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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정치

한미 FTA 재협상

한국에서 벌어진 미친소 파동으로 한국내에서 한미 FTA는 실종되고 미친소만 남게 되었다. 보수진영에서는 좌파 진영이나 한미 FTA 반대 세력이 과학적 근거도 없는 소위 '미친소 괴담'을 퍼뜨려 학생들을 선동하는 바람에 한미 FTA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미친소(mad cow disease)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라고 단정해서 말을 할 수는 없다.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아직도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야 맞을듯하다. 아직도 연구하고 있는중이고 설령 그 위험의 정도가 아주 낮다고 하더라도 철저히 배제시키는게 당연하다. '로또를 산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고 즉시 당첨금을 받으러 가다가 벼락에 맞을 확률'이더라도 위험요소가 있다면 고려해봐야 되는 것이지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니 쇠고기가 무조건 안전하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미친소가 단순히 괴담수준이라면서 정부는 수입업자가 수입을 안하면 되고 소비자가 사먹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가, 미국이 설마 한국인들에게 위험한 쇠고기를 먹으라고 하겠으며 어느나라 정부가 국민들에게 위험한 쇠고기를 수입해 먹이겠냐고 했다가, 미국과의 추가협상으로 미친소가 문제되면 수입을 중단할 수 있고 일본, 대만과의 협상을 지켜보면서 추가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꿔 왔다.

30 개월 이상된 미국쇠고기가 유통되는 경우는 없다고 했지만 미국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한미 FTA  비준 안해주겠다고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집착하고 있다. 한국에 수입되어 들어오는 쇠고기가 미국인들이 먹는 쇠고기와 같은 것이라고 누구도 단정지어 말 할 수 없고 한미 쇠고기 수입협정은 쇠고기의 월령은 물론 위험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그저 미국 도축업자들이 붙여 놓은 딱지에 써있는 내용을 무조건 믿어야 된다.

미국 사람들은 쇠고기의 도축과정에서 생긴 문제여도 리콜이 가능하다지만 한국은 도축과정은 물론이고 월령이나 위험물질이 제거된 쇠고기가 맞는지의 여부도 모르고 먹어야 되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해도 미국에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 그저 '수입업자가 수입하지 않으면 되고 소비자인 한국 국민들이 사먹지 않으면' 될 뿐이다.

미국과 추가협상을 했고 추가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게 어느정도의 효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통령이 미친소 파동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던 22일자 뉴욕타임즈에는 한국 대통령이 미국 날짜로 4월 18일 체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 협정 조항에 아무런 영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과 추가협상을 했고 추가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나로서는 믿을 수 없다.

한미 FTA는 이명박 행정부가 자동차 몇 대 더 팔기 위해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내주고 부시 행정부와 졸속으로 맺은 협정이다. 이러한 한미 FTA가 한국에서 미친소 파동이 없었다해도 미국 의회의 비준을 통과할 가능성은 어차피 매우 낮았다. 한미 FTA가 부시 행정부 임기내에 미국 의회의 비준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견이 가능했었다.

우리가 대충 한미 FTA 비준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부시 행정부를 압박한다고 해서 한미 FTA 협상이 성립될지도 의문이다. 어쩌면 한미 FTA 재협상은 이미 예정된 불가피한 수순이었을수도 있는데 현정권은 충분한 검토나 국민의 의견수렴과 설득과정이 없이 조급한 성과지상주의식의 밀어붙이기로 졸속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잦은 말바꾸기나 말실수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한국내에서도 신뢰를 상실하고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던 것 같다.

결국 될지 안될지도 확실하지 않은 한미 FTA를 위해서 이명박 정부는 부랴부랴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넘겨버렸는데 그 댓가로 무엇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얼마 후 부시 행정부가 물러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한미 FTA 재협상이 불가피해진다면 모든 카드를 다 써버리고 바닥을 드러내버린 이명박 정부는 그 때에 가서는 또 무엇을 협상카드로 내놓을텐가.

좌파 세력, 한미 FTA 반대세력들이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미친소 괴담을 퍼뜨려 어린 학생들을 선동하는 바람에 한미 FTA가 처리되지 못해서 곤경에 빠졌다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할텐가. 어쨌거나 이젠 지켜볼 일이다.

200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