 714,285           5 ÷ 7 = 0.714285......
6 × 142,857 = 857,142           6 ÷ 7 = 0.857142......

위에서 보듯이 도출된 답에는 142857의 순서만 바뀌어 있을 뿐이다. 나누기의 경우에는 소숫점 이하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고 무한반복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6까지가 끝이고 7 이상에서는 아래와 같이 색다른 결과가 나온다.

7 × 142,857 = 999,999

142857 × 8 = 1142856           8 ÷ 7 = 1.142857......
1 + 142856 = 142857
142857 × 9 = 1285713           9 ÷ 7 = 1.285714......
1 + 285713 = 285714

8 이상에서는 위와 같이 약간의 변형을 거치면 재밌는 결과가 생긴다. 곱하기의 경우에는 각각 1이란 숫자를 더하면 되나 나누기의 경우에는 1이 소숫점 앞에 위치하게 된다.



이와 같이 신기한 결과는 계속해서 찾을 수 있다. 이미 언급한 것 중에서도 또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데 제일 위에 언급해 놓은 곱하기의 경우 곱하는 숫자의 순서를 살짝 바꾸어서 배열해 놓는다면 아래와 같이 된다.

1 × 142,857 = 142,857           1 ÷ 7 = 0.142857......
3 × 142,857 = 428,571           3 ÷ 7 = 0.428571......
2 × 142,857 = 285,714           2 ÷ 7 = 0.285714......
6 × 142,857 = 857,142           6 ÷ 7 = 0.857142......
4 × 142,857 = 571,428           4 ÷ 7 = 0.571428......
5 × 142,857 = 714,285           5 ÷ 7 = 0.714285......

142857을 아래와 같은 식으로 더하면 재밌는 결과를 발견할 수도 있다.

142 + 857 = 999
14 + 28 + 57 = 99

일반적으로 원주율 파이(π)의 근삿값으로 사용되는 것 중에는 22/7도 들어 있는데 이 22/7을 계산해 보면 결과는 '3.142857......'로 나타난다. 22/7이 원주율 파이의 근삿값으로 사용된다는 이유로 7월 22일을 파이 근삿값의 날로 기념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142857이란 숫자는 들여다볼수록 꽤나 놀랍고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김홍도의 씨름도

단원이 그린 '씨름도' 역시도 들여다볼수록 흥미롭고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심은 온통 중앙에서 씨름을 벌이는 두 장사에게로 쏠려 있지만 그들이 앉아 있는 자세와 표정은 제각각으로 모두 다르다. 두 장사가 대충 벗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두 켤레의 신발이 마치 관객처럼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그런데 씨름도에서 씨름 시합에 몰입해 있는 관중들보다 더 흥미를 끄는 것은 유일하게 다른 데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엿장수다. 떠꺼머리를 하고 있는 엿장수는 씨름 시합을 벌이는 두 장사를 등지고 서 있지만 표정은 즐거워 보이고 그의 시선을 보면 관중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운집해 있을 것도 같다. 이 한장의 그림에서 제각각의 다양한 표정으로 씨름을 지켜보는 관중들도 흥미롭지만 씨름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엿장수가 있어 씨름판이나 주변 경치에 대해서 다양한 상상을 해보게 한다.

김태희도 알고 있음직한 142857과 씨름도를 두서없이 나열한 것은 김태희가 연기라는 것에 대해서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서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는게 필요해 보인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김태희가 계속해서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김태희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연기자 김태희를 보기 때문이다. 김태희가 142857과 씨름도라는 대본 또는 캐릭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김태희식으로 해석해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은 여전히 캐릭터가 아닌 김태희를 보게 될 것이고 이는 김태희에 대한 연기력 논란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범생다운 소망 '훌륭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

"앞으로 그렇게 훌륭한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학창시절에 All 100을 맞았고 '넘사벽'이었다던 모범생다운 소망이다. 훌륭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평면적인 소망보다는 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김태희만의 색깔을 가진 연기자가 되고 싶어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에 말이다. 어떤 캐릭터이든 김태희만의 색깔로 재해석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연기자로 보이게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훌륭한 연기자로 각인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평생 욕 한번 안 듣고 평탄한 인생을 살았을 모범생 김태희가 연예계로 발을 들이면서 갖은 욕을 먹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천박함과 모순을 상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다. 그래도 이젠 욕도 먹을 만큼 먹었고 자존심 때문에라도 연기력 논란에서는 벗어나고 봐야 된다. 그러려면 앞으로는 욕을 먹더라도 제대로 된 욕을 먹어야 한다. 즉 연기자 김태희가 욕을 먹는 것이 아니라 김태희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욕을 먹게 만들어야 하고 그 경계가 바로 연기에 눈을 뜨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평면적으로 반복하고 흉내내는 것보다 연기자만의 색깔로 입체적으로 창조해내서 보여줄 때에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드라마의 경우는 쪽대본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연기자가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연기자가 캐릭터를 창조해내서 감을 잡고 있다면 굳이 대본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연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사실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잘못 해석해서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연기자가 캐릭터를 잡았다면 이런 데는 일일이 신경쓰지 않는 게 좋다.

"배 배 배 배 배신이야, 배반!" 영화 넘버3에서 조필 역을 맡았던 송강호는 불사파 두목인 조필이란 캐릭터를 이 기막힌 한마디 말로 해석해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 같은 송강호식 캐릭터 해석이고 송강호식의 발견이었다. 만약에 김태희가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아 모방하면서 훌륭한 연기자가 되겠다는 평면적인 소망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버리고 김태희만의 색깔을 발견하고 김태희식대로 재해석해서 김태희만의 창의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게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시청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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