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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성-스' 짐승남과 꽃미남 사이의 난중일기

   
   
   
김윤희는 남장을 한 채 동생 김윤식의 호패를 지니고 다니며 세책방에서 필사 일을 해 동생 김윤식의 병구완과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억척스러운 소녀 가장이다. 필사 일을 받아 오는 책쾌에게서 거액의 거벽을 제의받고 과장에 발을 들이는데 거기서 거벽을 세운 자가 이선준이라 오인하는 바람에 위기를 맞게 된다. 사정을 읍소해서 벗어나지만 이선준의 도포자락에 몰래 글 한자락을 써 넣고 나오는 바람에 이선준과 계속해서 얽히기 시작한다.

김윤희가 도포자락에 남긴 글이 비상하다 여긴 이선준은 김윤희를 과장에 세우기 위해 일을 꾸민다. 김윤희는 이선준의 의도대로 과장에 들어서고 어쩔 수 없이 김윤식의 이름으로 시제를 제출한다. 그런데 이것이 도리어 정조의 눈에 드는 바람에 정조로부터 이선준과 함께 성균관에서 거관수학하라는 어명을 받고 성균관에 입학하게 된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김윤희는 첫 만남부터 재수 없었던 이선준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성균관 유생들 모두가 두려워하는 걸오와도 같은 방을 써야 한다. 짐승남 걸오와 꽃미남 이선준 사이에 낀 김윤희, 성균관 생활을 끝내는 날까지 여자임을 들키지 않고 그저 무사히 잘 참고 버티는 것만이 지상명제가 되버린 그녀의 고된 난중일기가 시작된 것이다.



성균관에 들어가는 날 어머니 조씨 부인은 머리를 잘라 마련한 돈으로 신방례 떡을 싸서 들려 보내고 반촌을 거쳐 드디어 성균관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유생들과 섞여 있는 김윤희의 행색은 남루하나 미모만은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이제부터 성균관 최고의 꽃미남은 김윤희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하지만 한편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기도 한 김윤희는 진사식당을 둘러보고 명륜당을 거처 존경각에서 서책을 들쳐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김윤희가 성균관이 금녀의 집임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남자 유생들이 공놀이를 하다가 그 공이 김윤희 앞으로 날아오자 김윤희는 "어머!"라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여자본색을 드러낸다. 다른 유생들이 호기심에 기웃거리고, 머쓱해진 김윤희는 다리운동을 하는 척하며 '공 차기 전엔 이렇게 해주는게 습관이라'고 둘러댄다. 그리고 공을 차는데 멀리 날아가자 어깨를 으쓱하며 의기양양해 한다.



배속받은 중이방에 들어서자 거기엔 재수없는 이선준이 있다. 이선준이 잠자리에 들기 위해 옷을 벗으며 김윤희에게도 옷을 벗으라고 얘기한다. 이선준의 말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김윤희는 "뭐요?"라며 화들짝 놀란다. 때가 꼬질꼬질한 김윤희의 남루한 옷을 본 이선준은 안쓰럽지만 김윤희가 값싼 동정으로 여길까봐 '단정한 옷차림이 예의 첫걸음이고 청재는 예의 기본을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라며 일장연설을 한다.



이 때 걸오가 등장해 물건들을 집어던지며 꺼지라고 소리친다. 이선준은 원칙대로 취침하겠다고 자리에 눕고 김윤희는 보따리를 챙겨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데 병판의 하인들에게 쫓길 때 홀연히 나타나서 구해주었던 이가 걸오임을 눈치채고는 보따리고 뭐고 내팽개치고 일단 자리를 피하려고 문고리를 잡는다. 그러나 걸오가 김윤희를 이선균과의 사이에 눕히고는 '앞으로 니 자린 영원히 여기'라고 함으로써 김윤희는 이제 본격적으로 짐승남과 꽃미남 사이에 끼어서 생활해야만 한다.



고약한 잠버릇이 있는 걸오는 수시로 김윤희를 덮치고 김윤희는 그런 걸오를 떨쳐내느라 바쁘다. 반대쪽으로 돌아 누우니 꽃미남 이선준의 가슴팍이 보이고 다시 돌아누우니 칼자국 수두룩한 짐승남 걸오의 가슴이 보인다. 은장도를 손에 꼭 쥐어보지만 항우 장사도 어쩌지 못한다는 눈꺼풀은 천근만근의 무게마냥 자꾸만 내려 감긴다.



다음 날 아침 의지의 김윤희, 입까지 벌린 채 자고 있다. 학동들이 종을 치며 기침하라 알리고 김윤희를 타넘어 가려던 이선준은 김윤희를 안아 일으키고 눈을 뜬 김윤희와 묘한 자세가 되어 있다. 놀란 김윤희가 피하려다가 서로 이마를 부딪히고 이선준이 걸오에게 나뒹굴게 되면서 걸오가 깨어난다. 잠이 깨 야릇한 장면을 목격한 걸오는 "이것들이 미쳤나? 다 안 꺼져?"라 소리치며 이불을 내팽개친다.



밖으로 나오자 소세(梳洗)물이 대령해 있고 난생 처음 받아보는 대우에 김윤희는 그저 기분이 좋다. 옆에서 물장구를 튀기며 장난질을 치는 구용하가 귀엽다.



난생 처음으로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명륜당에서 수업을 하고, 스승님과 함께 공부하고, 동학(同學)들이 생긴 김윤희는 그저 신기하고 기쁘기만 하다.




늦깎이 중년 유생 안도현을 따라 주막에 갔다가 혼돈주를 한입털기하고 독천産 세발낙지까지 먹어 본다. 뒤늦게 따라 온 이선준이 만취하는 바람에 혼자서 들쳐메고 가느라 녹초가 된다. 하인수의 심통으로 통금시간에 성균관에 들어올 수 없게 되나 구용하가 개구멍을 알려주어 불통을 면하게 된다.



만취한 이선준이 방에 널브러져서 정신을 못차리자 김윤희는 버선을 벗겨보려고 하는데 이선준이 벌떡 일어나 앉더니 옷을 벗기 시작한다. 당황한 김윤희는 "소학, 단정한 옷차림은 예의 시작이다. 소학의 가르침을 생각하시오"라고 애원해보지만 이선준은 막무가내로 옷을 벗어 던진다.



"후~ 하루하루 난중일기가 따로 없구나. 하~" 결국 밖으로 나온 김윤희는 이렇게 한탄하다가 거기에서 잠이 들어 버린다.



다음 날 아침, 이선준의 모양새가 참으로 가관이다. 사사건건 원칙을 내세우고 '단정한 옷차림이 예의 첫걸음이고 청재는 예의 기본을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라 말하던 이선준은 어디 가고, 꽃미남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렸다. 정신이 든 이선준은 의관을 정제하고 책을 읽는 척한다.

아침에 돌아 온 걸오가 한데서 잠들어 있는 김윤희를 깨우고 방문을 연다. 잠들기 전의 이선준의 모양새를 상상하고 손으로 눈을 가리던 김윤희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앉아 있는 이선준의 모습이 황당하다. 이선준의 앞에 서서 "와~ 어젠 분명히"라고 말하지만 이선준은 "어제 무슨 일 있었소"라며 뻔뻔하게 되물으니 김윤희는 기가 찬다.



하인수의 계속되는 경고로 김윤희는 절체절명의 위험에 처하지만 이선준과 걸오가 가까스로 구해낸다. 하지만 김윤희는 그 사건으로 정약용에게 여자임을 들키고 만다.

김윤희가 안쓰럽기만한 짐승남 걸오와 김윤희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꽃미남 이선준 그리고 김윤희를 놀리는 재미에 푹 빠진 구용하,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바뀔 것인지 이 드라마가 조금씩 재미있어져 가기 시작했다.



걸오 이 녀석, 짐승남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완소남이다. 이선준, 이 녀석은 꽃미남에 훈남이기까지 하다. 영세중립을 표방하는 것 같은 구용하 이 녀석은 아직까지는 그저 그런 놈이다.



하인수, 이 녀석은 꽃미남 정도는 되지 않겠나 생각했었는데 갈수록 그냥 찌질남이다. 그리고 그 수하 녀석들은 짐승남 축에도 못 끼는 그냥 '즘승'들이다.



남장을 하기엔 박민영의 자태가 너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