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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정치

검찰의 조중동 구하기

오늘 아주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읽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상대로 한 '광고 중단 운동'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인터넷 뉴스에 달린 댓글의 위법성까지 낱낱이 따져 문제가 있으면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검찰이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를 알기는 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조중동을 구하기 위해서 전국민을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발상인가? 언론이란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사실을 왜곡하면 안된다. 사실을 왜곡하는 것과 그 언론사만의 논지를 지향하는 것은 다르다. 그런데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는 신문사라면 언론의 자유니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조중동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고 그래서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

검찰이 네티즌들의 정당한 소비자 주권운동을 악의적이라고 규정짓는다면 조중동이 전국민들을 빨갱이, 폭도로 매도한 것은 그럼 선의적이란 것인가? 이따위 썩어빠진 기사를 퍼나른 조중동에 대한 수사가 선행되는게 순서다.

네티즌들의 정당한 소비자 주권운동을 근거도 없는 법률 잣대로 범법 행위라 규정하는 말은 저급한 정치꾼들이라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법률을 다루는 법률가 집단이란 검찰이라면 이따위 저급한 정치꾼들과는 접근방식이 달라야 하지 않겠나.

법률가 집단이란 검사라는 작자들이 조중동이 근거도 미약한 법률해석까지 해서 한마디 떠들어대자 '권력의 시녀(侍女)'답게 업체의 고소고발도 없는 상태임에도 스스로 알아서 네티즌을 수사하겠다고 겁부터 주고 나서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권력의 눈치를 살피다가 출국금지를 시키며 협박을 하고 나서더니 이젠 뉴스에 달린 댓글까지 엄벌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게 도대체 법률을 공부했다는 검사란 작자들이 할 짓인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했으면서도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을 주절거리고 나서는 조중동이나 스스로 검찰로서의 권위를 포기하고 권력의 시녀로 나서면서 법치국가나 검찰의 권위 따위를 들먹거리고 있는 검찰이나 오십보 백보요 거기서 거기고 도토리 키재기다.

네티즌들이 광고주에게 폭행, 협박을 하길 했었나,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나 세력을 이용하길 했었나, 회사로 찾아가서 고함을 지르거나 난동을 부리길 했었나, 회사의 출입문을 폐쇄하길 했었나, 단전이나 단수조치를 하길 했었나, 분뇨를 뿌린다거나 뱀같이 혐오스런 물건을 던지길 했었나, 회사에 자릴 잡고 앉아서 농성을 하길 했었나.

특정 언론에 광고를 내는 기업의 정보를 정리해 올려 둔 게 출국금지 조치부터 당해야 될 중대한 범죄란 말인가? 그따위 기업 정보는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만 열면 나온다. 검찰청은 홈페이지 열면 민원실 전화번호 안 나오나?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네티즌들을 주로 수사 대상으로 삼아 왔다는 검찰의 공언을 보다가 재미있는 판례 하나를 찾게 되었다.

대부업체 직원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소액의 지연이자를 문제 삼아 법적 조치를 거론하면서 소규모 간판업자인 채무자의 휴대전화로 수백 회에 이르는 전화공세를 한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한도를 벗어난 채권추심행위로서 채무자의 간판업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고 보아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

설마 검찰이 이 판례를 적용하기 위해서 수사의 촛점을 맞추고 있나? 설마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법률 집단인 검찰청 엘리트 검사들이?

이 때까지 조용하더니 검찰, 정치권, 조중동 등이 총공세를 펼치자 네티즌들을 고소하고 나선 기업들이 나타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어찌됐건 기소권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니 할 말은 없지만 인터넷 뉴스에 달린 댓글까지도 시비하고 나서는 검찰의 비이성적이고 과장된 정치적 행위에는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런 검찰이 대한민국의 사회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검찰이야 '수사과정의 일환'이라고 무조건 출국금지부터 시키고 우선 불러놓고 조사를 해서 혐의가 없으면 그만이라고 해버리면 되지만 그로 인해서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받는 국민들은 뭐란 말인가?

"쇠파이프를 들어야만 폭력입니까. 촛불시위는 민주주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폭력입니다."

이젠 이 저급한 정치꾼의 말을 검찰의 입으로 직접 하게 될 날을 손 꼽아 기다리며 카운트 다운하고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돈상자를 보면 검찰이 떠올라야 되는데 돈상자랑은 거리가 멀다보니 요샌 지나다가 돈상자 대신 떡을 보게 되면 검찰이 떠오른다. 맨날 말로만 검찰권 독립을 주장한다고 누가 알아줄까.

2008.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