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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야구단' 스포츠맨십과 아마추어리즘이 필요하다

2009년 10월 24일 방송된 천하무적 야구단. 공주 블루스카이와 대결에서 승리. 창단 4개월만에 2승째. 이 날 승리가 천하무적 야구단 제작진들에게 그리도 대단한 의미를 갖는지 알 수는 없겠지만 이 날 방송은 편하게 시청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날 방송내용을 좀 들여다보자.

공주팀의 실력이 상대적으로 월등했고 천하무적 야구단도 이날따라 실수가 잦았기에 공주팀이 많이 앞선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공주팀이 누가 봐도 뻔할 정도로 봐주는 플레이를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더 황당한 것은 이하늘과 몇명이 상대팀 더그아웃을 향해 언쟁을 벌인다. 물론 이하늘이나 다른 멤버들은 경기하는 선수의 입장에서 무시당했다고 느낄수도 있어 기분이 상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고 있는 상황이고 상대팀은 순수 사회인으로 구성된 야구단으로 친선경기를 벌이는 상황인데 싸움을 거는듯한 그런 언행을 한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한 것이다.



그런데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또 벌어졌다. PD가 상대팀 더그아웃을 향해 '이런식으로 플레이하면 방송 안나갈 수도 있다. 방송 통째로 날라갈수도 있다.'고 언성을 높이며 위협성의 발언을 했는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서는 대단히 부적절한 언행이었고 차라리 천하무적 야구단의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 상황은 감독을 맡은 김C가 나서서 공주팀에게 '천하무적 야구단이 실력을 점검할 수 있게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끝이 나는듯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공주팀의 플레이는 역전당한 후 마지막회 공격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공주 블루스카이팀은 야구실력은 좀 우수한지 몰라도 강팀이란 소리를 들을만한 팀은 아니다. 강팀이라면 경기를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천하무적 야구단과 시합을 했던 상대팀들이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했다고 할 수는 없다. TV 화면으로 봐도 수준차이가 확연한데 한점차 승부로 끝까지 간다는건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모든 스포츠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야구의 경우는 단시간내에 실력 수준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운동이다. 어쩌면 매번 대등한 경기를 방송해 왔던 숨겨진 문제점들이 공주 블루스카이팀과의 경기로 인해 수면위로 불거져 나왔을수도 있다.

이 날 경기는 한마디로 야구경기가 아니다. 두 팀간에 감정 싸움이었고 오기 싸움이었을 뿐이다. 편집되어 잘려나간 필름 속에 어떤 상황이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는 스포츠다. 공주 블루스카이 야구팀이나 천하무적 야구단이나 무엇보다 먼저 스포츠 정신을 잊지 말아야 했다. 향후에 천하무적 야구단과 경기를 하게 될 야구단이 있다면 공주 블루스카이팀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방송에 얼굴 내밀 수 있다는 기대만 가지고 경기를 할거라면 차라리 포기하고 캐치볼이나 연습하는게 낫다.


천하무적 야구단에 참여하는 제작진들이나 출연진들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천하무적 야구단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천하무적 야구단의 실력이 뛰어나서 승리하는 것을 보고자하는게 아니다.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야구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여서 좌충우돌하며 매순간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데서 공감을 하기도 하고 감동을 받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천하무적 야구단의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천하무적 야구단의 경기를 하면 되는 것이지 승리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화를 부를수도 있다.

천하무적 야구단 제작진은 예능과 다큐를 전혀 별개의 것으로 인식해서 이번주 방송에 억지와 우기기로 일관된 소위 예능이라는 것을 끼워넣었는지 모르지만 다큐내에서도 예능은 나온다. 지난주의 방송은 포복절도할 웃음을 주는 장면이 있었다는 것을 잊었는가 아니면 모르는가. 상대팀 투수가 바뀌어서 연습투구하는 상황에서 2루 주자였던 오지호가 전력질주 도루를 감행한 것이 바로 천하무적 야구단이 줄 수 있는 웃음코드란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대 야구단 얘기를 해보자. 서울대 야구단과 시합하는 대학들은 '콜드로 이기면 본전, 완봉으로 이기면 먹칠, 실점을 하면 빠따를 맞는다'고 할 정도로 서울대 야구단은 타대학 야구단과의 실력차가 커 77년 팀 창단이후 무려 28년 동안 199패 1무의 참담한 성적을 거두다가 지난 2004년 첫 승을 거두어서 화제가 됐다. 상대팀은 모든 선수가 고교 야구 선수 출신인데 반해 서울대팀은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된 팀이었다. 28년 동안 1승도 못하면서도 왜 야구를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서울대 야구단은 무더운 여름날에도 뙤악볕 아래서 정말 열심히 연습한다. 단지 야구가 좋아서 야구를 하는 그들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소유자들이고 아마추어리즘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알량한 승리를 챙기는게 아니라 스포츠맨십과 아마추어리즘이고 롤모델로 삼아야 할 것은 서울대 야구단이다. 거기에 적절하게 가미되는 쇼맨십이 바로 천하무적 야구단이 줄 수 있는 웃음코드 즉 예능인 것이다.


첨(添) ; 10월 26일 18:03

저는 '천하무적 야구단'을 처음 시작할때부터 보기 시작했고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날의 방송은 프로그램의 앞날이 걱정될 정도라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부정적이었습니다.

초반에 '예능 좀 하란 마리오, 다큐만 하지 마르코'란 코너를 예능이라고 방송에 끼워넣었는데 이건 예능이 아니라 '억지'이고 '우기기'일 뿐입니다. 차후 이런걸 예능으로 포장해서 방송분량을 채우려고 한다면 결과는 명약관화해질 것입니다.

이어진 야구경기도 본문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편하게 볼 수 없는 차마 야구경기라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 1승은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감동도 없었고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처음부터 방송을 보아왔던 시청자로서 뒷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담당 피디의 말 자체는 충분히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프로그램 제작자로서도 부적절했고 특히 그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언행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발언이 위협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는 문제를 얘기한 것입니다. 이 방송을 보면 해당 피디의 편집 의도가 일관적이라고 할 수 있기에 더더욱 해당 피디의 처신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현직 피디라는 분의 댓글을 보면 리얼리티라는 언급을 하고 있는데 모든 상황을 가감없이 방송하는 것이 리얼리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욕설과 위협적인 언행들을 가감없이 방송하고 그런 부분들을 걸러내면 더 이상의 리얼리티가 없게 된다고 한다면 편집이란 과정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할 것입니다.

김태현님의 댓글처럼 이 글은 수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글 내용을 바꾼게 아니라 처음에 입력했던 세문단 정도를 들어냈을 뿐입니다. 글을 등록하면서 문득 내가 오해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다시보기로 확인하고 바로잡으려고 했는데 그 시간에 누가 글을 읽을까 싶어서 믹시 이웃님들의 최신글을 읽은 후에 하려고 미루었습니다. 그러다가 글의 클릭수가 20이 넘어간 것을 알게 되어서 글을 비공개로 돌리고 다시보기로 확인한 후 내가 오해했던 앞 부분의 세문단을 그냥 들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글을 살려 놓은 이유는 그 부분을 들어내도 글의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에 변화가 없고 내가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 정작 말해주고 싶었던 내용은 뒷부분에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C 감독 사진 이후의 글은 그대로이며 이경필 코치의 사진 이후의 내용이 내가 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김태현님이 댓글로 지적한 내용은 옳은 것이었지만 수정한 이후에 본 것이었고 댓글이 차마 용인할 수 없는 욕설로 되어 있었기에 삭제했습니다.

김C 감독과 이경필 코치의 사진을 본문에 사용한 이유는 그 둘이 이 프로그램의 숨은 공로자들이고 이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