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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미디어와 언론

'회피연아' 동영상은 오히려 김연아의 문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소위 '회피 연아' 동영상을 제작한 누리꾼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서울 종로 경찰서가 이를 조사중이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관련 동영상을 퍼 나른 네티즌들을 통해 최초 제작 유포한 사람을 특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길태 사건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민생범죄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제보엔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경찰이 이런 경우에는 참 빨리도 움직인다.



'회피연아' 동영상은 당시 KBS가 생중계했고 전국에 방송되었던 KBS의 영상을 어떤 누리꾼이 김연아 부분만 재편집한 것이다. KBS 생중계와 해당 동영상을 모두 본 나로서는 문광부의 고소가 3류 코미디 정도로밖에는 안보인다. '회피연아' 동영상은 일종의 성대모사와 같은 지극히 감각적인 유머정도로 보였다면 문광부가 이 동영상을 문제삼아 고소한 것은 억지스런 3류 코미디로 보인다.

현 정권의 특징 중에 하나는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관권으로 억압하려 한다는 것이다. 현 정권에 들어와서는 정치 풍자는 고사하고 현직은 물론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성대모사마저도 공중파 방송에서 보기 힘들다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의 성대모사가 유일하게 코미디 소재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은 현 정권을 사는 한국인 모두에게 불행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 정권은 이렇게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가능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듯하고, 그것을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리꾼들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이해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고소라는 3류 코미디로 동문서답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명예가 훼손된 것인가?

언론 기사를 보면 문광부가 고소를 했다는데 해당 동영상이 문광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문광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가? 문광부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고 문광부 장관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면 문광부가 고소권자가 될 수 있는가?

해당 동영상을 보고 문광부 장관이 명예가 훼손당했다면 그것은 '사회적 평가'로서의 명예가 아니라 문광부 장관 개인의 '주관적 평가'로서의 명예로 보인다. 왜냐하면 해당 동영상을 본다해서 문광부 장관의 사회적 평가가 과소평가될거라고 생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는가?

문광부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면 그것은 해당 동영상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해당 동영상을 고소해서 웃음거리를 자초한 문광부 스스로에게 있다. 혹시 문광부가 고소한 것이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소위 반의사 불벌죄'라는 것을 이용해서 어떤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면 완전히 판단착오다. 문광부의 고소는 무리한 것이고 차라리 서둘러 고소를 취하하고 문제를 봉합하는 것이 백번 나은 선택이다.

'회피연아' 동영상은 오히려 김연아의 문제

문광부의 고소 뉴스를 보면서 '회피연아' 동영상을 볼때와는 달리 의문이 한가지 생긴다. 해당 동영상의 제목처럼 '김연아가 문광부 장관을 회피한 것은 진실인가'하는 것이다. '여신'이라 불리는 김연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문광부 장관의 그것보다는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는데 해당 동영상으로 인해서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면 그것은 문광부 장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김연아로 보인다. 해당 동영상을 보고 아무도 김연아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문광부 장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첨(添) ; 2010. 3. 18. 목. 18 : 08

온라인상에서 정말로 심각한 폐해가 되는 것은 바로 이 글에 달린 부류의 악플들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한나라당이 온라인상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단속해야 될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도 바로 이 글에 달린 부류의 악플들입니다.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에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내용도 바로 이 글에 달린 부류의 악플들에 집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검찰과 경찰이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이 글에 달린 부류의 악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상에서 이 글에 달린 부류의 악의적인 댓글들의 폭력에 무방비상태로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일반 국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집중하지 않는다면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은 옥상옥과도 같은 불필요한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반정부적인 내용이라고 판단하는 글들만을 단속하려는 도구로 활용하려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무방비상태로 악의적인 댓글들의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될수밖에 없는 일반 국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선도하려 한다면 이 글에 달린 부류의 악플들부터 먼저 온라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게 더 설득력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