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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닝' 도 넘은 건 비난 아닌 감싸기

 

 

'맹모닝'이 결국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를 한 모양인데 아니나 다를까 소위 언론은 예의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도를 넘은 악플 탓으로 돌리며 천사의 날개를 달고 추호의 반성이나 책임감도 없다. 도대체 뭔 일만 생겼다 하면 등장하는 그 쳐죽일 놈의 악플러는 어디에 있는 누굴까? 대표적으로 재수없게 걸리는 한둘만 빼면 다 자기는 절대 악플러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성인군자라는데.

그런데 '맹모닝' 사건에 있어서는 시청자의 비난이 도를 넘었던 것 같지는 않다. '맹모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건 시청자의 비난이 아니라 '맹모닝' 본인이 초래한 것이었으며 그와 관련한 제작자들의 도 넘은 감싸기가 치명적이었고 결국엔 프로그램에서 끌어내리게 된 것이었다.

만들어낸 요리를 보고 블로그 요리까지 연상해서 찾아낼 정도라면 '맹모닝'에 대한 비난은 나같은 요리 문외한이 아니라 요리에 관심이 크고 수준이 있는 사람들이 주도했던 것 같다. 이 정도 수준의 사람들을 상대로 제작자들이 편집이란 그들의 무기를 휘두르려 했다는 건 몹시 한심한 짓을 했던 것이다. 편집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골 빈 악플러들을 제작자들의 총폭탄으로 만들 수 있을 때인데.

'맹모닝'은 이미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비난이 컸었다. 그 전부터 셰프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던 자를 제작자들이 아집을 부려 프로그램에 들여놨지만 그 결과물이 나처럼 요리라고는 라면이나 끓여먹는 사람이 화면으로만 봐도 역해서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맹모닝'이었다.

기승전'맹모닝', 여기서는 더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이 상황은 종결됐고 '맹모닝'이나 제작자 두 주체 모두 거기서 멈춰야 했다. 그런데 방송 분량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면서까지 과도하게 감싸기를 하고 나섰는데 이것은 시청자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요리를 전혀 못하지만 '맹모닝'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고 만약 나한테 그걸 건넨다면 바로 쓰레기통에 집어넣을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튀김은 구두를 튀겨도 맛있다'고 하던데 '맹모닝'은 진짜 구두를 튀겨서 내놓으며 맛있으니까 먹으라고 하는 격과 다름이 없어보였다고 할 수 있다.

'맹모닝', 진짜 구두를 튀겨 놓은 격

'맹모닝'에 대한 시청자의 비난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제작자들이 여기에 개입해 과도하게 감싸기를 하고 나서니까 본질에서 벗어난 '금수저'라는 비난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맹기용은 이미 시청자들로부터 요리사로서의 자질을 심각하게 의심받고 있음에도 꿋꿋이 방송에 나오고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사안을 두고도 과도하게 감싸고 나서니 뒤에 든든한 지원자가 있을 거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다.

아마 제작자나 맹기용은 그 후의 방송에서 잘 하면 해결될 거라고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있다. 출연자의 음식 선택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도가 깨져버렸다는 것이다. 즉 맹기용이 그 후 두 번 선택이 됐지만 그 선택 자체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맹모닝' 감싸기를 위한 제작자들의 간섭이 도를 넘어섰는데 제작자들이 어디까지 간섭하는지 의심이 들고, 특히 맹기용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제작자들의 이러한 도를 넘는 간섭은 결국 부작용이 수반된다. 지엽적인 부분에서 쓸데없이 구구절절 변명해야만 하는 소모전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벌써 직전 방송에서 그런 부작용이 생겨났다. 미카엘이 음식을 만들 때 '맹모닝'을 의식한 변명을 집어넣어야 되고, 만들어진 음식을 먹어본 출연자의 반응이 시큰둥한 건 냉장고 상태를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포장하기 위해서 출연자에게 구구절절히 변명하도록 간섭해야 되는 등의 전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제작자들의 헛발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맹모닝'에 대한 비난은 방송인 맹기용에 대한 비난과 셰프 '맹모닝'에 대한 비난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이번에 비난이 응집된 것은 소위 '셰프테이너' 맹기용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감이 한계치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되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황당한 '맹모닝'을 출현시킨 프로그램의 특성과 맞물려서 보게 되면 좀 더 복합적인 심정적 거부감이 상당부분 작용했던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맹기용이 프로그램에 들어오는 것은 '필드에서는 감히 눈도 못 마주칠' 요리사들이 한정된 시간과 재료로 요리를 하고 출연자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승패를 결정짓는 프로그램의 컨셉 상 무리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미묘하다고 할 수 있는 심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거나 무시한 채 밀어붙였던 제작자들의 실착이 이번의 큰 논란을 불렀다고 할 수 있다.

대가 이연복 주방장은 언제든 셰프로 출연해도 이상할 게 없는데도 방송 스케줄을 맞추지 못한 다른 셰프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소위 '땜빵용'으로 출연을 했다. 그런데 맹기용은 이미 시청자들로부터 요리사로서의 자질을 심각하게 의심받고 있던 상황이었고 아무것도 증명해서 보여준 것이 없었음에도 의기양양하게 기존의 출연자로서 딱히 하자나 거부감이 없었던 박준우를 밀어내는 형식으로 비춰졌다. 미묘해 보이지만 프로그램을 쭉 시청해왔던 시청자에겐 상당한 심정적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제작자들은 맹기용의 자질을 거론하며 거부하는 시청자의 요구를 묵살한 채 맹기용을 캐스팅해 들이밀었지만 맹기용이 내놓은 첫 결과물이란 게 기본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터무니없었다. 그럼에도 과도하게 감싸기를 하고 나섬으로써 시청자의 정당한 비판마저 조롱하듯 묵살해버렸다. 결국 '셰프테이너' 맹기용에 대한 오래된 비난에 프로그램 시청자의 심정적 거부감이 응집됐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두 번의 변환 지점이 있다. 6 인 셰프 체제에서 8 인 셰프 체제로 넘어오는 지점과 이연복 주방장이 출연한 지점. 6 인 셰프 체제에서는 비교적 가볍고 자유로웠다면 8 인 셰프 체제로 넘어오면서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점은 좋았지만 만들어낸 음식에 대한 평이 일률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연복 주방장이 합류하면서는 분위기가 진중해졌고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특히 향후 출연할 셰프나 만들어낼 음식에 대한 전체적인 기대치가 급상승했다.

맹기용이 만약 6 인 셰프 체제에 출연했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맹기용의 요리를 선택했다면 그 사람 입맛이 잘못된 거'라고 너스레를 떨 수 있는 가볍고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한 표도 못 얻는 굴욕이 하나의 재미요소가 될 수 있었을 테니까. 8 인 셰프 체제로 넘어갔을 때의 분위기였어도 어떻게든 지나갈 수는 있었을 수도 있다. 성적 안 좋으면 바로 하차시키는 인턴 셰프라는 면박을 주고받으며 갓 합류한 두 셰프의 허둥대는 모습들이 또 나름 재미있었을 때였으니까.

그런데 맹기용은 어쩐 일인지 프로그램을 유지해왔던 모든 것에서 예외를 인정받는 엄청난 특혜를 받으며 거창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결과물을 내놓았고 그 상황에서도 제작자들은 맹기용을 감싸는 데 방송분량을 할애했다. 맹기용의 불명예스런 하차에 대한 책임은 제작자들과 맹기용 본인에게 있지 시청자에게 뒤집어씌울 게 아니다. 맹기용 캐스팅은 애초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제작자들은 맹기용을 '훈남셰프'로 소비하고 싶었고 맹기용도 그렇게 소비되길 원했을 수 있다. 하지만 맹기용은 셰프로서는 소비되고 있지 않은 지 오래였던 듯하다. 나는 요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는 맹기용을 자격증 시험에 합격할 수준도 못 된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든 것은 결국 그동안 방송에서 그 정도밖에 보여주지 못한 맹기용 본인 탓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방송 출연을 고집했던 것이 결국 불명예스럽게 방송에서 끌어내려진 결과를 만들었다.

맹기용이 오너 셰프이고 운영되고 있다면 요리 실력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시청자가 셰프로서의 자질을 의심하는 상황이 된 것은 요리를 대하는 맹기용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추정된다. 일전에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때 '만든 요리를 먹어보게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던 듯한데 이를테면 방송을 위해서 자기 요리를 희생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요리사라면 자기 요리에 방송을 맞춰야 했을 듯한데 자기 요리를 희생해서라도 방송 출연을 했다는 것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방송을 위해서 만든 요리는 먹어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음식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냈다는 것 아닌가? 어쩌면 이처럼 요리를 희생해서라도 방송에 맞추려고 했던 게 맹기용의 뒤를 봐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제작자들이 맹기용을 선호하는 이유일 수도 있겠는데 그게 결국은 시청자들로부터는 요리사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맹기용은 '공대 중퇴한 훈남 요리사'로 소비되고 있었지만 방송에서 요리사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게 됨으로써 셰프 이미지는 소비 유통기한이 끝났다. 방송이 전업인 사람들은 방송에서 소비될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고 유통기한이 끝나면 새로 만들어내서 또 소비하기도 하고 그럴 수 있지만 전문성을 갖고 방송하는 사람들의 경우 전문성에 의심을 받으면 거기까지가 한계인 듯하다. 맹기용이 다른 방송에라도 계속 출연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이미 괴리가 생긴 '셰프 맹기용'으로 다시 소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