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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수상한 삼형제' 수상한 것들을 모아 보니

수상한 이름

김순경, 전과자, 김건강, 김현찰, 김이상, 도우미, 김혼수, 김상태,
주범인, 주어영, 주부영, 계솔이, 엄청난, 왕재수, 지성미.

따로 놓고 보면 주범인, 전과자를 빼고는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름으로 보이기는한데 혼수상태, 어영부영, 개소리 등 따지고보면 전부 다 수상한 이름들이다. 왕재수의 애인인 지성미의 경우 법조인으로 나오는데 글쎄 지성미를 갖춘 법조인들이 얼마나 될지, 그래서 지성미를 법조인의 대명사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이름들을 꼭 이렇게해야 되는건지 모르겠다.


수상한 주어영(오지은)

오디션을 통해 '수상한 삼형제'에 캐스팅되었다는데 드라마에서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표현이 각각의 당사자들에겐 결례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나의 경우 오지은을 보고 있으면 이은주란 여배우가 오버랩된다. 화제가 되었던 오지은의 '의자춤과 물쇼'를 보면서 그게 드라마의 소품처럼 등장하는 전문 댄서인줄 알았다. 이런건 신인으로서 철저히 준비해야 되는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외의 연기가 뒷받침되었기에 더 빛날 수 있었던 장면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실연당하고 술 마시고 우는 여자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오지은은 그 장면을 아주 실감나게 연기했고 뽕까지 아무데나 흘리는 설정이 없었다면 생각보다 웃기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그 외의 다른 연기도 크게 흠잡을데가 없다.


이 드라마가 꽤 괜찮은 여배우를 발굴해낸 것 같다. 연기자를 캐스팅할 때 연기력을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화제성만 가지고 결정하는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를 오지은이 연기로 보여주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선택의 황금률처럼 여겨지는 시청률이란 양날의 검일 것이다. 결국은 대본의 완성도와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화제성이 시청률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일종의 도박으로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연기력 딸리는 누군가의 연기를 지켜봐줘야하는 시청자도 고달프다. 도박을 하려면 차라리 연기력이 우수한 신인 연기자들을 캐스팅해서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수상한 파자마 파티

드라마 속에서 주어영이 실연 당하자 그 친구들이 나이트클럽에 데리고 가서 김이상을 파트너로 고른 후 호텔로 들어간다. 그리고 만취할때까지 술을 먹인 후 민망한 짓을 시키기도 하며 결국 만취해서 나가떨어지자 둘이서 밤을 보내게 둘만 남겨두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버린다.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하룻밤을 보내고 전 애인은 잊어버리라는 뜻으로 보이는데, 요즘 세태를 드라마에 반영한 것이라면 세태에 뒤져도 한참 뒤진 나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럽다.


수상한 고부관계

전과자와 도우미는 고부관계로 나오는데 전과자가 도우미에게 쏟아내는 말들이 예사롭지 않다. 며느리인 도우미를 마치 집안의 진짜 도우미처럼 부려먹는걸 당연시하고 집안의 돈을 빼돌렸다는 식으로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도우미를 구박하고 괴롭힌다. 요즘도 이런 비상식적인 시어머니가 존재하는지, 그런 구박을 그냥 견디어내는 며느리가 요즘도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주어영과 엄청난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리가 되긴 하겠지만 극 초반 이 고부관계의 설정은 상당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상한 김이상

김순경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3요소는 건강과 현찰과 이상이라고 생각해, 아들 삼형제 이름을 건강, 현찰, 이상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처음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이름 이상(理想)인지 알았다. 그런데 조금씩 지날수록 김이상의 이름은 이상(異常)으로 보인다. 실연당해서 난리를 치고 다니며 험한 꼴 다 보여주는 여자에게, 실연당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여자에게 연민의 감정도 아닌 불같은 연애감정이 생길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 사랑도 없지는 않을 것이란 설정은 가능하겠다.


수상한 왕재수

'왕싸가지' 왕재수 찌질이 검사로 나오는 고세원은 1998년 KBS 공채 탤런트로 박정철, 강성진 등이 동기며 뮤지컬 쪽 일을 하고 있으며 뮤지컬계에서는 꽤 알려진 스타라고 하는데 고세원의 연기 또한 만만찮다. 비록 욕은 많이 먹지만 욕 먹는만큼 연기를 잘 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고세원은 '욕을 가장 많이 먹고 스타되는 연기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극중에서 왕재수는 5년 넘게 사귀며 뒷바라지해 온 주어영을 버리고 배경 탄탄한 지성미를 선택한다. 그러다가 주어영과 김이상이 같이 어울리는 것을 보게 되자 주어영을 다시 꼬여내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내가 갖기는 싫고 남 주기도 싫다'는 고약한 심뽀에서 나오는 짓거리다. 이럴 때 남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백프로 마음에도 없는 말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또 이런 말에 잘도 속아 넘어간다.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의 입에서 선을 넘어서는 안 될 말까지 나왔다면 더 이상의 관계유지는 의미가 없다. 그 후에 잠시 관계가 호전된다 해도 그보다 더 심한 말은 언제든 나올 수 있고 상처만 더 커지게 될 수도 있다.


수상한 다음회 예상

지난회 마지막에 지성미의 엄마가 등장하면서 주어영과 마주치고 왕재수가 곤경에 처할수도 있는데서 끝이 났다. 그런데 일단 그 위기는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드라마 예고는 보지 않는데 이미지 구하러 홈페이지 갔다가 본의 아니게 보게 되었다). 왕재수의 엄마는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지만 지성미는 비중이 적은 배역인데도 그 엄마가 출현했는데 이게 어떤 단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왕재수의 파렴치한 행각을 들통내서 지성미와 왕재수의 관계를 파탄낸 다음에 주어영을 놓고 왕재수와 김이상이 벌이는 사랑 쟁탈전으로 전개하기 위해서 지성미의 엄마를 등장시켰을 수도 있다. 왕재수는 지성미와의 파탄을 막기 위해서 주어영을 정신 나간 여자쯤으로 몰아 처절하게 모욕할수도 있다.


둘째는 지성미의 엄마가 바로 주어영의 '집 나간 엄마'란 설정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주어영과 지성미는 자매일수도 있고 씨 다른 자매일수도 있다. 주어영, 지성미 그리고 지성미의 엄마 이 셋 사이에서 어떤 애증이 얽힐 수 있으리란 예상을 할 수가 있겠다. 여기에 왕재수의 비열함까지 더해진다면 상당히 저급한 내용이 될 수도 있겠고 주어영이 스스로 마음을 정리해버릴 수도 있겠다.

이 수상한 다음회 예상을 해보는 이유는 뭔가 시궁창내 나는 설정이 등장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극 초반에 욕 먹기를 작정한 것으로 보이고 수상한게 하도 많아서 이 정도로만 정리해보기로 한다. 아마도 주어영과 엄청난이 김순경네 집안으로 들어오고 난 후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후에나 이 드라마가 밝힌 기획의도라는 가족이 다루어지고 그들 사이에 생겨난 갈등과 상처를 봉합해 나가면서 감동으로 치장된 훈계조로 끝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