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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제빵왕 김탁구' 모자상봉보다 더 감동적인 엇갈림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26부는 김탁구가 오락가락하면서 대체적으로 산만하게 전개되었다. 그런 중에서도 서로가 오매불망 찾아 헤매던 김미순과 김탁구가 맞딱뜨리기는 했으나 또 다시 엇갈리게 됨으로써 두 모자가 상봉하는 것보다도 더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탁구는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는 했으나 이사진들은 김탁구가 거성식품 청산 공장에서 한 달 동안 거성식품의 맥락을 잇는 신제품을 개발해 낸다면 이사회를 다시 열어 거성식품 대표로 인정해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청산 공장은 이미 전체적으로 운영 상황이 좋지 않아 그대로 방치한다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이미 한승재가 장악해 둔 상태라 김탁구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그런 청산 공장에서 한 달 밖에 안 되는 기간동안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내야만 하는 데다가 그 안에 신제품 개발까지 해 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박변호사는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을 설득하는 김탁구의 진심을 발견하고 더욱 더 독려하기 위해 모질게 몰아 세운다. 청산 공장 상황이 어렵지만 회장인 구일중을 대신하려면 그 정도는 정면돌파 해줘야 사람들도 김탁구를 대표를 믿고 따를 거 아니겠냐며 그 정도도 못해내는 사람이라면 회장 대리인 자리도 내놓아야 될 거라고 한다. 그리고 거성 대표 자리가 그냥 쉽게 거저 얻어질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고 못을 박는다. 그러나 '어쨌든 오늘 이사회에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 다행이고 청산 공장에서도 성과 있길 바란다'며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장면은 주마가편이란 말이 떠오르게 하는데 박변호사는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배합해 가면서 팔봉의 빈 자리를 상당부분 잘 메워주고 있는 것 같다.



한편 닥터윤에게서 거성식품 대표로 들어 온 거성식품 장남이라는 젊은이가 김탁구라는 소식을 들은 김미순은 아들을 만나러 거성식품으로 들어 온다. 그러나 어린 탁구를 거성가에 모질게 떼 놓고 왔던 회한과 온전히 거성가의 장남으로 만들고 싶었다던 구일중의 말 사이에서 방황한다. 김미순은 비서인 미스장에게 '나 없이도 이렇게 여기까지 잘 살아왔는데 새삼 내가 나타나도 괜찮을지, 이렇게 만나러 가도 괜찮을지 그걸 잘 모르겠다'며 망설인다.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데 그 시각 김탁구는 차비서와 함께 청산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 탄다. 엘리베이터에 타려던 김미순은 어지러움을 느끼고 잠시 벽에 기대고 서 있는데 그 순간에 다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김탁구가 스쳐 지나가게 된다. 그렇게 또 엇갈리는가 했는데 지나가던 김탁구가 김미순에게 돌아와 어디 편찮은건지 물으며 사람을 불러다 드리든가 회사에 따로 휴게실이 있으니 거기로 옮겨드릴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스장이 괜찮다고 대답하고 김탁구는 이대로 괜찮으냐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본다.

"김탁구씨!"



바로 그 때 김미순의 귀에 오매불망 꿈에서도 잊지 못하고 그리던 아들 탁구의 이름이 쩌렁쩌렁 울려 온다. 일순간 모든 시간이 멈춘 듯 김미순은 가슴이 먹먹하고 벅차 오른다. 이 소리는 이사회를 마치고 내려오던 이사들이 김탁구를 부르는 소리였다.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니 너무도 늠름하고 잘 생긴 아들 탁구가 이사들에게 둘러싸여 '소싯적 회장님 뵙는 것 같았다'며 '부디 회장님의 뜻을 잘 이어가길 바라고 앞으로 행보에 아주 기대가 크니 잘 해 보라'고 칭찬과 격려를 받고 있다.

김미순은 직접 제 눈으로 아들 탁구를 목도하고서도 차마 믿을 수 없는 광경이기에 미스장에게 '쟈가 참말로 우리 탁구가 맞드나'고 재차 확인을 한다. 그리고는 "시상에 저래 어른이 돼 있었드나. 참말로 잘 컸네, 우리 탁구. 참말로 반듯하게 잘 자랐네, 우리 탁구. 내 새끼."라고 감격스러워 하지만 차마 아들 탁구에게 다가가지는 못한다.

그 순간 김미순은 '그 어린 탁구는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너무나도 반듯하게 잘 자랐는데 에미라는게 복수나 한다고 그 세월 칼만 갈며 살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졌던 것이다. 그래서 어찌 고개를 들어 탁구를 대할 지 자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이제 막 큰일을 맡아 시작했는데 에미가 되어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새삼 나타나서 아들의 앞길을 망치면 어떻게 하는가'하는 우려의 마음도 함께 있었기에 차마 아들 탁구의 앞에 나설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김미순은 차마 탁구 앞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눈에 담아 보고 싶기에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14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찾아 헤맸으나 찾지 못한, 그래서 이젠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거의 체념상태이기도 했던 그 아들 탁구가 바로 눈 앞에 늠름하게 서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 순간 운명의 신이 시샘이라도 한 것인지 갑자기 김미순의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한다. 혹시라도 탁구에게 들킬까봐 기둥 뒤로 숨은 김미순은 속으로 "탁구야"라고 부르며 결국 그 자리에서 혼절해버리고 만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해야 할 지, 텔레파시가 통했다고 해야 할 지, 막 현관을 나서려던 김탁구에게 김미순의 외침이 들리게 되고 김탁구가 놀라 뒤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차비서에게 '혹시 누가 내 이름 부르는 소리 못들었는가'하고 물어보지만 차비서가 들었을리는 없다. 김탁구는 몇 번이고 뒤돌아보다가 청산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오르며 결국은 김미순과 김탁구는 또 다시 엇갈리게 되고 두 모자상봉 역시 다음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두 모자(母子)가 상봉하는 것보다 더 감동적인, 차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엇갈림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감동적인 모자 상봉을 준비하고 있길래 작가는 이런 감동적인 엇갈림을 만들어 냈을까?



너무나도 늠름하고 반듯하게 잘 자란 아들 탁구의 모습을 보고도 차마 나설 용기가 없어서 그냥 돌아 온 김미순은 음식을 입에 넘기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앓아 누워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고 있다. 이렇게도 간절한 김미순과 김탁구 두 모자의 상봉은 언제쯤에나 이루어질 수 있을런지 아직도 불투명하다. 닥터윤이 김미순 모르게 김탁구를 찾아 와 김미순의 존재를 알리게 되지만 그 순간에 조진구가 김미순을 납치하러 병원에 들어섬으로써 여전히 예측불가의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덧) 이 두 모자의 엇갈림이 상봉하는 것보다 더 감동적이어서 오늘은 이 이야기만으로 채우게 되었는데 또 다른 몇 가지 얘기는 내일 정도에 더 써 봐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