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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수상한 삼형제', 빵꾸똥꾸보다 더 불쾌하다

지난 일요일 방송된 '수상한 삼형제'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불쾌했다. 주말에는 드라마 하나를 보더라도 좀 편안하게 볼 수는 없나? 드라마에서까지 이렇게 노골적이라면 이거 어디 숨이나 제대로 쉬고 살겠나.

이 날 방송에서 김이상은 주어영에게 프로포즈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김이상은 밤에 주어영을 불러 내 차에 태우고 가다가 음주 차량 단속을 하는 경찰차를 발견한다. 그러자 김이상은 '동료들과 술을 한 잔 했다'며 그 즉시 차를 돌려 뺑소니를 치기 시작하고 음주 단속을 하던 경찰차가 뒤쫓아 온다. 김이상은 차를 몰아 스키장까지 가게 되고 거기까지 쫓아온 경찰차에 탄 김이상의 동료 경찰들의 지시로 주어영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경찰이 음주 운전 단속을 빌미로 교통을 통제하다가 김이상의 차를 추월해 스키장까지 쫓아 오고 프로포즈까지 하게 되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경찰이 사적인 용무로 교통을 통제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상당히 먼 거리를 경찰차를 이용해 시간 낭비, 돈 낭비를 한다. 경찰에게 이런 권한이 허용된 것이라면 당장 박탈해야 할 것이고, 암암리에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라면 경찰에 대한 감사 기능을 강화해서 모두 징계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것은 명백히 경찰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다.

이런 정도야 드라마의 재미를 위한 설정이었다고 봐 주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의 시나리오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한참의 시간을 잡아먹은 그 과정은 아무런 재미도 없었다.



그리고 김순경과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는 지경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럽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세세히 글로 옮기고 싶지도 않다. 이 드라마 작가와 제작진들은 도대체 뉴스도 안 보는건지, 아니면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내용을 그것도 주말 드라마에 끼워넣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뜬금없이 '돌'과 '화염병'까지 언급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너무도 황당했기에 대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추정해보기도 했다. 화염병은 8,90년대로 대변되는데 이 드라마의 시대를 얘기함으로써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시어머니 전과자와 며느리 도우미의 지나친 관계설정을 설명하려는 것인가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김순경이 하행선의 동거녀였던 엄청난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파주로 갔는데 김순경이 들렀던 가게에 '봉투는 20원입니다'라는 글귀가 보인다. 봉투값을 받게 되는건 김대중 정부였으니 디테일이 세밀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이 추정이 틀렸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결국은 '용산참사'를 전제했다는 것인데 이 사건을 가지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함부로 말해도 되는건지 '수상한 삼형제' 드라마 제작진들의 천박한 인식은 상당히 불쾌하다. '수상한 삼형제'의 선임프로듀서인 문보현 PD는 "작가가 경찰청 협조를 많이 받고 하니 경찰 입장에서 쓰려 하다가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는데 이 드라마는 경찰들만 보는 경찰용 드라마가 아니라 전 국민이 보는 드라마라는 것을 모를리 없는 사람이 이런걸 변명이라고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더 불쾌하게 한다.

설사 이 드라마가 경찰들만 보는 경찰용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방적이고 편협한 인식을 갖고 제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에게 맡겨진 임무이고 그것이 경찰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일방적인 관점에서 국민을 적이나 죄인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경찰에게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이 되지 말고 자본과 권력의 충견이 되어 국민의 권익보다는 자본과 권력만을 비호하라고 교육시키는 것과 같다. 국민과 경찰을 대립하게 하고 분열시켜서 득 보는 쪽은 자본과 권력 뿐이다. 경찰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으니 시위현장에서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행동으로 과잉진압이란 소릴 듣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는 이런 터무니없는 설정 이외의 내용에서도 상당부분 이미 시청자로서 용인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극중 전과자는 둘째 며느리인 도우미를 사사건건 구박하는데 그 설정이 도가 너무 지나치고 아무리해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도대체 이런 황당할만큼 몰상식한 시어머니가 과연 존재하는지가 의문이다. 반대로 전과자는 첫째 아들인 김건강과 결혼하려는 엄청난에게는 터무니없을만큼 관대하다. 물론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가졌으며 아파트까지 소유한 돈 많은 처녀(물론 엄청난의 거짓말이라는 것을 시청자는 알고 있지만)가 두번째 결혼하는 아들과 아무 조건없이 결혼하겠다고 하니 모든게 다 이쁘게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술상을 봐달라고 동서에게 명령하듯하는 엄청난의 편을 들고 나서며 도우미에게 그 정도도 못해주냐며 구박하는데 아무리 첫날밤이라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 설정이 가능한가 모르겠다. 거기다가 엄청난은 결혼식에서 술을 마시고 시아버지인 김순경에게 '미스터김'이라고 부르며 러브샷을 하자고 한다. 결국 시동생인 김이상과 러브샷을 하고 머리에 잔털기까지 보여주고 전과자에게는 '큰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엄청난은 김순경네 집에 들어와 살면서도 시아버지 시어머니에게 이런 언행을 반복하는데 전과자는 그것마저도 관대하며 무조건 엄청난의 편이다.

김현찰은 사업이 위기에 처하는데 경찰인 김이상에게 '법이 주먹보다 가깝다'며 김이상에게 모른척하라고 하고 경찰일에 관한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는 김이상은 그 말에 따른다. 김현찰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태연희는 김현찰의 아내인 도우미에게 김현찰의 사정을 숨기고 되려 집안에서 잘해주라는 충고까지 한다. 결국 김현찰과 태연희는 불륜의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짐작된다.

김이상의 부하 경찰인 백마탄은 주부영에게 꼬맹이라 부르고, 대뜸 반말을 하며, 일방적으로 밥을 사라고 하기도 하고, 열쇠를 던져주며 집에 와서 일을 하라고 하는데 주부영은 그 말에 아무 대꾸없이 따른다. 심지어는 아버지인 주범인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용돈을 타내 백마탄에게 밥을 사기도 하고 백마탄의 집으로 찾아 가서 청소나 음식을 하기도 한다. 참으로 몰상식한 경찰에 '외모가 경쟁력이고 외모가 딸리면 루저'라던 한심한 여대생인 셈이다.



빵꾸똥꾸 징계는 난센스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의 전반적인 내용이 몰상식의 수준을 넘는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징계를 받아야 할 건 빵꾸똥꾸가 아니라 이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다. 단지 경찰이 주인공이고 자본과 권력의 일방적이고 편협한 시선을 홍보해준다는 이유만으로 이 드라마의 내용은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빵꾸똥꾸에 대해 징계결정을 내린 사람들부터 먼저 징계를 받아야 할 것이다.

드라마가 좋은 면만을 다루고 따뜻한 내용이어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때로는 불편하지만 어두운 면을 드라마의 소재로 삼을수도 있고 그것이 어쩌면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상식적인 수준의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는 상당부분 이미 시청자로서 용인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