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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정치

이명박 정권, 해도 너무한다. 유족들을 폭행하기까지 하나?

지난 5일 용산참사로 희생된 유가족들이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 윤용헌씨의 부인 유영숙씨와 고 한대성씨 부인 신숙자씨가 당일 오전 경찰청사 로비 앞 주차장에서 김석기 청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항의농성을 벌이다 1시간 가까이 감금당했고 경찰의 호송버스에 강제로 태워져 한남동 순천향병원에 이송당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경찰로부터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저항하다가 유 씨는 왼쪽 엄지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형사기동대 소속 남성 경찰관 4명으로부터 사지를 붙들린 채 경찰 호송버스에 태워졌으며 병원에 도착한 후 강제이송에 항의하다가 현장에 있던 용산경찰서 정보계 경사로부터 얼굴 주변을 주먹으로 가격당했다. 유씨는 입술이 터지고 안면, 두부에 '전치 2주'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었으며, 상복이 벗겨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한남동 순천향병원에 있던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도 경찰의 강제이송을 항의하는 과정에서, 용산경찰서 소속 경사로부터 팔을 두 번 꺾이고, 발로 허벅지를 세 차례 가격당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故 양회성 씨의 큰 아들 양종원 씨에 따르면 그 사복 경찰이 "야, 이 씹팔 년들아, 개 같은 년들아,  난 니네들이 내는 세금 받은 적 없다." 이렇게 차마 입에 담지 못 할 욕설을 하면서 구타했다고 한다.

유 씨는 현재 왼쪽 뺨 주변과 두부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김 씨는 현재 손목과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보행에도 지장이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그런데 연합뉴스엔 '용산참사 분향소서 경찰관이 폭행당했다'는 기사가 떴고 경찰은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란다. 경찰에 의해 자행된 유족들의 불법 감금, 폭행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데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의 논평에 따르면 "경찰은 자신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는커녕, 오히려 이번 사안을 유가족이 경찰을 폭행했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과정에서 고인들이 살인자로 둔갑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유가족들을 '경찰 폭행범'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명박 정부의 하수인인 이명박 정부의 경찰답다.

6명의 생명이 희생된 용산참사가 터지고 나서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행태를 보면 '그들이 과연 사람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 어떤 가치도 생명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고 그 어떤 정책도 생명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 소중한 여섯 명의 생명이 희생된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이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 한 마디 없이 도리어 사건을 왜곡하고 감추고 강제로 억누르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꾸려고 갖은 술수를 다 부리는 현 정권에 분노를 넘어 이젠 환멸이 느껴진다.

6명의 생명이 희생된 참사를 저질러놓고도 현 정권이 태연자약하게 벌이고 있는 일들을 보자.

사건 직후 경찰은 유가족들의 동의도 얻지 않고 그들의 접근마저도 철저히 차단한 채 부검해서 일방적으로 시신을 훼손해 버렸다. 경찰은 용산참사와 관련해서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하다가 들통이 났다. 또한 경찰은 용산참사로 희생된 희생자 추모제마저 원천봉쇄해 버렸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특공대를 투입한 것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것은 몰랐다',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결국 최종승인한 것을 시인했다. 경찰, 검찰은 용산참사로 희생된 유족 등이 용역깡패와 경찰의 합동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으나 PD 수첩이 방송되면서 거짓말임이 드러났으며 검찰은 돌연 수사 발표를 연기했다.

현 정권과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철거민들과 그 유족들이 무리하게 떼를 쓰고 있다며 '철거민들의 과격시위' 탓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반국가단체인 전철연이 벌인 도심테러'이고 '고의적인 방화'로 전철연이 배후에서 벌인 일이라는 음모론까지 내세우며 용산철거민들과 전철연을 차별화시키려 했다. 이는 전철연의 폭력성을 부각시켜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하려는 술수로밖에는 안보인다.

철거민들의 배후세력이 '전철연'이라고 하더라도 왜 전철연이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철거민들은 연합하면 안 되는가? 철거민들이 연합하면 왜 '반국가단체'로 몰려야 되는가? 용역깡패의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에 시달리면서 오히려 용역깡패의 폭력을 비호하는 경찰이나 구청으로부터도 외면당했던 용산철거민들이 유일하게 손 내밀 곳은 전철연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철거민들이 연합하면 불법이 되고 반국가단체라 매도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보호되어야 할 선량한 철거민'
한나라당 정책 블로그에 올라왔던 동영상의 끝부분에 삽입되어 있던 말이다. 그들의 기준에서 이 말을 정의해 보자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더라도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어디 가서 죽든 살든 조용히 물러나야 하는 사람' 정도가 될 것이다.

용산 철거민들의 대부분은 어쩌면 이번 사건으로 숨져 간 분들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고 조중동을 구독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스스로 제 발등 찍는 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들도 그 전엔 직접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소수의 귀족층 그리고 그들을 대변하는 기관지 조중동, 그들에게 묻고 싶다. 사회적 약자들의 생명을 빼앗고 강제로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으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당신들은 이득을 늘리는 문제일지 모르지만 철거민들에겐 삶이 걸린 절박함의 문제다.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함을, 그들의 절박함을 아는가? 개발의 논리를 들이밀어 왜 사회적 약자들에겐 일방적으로 희생할 것만을 강요하는가?

이명박 정권은 더 이상 죽은 사람 그리고 산 사람을 왜곡하고 모욕하는 일은 멈추고 그들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 다시 억울하게 절박한 상태로 내몰려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생명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고 생명보다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정책은 만들 수도 없고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철거민 참사는 물론, 유족 폭행에 대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주식회사 사장이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올바른 처신이고 본분일 것이다.

2009.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