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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선덕여왕, 뜬금없는 장면들 이요원 죽이기인가

드라마 선덕여왕 이번주엔 생뚱맞은 장면들이 참 많이도 나왔네요. 그 중에서 베스트는 덕만이 가까스로 성을 탈출할때 성안에 남아서 시간을 벌테니 피신하라며 성문을 안에서 걸어잠그는 유신에게 같이 가자면서 악을 쓰고 우는 장면이 아닐까요? 장면이 바뀌니까 덕만이 다시 남장을 한채 '시간은 자기편이고 자기가 탈출한게 승리'한거라면서 웃음을 머금고 있네요.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된다고 하던데 이요원씨 한 번 살펴보세요.


덕만이 우는거나 남장한거나 어디선가 많이 봤잖아요? 아, 왜들 이래요? 선덕여왕 한 번도 안 본 사람들처럼. 그건 아니잖아요? 그래요, 남지현이 이요원으로 변신하고 낭도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할 때 악쓰고 울던 그 모습 그대로지요. 울 때의 복장이 공주복장이기는 하네요. 이요원의 연기 얼마나 어색한가요. 뜬금없는 장면에서 울어야되고 그 어색한 남장을 또 했으니 당연한거지요. 고현정을 살려야 시청률이 오르니 고현정을 살리기 위해 이요원을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제작진의 숨은 음모가 있는건 설마 아닐거예요.

대남보가 덕만과 춘추를 끌고 가는데 죽방 고도가 구해내잖아요. 대남보는 정말로 멍청한 화랑이었나 봐요. 그렇게 한심하게 셋씩이나 모두 놓쳐 버리네요. 덕만, 춘추, 죽방이 갑옷과 무기가 있는데까지 가는 길목에는 지키는 병사들이 아무도 없었는지 셋씩이나 용케도 숨어 들어갔네요. 그리고 비밀통로가 있다는데까지도 들키지않고 용케 찾아갔네요. 그런데 죽방이 안에 병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오겠다고 혼자서 들어가네요. 신라 시대엔 은폐, 엄폐도 안 배웠나봐요. 덕만과 춘추가 죽방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멀뚱멀뚱 서 있다가 군사들에게 발각이 되네요.

그런데 안에 들어갔던 죽방이 공주님에게 위급한 상황이 닥친 소리를 듣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비밀통로를 찾아 나서네요. 죽방은 유신이 올거라는걸 미리 알고 덕만과 만나게 해주려고 알아서 자릴 피해주려는 거예요. 죽방 정말 기특하잖아요. 유신도 신기하게 그 비밀통로를 떠올리네요. 덕만과 유신 이 둘은 텔레파시가 서로 통하는 사이인가봐요. 그리고 죽방 대낭두님께서는 가다가 갈림길이 나오자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침점까지 쳐주시네요. 잠시 잊고 있었죠? 그래요, 죽방은 소화를 만나러 가고 있는거예요. 그러니 공주님을 구하러 가고 싶지 않았던 거지요.

자 그럼 공주님의 유모인 소화는 어떤가요. 폐하가 미끼가 되주면 옥새를 숨기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 비밀통로는 궁밖으로 통하는건 아니었네요. 그런데 어디로 빼돌릴 생각이었을까요. 소화도 내심 칠숙을 맘에 두고 있었던걸까요. 그래서인지 칠숙에게 잡혀주시네요. 그 무거운 금덩어리 옥새는 움직이지 않게 꽉 묶지 않고 왜 그리 너덜너덜하게 종아리에 달았을까요? 그렇게 달고 뛰다가는 종아리 안부러지면 다행일텐데 말이예요. 그리고 그 안에서 왜 그걸 꺼내서 탁자에 놓았다가 칠숙의 기척이 나자 황급히 도로 넣었을까요?

그건 칠숙의 이미지를 지켜주기 위해서예요. 그동안 칠숙의 이미지는 좋았잖아요. 그런데 드라마 막판에 소화의 치마를 강제로 걷어올리고 종아리에서 옥새를 강탈해간다면 칠숙은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성추행범이 되버리잖아요. 요새 안 그래도 성범죄로 말도 많은데 그랬다가는 칠숙의 이미지는 그걸로 끝나는거지요. 소화가 미리 그런 행동을 했던건 칠숙이 적당히 밀치면 알아서 떨어지게 해주어 칠숙의 이미지를 지켜주려는 소화의 세심한 배려였던 거지요. 소화는 아무래도 칠숙을 연모하고 있는 것 같지요?

칠숙이 밖에서 문을 잠갔다는 것을 알고 소화는 방안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하네요. 무엇을 찾는 걸까요? 열쇠를 찾는다고 하려는 것일까요? 밖에서 문이 잠겼는데 열쇠는 찾아서 뭐하시려고 찾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신통방통하게 몇 번 헤매더니 그 빨간 봉투를 찾아서 읽고 놀라기까지 해주시고 죽방과 비밀통로로 들어가기 전에 잊지 않고 그 빨간 봉투를 챙겨가네요. 그렇게 챙겨간 그 빨간 봉투를 비담이 볼 땐 가슴에 안고 있더니 정작 덕만을 만났을때는 어디에 숨겼는지 안 보이네요? 가져갔으면 공주님에게 보고를 해야 될텐데 소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었을까요? 아니면 비담이 빼앗았을까요?

죽방은 소화와 만나더니 그냥 궁밖으로 나가버렸네요? 먼저 살펴보고 올테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던 공주님은 전혀 생각도 않고 그냥 나가버렸어요. 오, 그러고보니 이 비밀통로는 궁밖으로 나가는거였나봐요. 궁밖으로 나간 죽방과 소화는 또 희한하게도 월야를 만나네요. 그제서야 죽방 대낭두 어르신께서 월야에게 공주님의 안부를 물으시네요. 아니 공주님의 안부를 왜 월야에게 물어보나요? 죽방이 나이가 들어서 비밀통로만 생각하다가 공주님을 기다리라고 했던건 잊어버렸나 보지요, 뭘.

아, 왜들 이래요. 막장드라마 한 번도 안 본 사람들처럼. 다 그렇게 말도 안되는 터무니없는 것들이 우연이란 이름으로 둔갑되어서 얽히고 설키잖아요. 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모르면서도 속아주고 그러면서 보는게 막장드라마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런데 미실이 뜬금없이 선위(禪位)를 얘기하네요. 제작진은 친절하게 자막으로 선위를 설명하기까지 해주시네요. 미실이 정변을 일으켜 왕위에 오른다면 그건 선위가 아니지요. 그건 찬위(簒位)이고 찬탈(簒奪)인 것이지요. 또는 역성혁명(易姓革命)이 되어 미실이 개국시조(開國始祖)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 선위라는 말만 사용해버리는 바람에 미실의 군사 정변은 반란임에도 마치 정당한 혁명이었다는 것으로 비춰질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불법적인 왕위 찬탈이라도 성공만 한다면 면죄부가 주어진다는 것을 쿠데타를 주도한 미실도 알고 있을테니 미실으로서야 그렇게 말을 할 수도 있다고 봐주지요, 뭐. 여러분들도 다들 그런 정도는 아시잖아요. 제작진들도 여러분을 철썩같이 믿고 그러는 거겠지요.

이번엔 급기야 미실이 신료들의 목을 베고 용상에 앉아서 호통치고 명령하는 것까지 허락해주네요. 미실에게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많이도 해주네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덕만은 생뚱맞은 장면들을 끼워넣어서 맥을 뚝뚝 끊어놓고 앞과 뒤가 연결되지 않고 왔다갔다 혼란스럽고 어색하게 만들어버리기만 하네요. 미실이 등장하면 시청률이 올라가니 미실은 잔뜩 부풀려놓고 덕만은 그 반대로 만들려는건 아닐거예요. 뭐 제작진들로서야 미실이 아니 고현정이 시청률 쫙쫙 끌어올려주니 얼마나 기특하겠어요. 상대적으로 공헌도가 낮은 이요원에겐 소홀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거지요.

아, 다들 표정들이 왜 이래요. 정말 이 드라마가 실제와 같을거라고 생각하고 보는 사람들처럼. 그런거 아니잖아요. 이건 드라마일 뿐이잖아요. 실제의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그렇잖아요.

이제 사면초가에 빠진 덕만은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까요? 죽었던 천명이 돌아와서 사실은 덕만에게 왕위를 넘겨주기 위해서 죽은척하고 은거하면서 군사를 양성했다며 대군을 끌고 와서 칠숙을 진압해버린다면 정말로 대박일텐데요. 소화가 가져간 그 빨간 봉투속엔 '사실 미실은 남자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면 초대형 대박 터뜨리는거지요. 연장이 길어질수록 터무니없는 장면은 점점 더 많아질텐데요, 이제 제작진은 어떤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와 화막장점정(畫막장點睛)을 찍으려고 할지 내심 기대하고 있어요.


첨(添) ; 10월 29일 00:54

미실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여왕의 위용이 있다는 말까지도 하고 있으며 저런 부류의 글엔 호의적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뭐 어때? 재미있기만 하면 되지."라거나 "우린 역사적 사실과의 차이점을 다 알고 보고 있어." 또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야."라고들 말하지만 정말로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는건 과연 어느쪽일까? 그들 모두가 정말로 이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정말 제대로 알고 있을까? 제대로 알지는 못하더라도 실제 역사적 사실을 찾아서 비교라도 해보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역사를 깡그리 왜곡해버리는 이런 부류의 드라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고 앞으로도 만들어지지 말아야 될 것이다.

픽션일 뿐이니 드라마로서만 본다고 말들을 하지만 그건 방송의 힘을 모르는 소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부터 이미 방송에 동화되어 작가가 의도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말로는 드라마는 픽션일 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방송에 동화되어 버렸기에 허구와 사실을 분간하지 못한채 방송 제작자의 제작 의도대로 알아서 움직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