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킴, '참 속 편한 돼지'를 연상한 적이 있었는데 대중에겐 '성자'쯤으로 통하는 듯하다. '냉장고를 부탁해' 이문세 편에서 전문 요리사인 샘킴이 요리가 아닌 속된 말로 '밑밥 깔기'로 승리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요리사 샘킴 개인으로서는 물론 '냉부' 프로그램으로서도 자기 존재를 부정한 꼴에 지나지 않는 부적절한 것이었고 의도적으로 되풀이하지는 말아야 할 거라고 본다.

'냉장고를 부탁해' 이문세 편에서는 꽤 생뚱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요리를 하던 샘킴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원래는 파마산 치즈와 바질을 얹어야 한다'고 말을 하자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던 이문세가 갑자기 샘킴이 말한 재료를 찾기 위해 냉장고로 뛰어갔으나 다른 치즈를 들고 왔고, 급기야 이문세 냉장고가 아닌 박정현의 냉장고에서 파마산 치즈를 갖고 오고, 치즈를 갈 강판을 찾지 못 하자 감자 깎는 필러를 찾아다 주고, 바질까지 찾아서 얹어주었고, 이문세는 샘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것은 그동안 프로그램을 유지해왔던 컨셉 상 명백한 반칙이고 샘킴이 패한 것이다. 샘킴의 말은 속된 말로 하면 '밑밥 깔기'를 한 것으로서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문세가 그렇게 반응한 것은 쓸데없이 오버한 것이었고 음식에 대한 취향이 워낙 확고했고 미리 결정해두었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저런 식의 밑밥 깔기는 당 프로그램에도 여러 차례 나왔었고, 실생활에서도 자주 접한다. 그럴 때마다 이문세처럼 쓸데없이 오버하게 대응한다면 꽤 한심해 보일 것이다. 가령 면접에 온 피면접자가 준비물을 챙겨오지 못 해놓고 밑밥 깔기를 하고 나오자 부리나케 부족한 것들을 챙겨주고 그 피면접자를 합격시키기까지 한다면 그 면접자는 면접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몹시 한심한 자이거나 이미 합격자를 결정해 놓고 면접에 임한 것으로서 애초에 면접이란 절차는 전혀 불필요했다는 반증이다.

샘킴은 전문 요리사다. 이문세의 냉장고를 본 후 요리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는 파마산 치즈와 바질 없이 요리를 하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또라이든가 요리 초보든가 뭐 그런 류일 것이다. 한데 여기서 전 출연자의 도움을 받고 타 냉장고에서 재료까지 가져다가 요리를 완성했다면 나름 전문가라고 자부한다면 보통은 자존심이 상해야 정상일 듯한데 전문 요리사 샘킴은 참 태평해 보인다.

당 방송 뿐만 아니라 여러 잡다한 방송에 자주 노출되는 샘킴의 캐릭터를 보면 드라마 '파스타'의 이선균은 실제 모델이라는 샘킴과는 완전히 다른 사기 캐릭터다. 아마 드라마가 샘킴의 캐릭터 그대로였다면 드라마가 성공 못 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드라마 제작 자체를 할 수 없었을 거라고 봐야 할 정도로 별로 쓸 만한 드라마적 얘기가 없었을 것 같다.

'진짜 사나이' SSU 편에서 샘킴은 아침 기상 시간이 훨씬 지나고나서도 홀로 태평하게 침대에 누워 쿨쿨 자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비록 나이 먹고 카메라 달고 다니고 현역 사병들과는 전혀 다른 특별 대우를 받고 고액의 출연료 받으며 두어 달에 5 일 정도씩 머리 식히러 다니듯 가는 군대라고는 하더라도 웬만한 사람이면 저렇게까지 태평하게 잘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참 속 편한 돼지'가 떠올려졌다. 배가 폭풍우를 만나 난리가 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태평하게 누워서 잠을 잤다던 그 돼지. 단지 그 장면이 떠올려진 것이지 이른바 '필론의 돼지'로까지 그럴싸하게 연관지을 만한 캐릭터는 아닌 듯하다. 잡다한 방송에 등장하는 것들을 갖고 유추해 본다면 샘킴은 이런 저런 것들로부터 스트레스 같은 걸 전혀 받지 않는 참 속 편한 캐릭터인 것 같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문세 편에서 생뚱맞은 것은 두 가지다. 샘킴에 적용된 '유니 셰프' 그리고 요리할 사람의 냉장고에 없는 재료를 다른 냉장고에서 가져다 마무리한 것. 거기다가 이렇게 전 출연자의 도움을 받은 것을 물론이고, 샘킴이 미처 부족한 재료를 고려하지 못 한 것인지 그 재료 없이 요리하려고 했던 것인지 태평한 샘킴만이 알 일이나 타인의 냉장고에서 가져다가 마무리했다. 그런데 급기야 그게 이기기까지 하는 몹시 바람직스럽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위 두 가지는 이문세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든 샘킴으로서는 셰프로서의 자기 존재 가치를 부정하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될 수도 있고, 프로그램으로서는 지금껏 유지해왔던 모든 컨셉을 통째로 부정한 것이다. 향후 이런 식으로 컨셉을 잡아나갈 요량이면 현재의 프로그램은 존재이유가 전혀 없으므로 즉시 프로그램을 엎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게 맞다.

소위 '유니 셰프'는 김풍이 요리할 때 간혹 있어왔지만 그건 전문 요리사가 아닌 김풍이니까 웃고 봐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때 소위 '샘풍'으로 놀림받기는 했어도 명색이 전문 요리사인 샘킴에게 적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타인의 냉장고에서 부족한 재료를 가져다가 음식을 완성하고 이기기까지 했던 것은 완전히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컨셉은 출연자의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15 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해내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 요리사인 샘킴에게 전 출연자가 유니 셰프로 동원되는 것이 허용되고 타인의 냉장고에서 재료를 가져다가 완성해도 된다면 프로그램의 컨셉은 의미가 없다. 타인이 이것 저것 도와준다면 요리하는 셰프는 음식 익힐 시간만 필요할 뿐이니 시간 제한은 의미가 없고, 냉장고에 없는 재료를 사용해도 된다면 굳이 냉장고를 턴다고 호들갑 떨 필요도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아니라 그냥 유명한 전문 셰프에게 '한 끼 식사를 부탁해'로 바꿔서 해결할 일이다.

이상은 해당 방송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기술해본 것이고, 이문세 편 방송 자체에 대해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나 향후 의도적으로 동일한 상황을 연출하려고 한다면 이런 류의 비판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우발적인 상황은 우발적으로 끝내고 기존의 컨셉을 유지해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가령 이미 다 만들어놓고도 미처 플레이팅하는 것을 깜빡 잊었어도 그로 인해 패했었고, 유니셰프를 하더라도 다소 도를 넘게 도와주는 경우는 자제 혹은 제재를 해왔었고, 인피니트 성규 냉장고(젊은 남자의 흔한 냉장고 사정으로서 개인적으로 제일 친숙했던 냉장고)를 열어보고 셰프들이 한숨만 쉬었다. 그랬던 프로그램이 어느날 갑자기 이를 통째로 부정하고 나선다면 꽤나 황당하고 허탈한 일이다.

이문세 편은 워낙 돌발적으로 벌어진 상황이었고 이문세의 진행력도 매우 탁월했기에 그 이후 상황 진행이 자연스러웠다. 박정현이 아끼던 샴페인을 개봉할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도 좋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방송 자체에 대해서 그리 큰 불편함이나 거부감은 없었기에 비판할 의도는 없다. 그런데 그 후에 이 해프닝을 무슨 감동 코드로 우려먹는 찌라시들이 불편하게 하므로 혹여 그로 인해 프로그램의 원래 컨셉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글을 발행하는 이유다.

이문세의 유의미한 한마디, "셰프가 빛나는 밤에"

이문세 편에서 의미를 부여할 것은 해프닝이 아닌 "셰프가 빛나는 밤에"다. 즉 당 프로그램은 셰프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일시적인 화제성이 아니라 셰프와 그 셰프가 제한된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요리가 당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문세가 원한 요리는 이문세의 '체질에 딱 맞는 요리'와 '셰프가 빛나는 밤에'였는데 이문세의 체질이라는 목양체질은 한국인의 60~70%라고 언급했으니 결국은 다 셰프에게 모든 재량권을 넘긴다는 뜻으로서 이문세의 셰프에 대한 존중의 표현으로 보인다.

셰프는 출연자를 존중하고 출연자는 셰프를 존중하는, 이게 어쩌면 당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프로그램의 컨셉 방향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힌트일 것이다. 하지만 이문세 편 해프닝은 지금까지의 프로그램 컨셉으로 보면 오히려 셰프에 대한 존중과는 거리가 멀고 프로그램 존속의 이유도 없어진다.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향후의 출연자나 제작자들이 그 쪽으로 컨셉을 잡는다면 의도와는 달리 그리 썩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하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그런데 이문세가 한국인의 60~70%가 목양체질이라고 했는데 어디서 얻어들은 정보인지 모르겠다. 관련한 팔체질의학에 대해서는 확립된 설이 없고 분분하기는 하나 이런 설은 처음 본다. 그런데 체질 관련해서 보면 한국인의 대략 60%는 체질상으로 소고기를 필요로 하거나 유익하다고 하니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 수치가 얼추 들어맞기는 한다. 사실 사상의학이나 팔체질의학 같은 경우 분류하는 것이 썩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기에 개인적으로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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