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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아부해' 윤은혜에 대한 비난, 납득하기 어렵다

KBS 새수목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는 '꽃보다 남자'와는 성격이 다른 드라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 '아부해'는 '꽃남'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겠다. 드라마 초반에 설정한 장치들중의 상당부분이 '꽃남'을 연상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부해'는 '꽃남'보다는 오히려 '오필승 봉순영'을 연상케한다. 오필승 봉순영이기는한데 '지나치게 조급한 오필승 봉순영' 정도라고 표현해보고 싶다. 아직은 드라마 초반이라 좀 성급한 평가가 될 수도 있겠는데 '아부해'는 제작진들의 이전작들에 비해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할 것 같다. 결과도 그렇게 나온다면 제작진들은 그 이유를 '아부해'가 안고 있는 그 조급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꽃남'과는 성격을 달리한다는 것은 맘에 든다. 난 사실 '꽃남'같은 드라마가 엄청난 sensation을 불러일으켰던 그 사회적인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다. 여성들이 곱상한 외모의 남성을 좋아하는거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드라마에 대해 한마디 언급하지 못하면 원시인이라도 된듯한 착각이 들게 할만큼 대단한 드라마라고는 보지 않는다. 하도 꽃남 꽃남 하길래 나도 몇 번 시청해보려고 시도했었지만 결국 채널을 돌렸었다. 볼때마다 '도련님'이니 '주인님'이니하는 말도 귀에 거슬렸고, 소위 '왕따'가 당연한듯이 등장했고, 애들이 호텔방에서 요상한 사진을 찍어 루머를 퍼뜨리고 이간하는 장면이 나왔고, 한낮에 대로를 고속질주하는 장면이 나왔고, 등등 꽤나 많이 시도해봤지만 결국 '꽃남'을 시청하는데는 실패했었다.

'아가씨를 부탁해' 1회가 방송되자 드라마보다는 윤은혜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었다. 나도 이전글에서 윤은혜보다는 문채원의 사진을 더 크게 배치하는 식으로 에둘러서 의사표현을 했으니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나도 그 비난대열에 서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로서는 윤은혜를 비난하는 것과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드라마 '아부해'가 설정해놓은 장치들이 강혜나에게서 '여자 구준표'를 연상하게 하지만 강혜나는 '꽃남'의 구준표와는 완전히 다른 배역이다. 그러므로 강혜나와 구준표라는 두 배역을 놓고 대비해보는 그 자체가 대단히 무의미하다. 강혜나역에 가장 적임자는 바로 윤은혜다. 내가 연출을 한다고해도 최우선 순위에 윤은혜를 올려 놓고 섭외를 했을 것이다.

'아부해' 강혜나역엔 윤은혜가 가장 적임자

윤은혜가 연기를 대단히 잘하는 연기자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윤은혜는 연기를 대단히 못하는 연기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윤은혜가 그나마 연기를 잘했다고 평가받는 '포도밭 그 사나이'를 그 당시 주말에 재방송으로 보면서 나는 드라마 초반에 채널을 몇 번 돌렸던 적이 있다. 윤은혜의 연기가 굉장히 거슬렸고 윤은혜의 친구로 나오는 연기자의 연기 또한 어설펐기에 '쟤들 뭐야?'하고 채널을 돌려버렸던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윤은혜가 시골 화장실에서 겪는 에피소드가 방송될때 다시 보게 되었다. 물론 그 에피소드에서 시골 '변소'와 관련된 내 어릴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지 윤은혜의 연기를 보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 즈음에 오만석이라는 연기자의 우수한 연기를 보게 되었고 드라마의 에피소드들이 잔잔하게 가슴에 와닿아 재방송으로 계속 보게 되었던 드라마가 바로 '포도밭 그 사나이'였다. 그런데 드라마의 후반부로 가면서 윤은혜가 드디어 그 배역을 이해했는지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고 드라마가 끝날때쯤엔 윤은혜가 그 배역에 적임자였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포도밭 그 사나이'란 드라마는 대본 자체가 훌륭했고 오만석이나 이순재 등 다른 주 조연들의 우수한 연기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TV를 보다가 윤은혜가 연기할 수 있는 범위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있다. 무슨 광고인지는 모르겠는데 윤은혜가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다가 '잠깐'이라고 소리치고는 내려서 헬멧을 벗어 남자에게 던지고 뒷걸음질치는 광고다. 그 짧은 광고속에 윤은혜가 연기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즉 그러한 연기를 제일 잘할 수 있는 연기자가 바로 윤은혜라는 말이 된다.



'아부해'의 강혜나역도 역시 윤은혜가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이다. 위에 언급한 광고의 연기에다가 '포도밭 그 사나이'의 후반부에서 보여줬던 연기를 조금만 더한다면 충분한 배역이 바로 강혜나다. 윤은혜측으로서나 연출자로서나 모두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윤은혜가 자기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배역을 선택했다고 보기도 힘들고 제작진이 무리한 캐스팅을 했다고도 보기 힘들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치들이 일대 sensation을 불러일으켰던 드라마를 연상케한다는데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여담을 더 해본다면, 윤은혜의 발음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별로 개선되지 않는 것을 보면 노력을 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이젠 윤은혜라는 연기자의 개성으로 봐줘야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부해'에서 발음 문제만 가지고 본다면 나는 꼬마 연기자의 대사중의 절반 이상은 자막이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도통 알아들을수가 없다. 아역들을 캐스팅할때도 발음문제에 신경을 좀 썼으면하는 바람이다. 좀 인지도만 있다하면 연기력이고 발음이고 모두 뒷전이고 일단 화제성만 가지고 캐스팅해버리는 풍토는 좀 개선되었으면 한다.


첨(添) ; 8월 30일 15 : 30

(,, )( '')( ,,)('' ) 무슨 일 있었나요?
이 글이 왜 이리 조회수가 높고 댓글이 많이 달렸을까요?

강혜나란 배역은 고고함이나 도도함 이런것과는 거리가 먼 역할입니다. 최고 재벌 강산그룹의 유일한 상속녀로서 부족함 없이 공주 대접을 받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모르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상당히 부주의한 성격의 자기 중심적인 인물입니다.

연기자가 발음부정확성을 개선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대사전달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연기자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테니까요. 윤은혜가 연기자로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발음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표현의 수위가 적절하지 않은 일부의 비난들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고 일종의 반어적인 표현으로 여담(餘談)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윤은혜의 안티라고 해서 윤은혜를 비판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윤은혜의 팬이라고 해서 무조건 윤은혜를 두둔해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오히려 윤은혜의 팬이라면 그녀의 단점에 대해서 적절한 지적을 해주는게 윤은혜에겐 더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전 오히려 윤은혜의 안티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윤은혜에 대한 비판들중의 상당부분은 윤은혜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는 그녀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의 주장들은 비판의 수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비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