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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미디어와 언론

MBC, 잔인한 방송사고 난폭해진 기자들




MBC, 정말 왜 이러나? 근래에는 거의 한 달 간격으로 비난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해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 피해 현장에서 MBC 취재진들이 술판을 벌여 논란을 빚다가 결국 사과를 했고, 한달 정도 뒤인 연말에는 교통사고로 행인이 사망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방송사고로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부 폭력적인 인터넷 게임 때문에 청소년들이 현실에서도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리포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무리한 실험이 비난과 조롱을 받고 있다. 서울의 한 PC방에 관찰카메라를 설치한 후 컴퓨터 게임에 한창 몰입해 있는 초등학생들의 반응을 실험하기 위해 기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PC방의 전원을 강제로 꺼버린 것이었다고 한다.

뉴스데스크는 이 황당한 실험결과를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옵니다.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린 겁니다."라고 결론내렸다.

뉴스데스크는 이런 실험결과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분석 인터뷰를 함께 넣었다. "자신을 방해하는 방해물이 나타난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과다한 공격이 일어나면서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곽 교수는 이 황당한 실험 자료를 모두 본 후에 위와 같은 분석 인터뷰를 한 것인지 아니면 뉴스데스크가 임의로 짜깁기해 넣은 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일부 폭력적인 인터넷 게임 때문에 청소년들이 현실에서도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결론은 맞다. 그러나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험은 객관성과 타당성이 없다. 실험을 위해 설정된 상황은 억지였고 그러한 실험이 결론의 객관성을 뒷받침해줄거라는 논리는 무리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도한 유충환 기자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다. 게다가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지 미디어스에 따르면 유 기자는 "<미디어스> <경향신문>이 악플을 과도하게 많이 인용해서 마치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둔 것처럼 보도했고 제목도 악의적이라며 명예훼손에 따른 민사소송을 검토하고, 언론중재위에도 제소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뉴스가 나간 이후 시청자들은 트위터 등의 SNS를 비롯한 인터넷에서 해당 뉴스와 관련한 패러디를 동원해가며 격한 비난과 조롱을 하고 있다. 그럼 뉴스데스크의 PC방 실험 뉴스가 폭력적이어서 이를 본 시청자들이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로 귀결되는건가?

뉴스데스크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1년여 전에 사과방송을 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는 곤욕을 치뤘다. 당시 뉴스데스크는 아이티에 파견된 강 대사와 외교통상부 직원들이 호화로운 생활과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는 119 대원들의 모습을 비교 보도했으나 강 대사의 발언이 잘못 편집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사가 왜곡되었던 셈이다.

아이티 관련 뉴스와 PC방 실험 뉴스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뉴스를 사실전달에 목적을 두지 않고 인위적으로 편집하고 설정한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다.



뉴스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지 흥미거리로 기자가 만들어내는게 아니다. 뉴스가 재미까지 있으면 좋겠지만 그 재미에 사실 전달이 묻히면 곤란하다.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사실을 전달해야지 결론을 내놓고 취재를 하거나 짜깁기를 하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뉴스의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은 좋으나 그를 위해 인위적인 설정을 한다면 이미 그 자체로 현장감은 실종된 것이다.

MBC가 자꾸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는데 혹시 시청률 올리기를 위한 네거티브 전략을 쓰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얻기에는 네거티브 전략만한게 없으나 자칫하면 치명적인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논란이 반복되면 MBC 전체의 신뢰도는 추락하게 될 것이다.

신용은 거울과 같은 것이다.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회복되지않는다. - H.F. Amiel

교통사고로 행인이 사망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잔인한 방송사고를 내더니 MBC 기자들이 난폭해졌나?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을 보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더니 비판 기사를 낸 언론사를 고소하겠다는 폭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뉴스데스크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이렇게 결론을 내려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