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성균관스캔들' 혼돈주, 한입털기, 옥에 티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영조의 금등지사' 얘기가 조금씩 구체화되면서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 그런 중에서도 성균관에 새로 입교한 신례(臣隷)들의 성균관 적응기가 재미있게 그려졌다. 그것이 바로 혼돈주와 한입털기다. 또한 정약용은 성균관 유생들에게 논어재(論語齋) 강의를 진행했는데 강의내용은 그럴싸했으나 옥에 티가 등장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정약용은 논어재 강의를 하기 전에 항아리를 준비한다. 성적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한 유생의 질문을 받고는 '내 수업시간에 불통이 다섯이면 낙제. 수업이든 활동이든 성균관에서 낙제가 셋이면 출재(黜齋)와 동시에 청금록 영삭(靑衿錄 永削)이다. 성적에 적극 반영할테니 성의껏 채워달라'며 항아리를 유생들 앞에 내놓는다. 유생들은 몸에 지니고 있는 반지 등 값나가는 물건을 빼서 항아리 안에 집어넣는다.



이 항아리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간 정약용은 '이 항아리는 화수분'이라 말하며 유생들에게 마술을 보여준다. 유생들은 모두 재밌어하나 이선준은 서역의 잡기로만 귀한 상유들의 시간을 탕진하지 말라며 실학을 중시하는 까닭에 경학과 고전은 필요없다 여기는 것이냐고 정약용에게 따져 묻는다. 이에 정약용은 항아리를 깨뜨리고는 君子不器(군자불기)에 대해서 강(講)했다고 하고 서역의 잡기에선 배울게 없다는건 고약한 편견이며 정약용이라는 놈이 서학을 좀 했다해서 고전을 싫어할거라는 것은 무지몽매함이라 말하며 學則不固(학즉불고)에 대해 강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유생들에게 이젠 더 이상 사부학당의 신동도 사랑채 책벌레도 아닌 백성의 고혈로 얻어 낸 국록을 받는 성균관 유생들이니 부지런히 배워서 갚으라 말한다. 이 땅 백성들의 더 나은 내일, 새로운 조선을 꿈꾸는게 성균관 유생들의 의무라며 제발 밥값들은 좀 하면서 살자고 한다. 논어란 고지식한 늙은이인 공자와 똘똘한 제자들이 모여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박터지게 싸운 기록들이니 불만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한학기동안 박터지게 싸워보자 말하며 수업을 끝낸다.

한편 이선준만이 정약용의 논어재 강의에서 유일하게 통(通)을 받는다. 이에 김윤식이 수업 내용에 반대하는 이선준 유생에겐 왜 통을 주신 거냐고 묻는데 정약용은 엉터리 수업에 불만을 제기한 유일한 학생이기에 그렇다고 답한다. 그리고는 지혜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며 깨진 항아리 조각을 들어 보이며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세상은 사라지고 없듯이 스승이란 이렇게 쓰잘대기 없는 존재들이니 스스로 묻는 자는 스스로 답을 얻게 돼 있는데 그것이 이선준이 통인 이유라 말한다.



정약용으로부터 이선준이 유일하게 통을 받자 이를 시기한 다른 유생들은 이선준에게 오늘 강의 성적표는 실력이 아니라 아버지인 좌상 대감의 번쩍번쩍한 이름값이라 빈정대며 정약용은 뭘로 매수했냐 대들며 시비한다. 이에 늦깎이 중년 유생인 안도현이 유생 상호간의 다툼은 감점 5점이니 다투지 말라며 노땅들은 다 빼고 참신한 신례들끼리 2차로 탁주 한동이씩 앞에 놓고 얘기하자고 구슬린다. 이선준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술기운으로 덮는 건 딱 질색이라고 거절하고 안도현은 김윤식과 다른 유생들을 데리고 반촌의 주막으로 간다.

여기서 안도현은 혼돈주 제조의 달인이라며 필살기인 진도홍주를 만들어낸다. 혼돈주(混沌酒), 오늘날로 말하자면 폭탄주 정도가 되겠다. 혼돈주 제조를 마친 안도현은 데리고 간 유생들에게 첫 잔은 한입털기라 권하고 한입털기를 끝내면 통이라 외치며 흥을 돋군다. 한입털기란 요즘의 웟샷 정도가 되겠다. 이제 김윤식의 차례가 되고 김윤식이 망설이자 안도현은 혼돈주의 전설에 대해 일장연설을 한다. 혼돈주의 전설, 동기생 단합대회에서 한입털기를 거절하는 유생은 반드시 성균관에서 출재를 당하고 청금록에서 영삭당한다는 아주 무서운 슬픈 전설이란다.

이에 진짜 김윤식인 남동생의 앞길을 망치면 안되는 남장한 김윤희는 얼른 술잔을 들어 한입털기를 하고 안도현은 '김윤식 통'이라 하고 다른 유생들은 '지화자'를 외치며 박자를 맞춘다. 그리고 안도현은 김윤식에게 사내 보양식으론 최고라며 세발낙지를 권하자 김윤식은 기겁하는데 사내 자식이 기집애처럼 뭐하는거냐는 유생들의 말에 김윤식은 세발낙지를 삼킨다. 세발낙지를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던 김윤식은 이내 맛있다는 표정으로 변한다. 세발낙지, 그게 그렇게 맛있는건지 살아 있는 놈을 통째로 먹지 못하는 나는 아직 그 맛을 잘 모른다.



한편 존경각에서 서책을 보고 있던 이선준은 걸오로부터 '니가 그렇게 엮이기 싫어하는 노론놈의 자식이랑 아주 똑같다'는 충고를 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김윤식 일행이 있는 주막으로 찾아 온다. 거기서 이선준은 유생들이 자기를 비난하는 뒷담화를 듣고 참담해지던 중에 이선준보다 더 비겁하고 한심하고 치사한건 이선준을 뒷담화하는 유생들이라 말하는 김윤식의 말을 듣게 된다. 이선준은 김윤식에게 유생 자치활동엔 원하지 않아도 참석해야 한다는 내 원칙을 어길 수 없어 온 것 뿐이라 말하며 김윤식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안도현은 엄청난 크기의 단지 뚜껑에 혼돈주를 따라 이선준 앞에 내놓고 김윤식은 첫잔은 무조건 한입털기라 말하며 마실것을 종용한다. 다들 설마 마시겠나 생각했었으나 이선준은 잔을 들어 한입털기를 해버리고는 트림을 한다.

성균관으로 돌아가던 중에 김윤식은 '수업이라는 것도, 스승님도, 함께 공부하는 동학들도, 논어가 그렇게 재밌는 책인지도, 정말 처음 알았는데 따지고 보면 다 이선준 덕분이니 오늘만큼은 좀 고마운거 같기도 하다며 꼭 서재로 안가도 좋다고 말한다. 이 때 이선준은 마셨던 술이 역류되는 현상(오바이트)이 시작되는데 이를 오해한 김윤식은 내 말이 그렇게 감동적이냐고 겸연쩍어하는데 그 때 이선준이 토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서 한창 무르익어 가던 분위기는 산통이 깨지고 김윤식은 이선준의 등을 두드리며 '이 웬쑤'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쉰다.

드디어 성균관 통금 시간이 다가오고 통금을 어겼다가는 끔찍한 얼차려가 기다리고 있기에 술에 잔뜩 취한 유생들은 비틀거리며 성균관으로 돌아간다. 이선준을 둘러매고 힘에 겨운 김윤식은 안도현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대물이니 할 수 있다 말하며 그냥 돌아가버린다. 김윤식은 이선준을 둘러매고 통금시간에 맞추기 위해 땀범벅이 되어 문 앞에 당도하지만 성균관 문은 눈 앞에서 닫혀버리고 만다. 사정이 있었으니 한번만 봐주면 다시는 통금을 어기지 않겟다 애원해보지만 이미 닫힌 문은 열리지 않는다.



눈엣가시같은 김윤식과 이선준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안 하인수가 벌을 내리려고 벼르며 통금시간에 맞춰 문을 닫으라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이선준은 술에 취해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김윤식은 망연자실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이 때 그들을 구원해 주는 메시아가 나타나는데 그가 바로 여림 구용하다. 구용하는 구용하를 비롯한 성균관 선진(先進)들이 애용하던 비밀통로 요즘의 속된 말로 개구멍으로 김윤식과 이선준을 안내한다. 그렇게 해서 김윤식과 이선준은 불통을 면하게 된다.

정조는 성균관에서 대사례(大射禮)를 실시하며 예선탈락자에겐 과락의 벌이 주어질 것이라 선포하고 여성으로서 활을 잡아본 적이 없는 김윤식은 허둥댄다. 동방생 중 어느 하나의 탈락은 접원(接員) 모두의 탈락이기에 이선준이 나서서 김윤식을 도와준다. 여기서 이선준은 간밤에 김윤식이 자기를 비호해준 것은 한 스승께 다 똑같이 배운 동학이 아닌 자기 편이 생긴 것이고 자기 편이 생긴건 김윤식이 처음이었다 말하며 처음으로 속내를 나타낸다.

김윤식이 홀로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는 곳에 하인수 일행이 찾아오자 김윤식은 하인수에게 학령을 바꾼다면 이선준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을텐데 이선준이 동재에 머무는 것이 그토록 잘못이라면 왜 원칙을 바꾸지 못하냐고 당당하게 대꾸한다. 이에 하인수는 사과의 의미로 한 수 가르쳐주겠다며 김윤식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 과녁 앞에 세우고는 사대에서 김윤식을 향해 활을 겨냥한다. 학동(學童)이 이선준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이선준은 활 연습장으로 달려가 하인수를 제지하려 하지만 이미 살은 시위를 벗어나 김윤식을 향해 날아가고 만다. 김윤식은 겁에 질려 꼼짝을 할 수 없는데 그 때 돌연 걸오가 나타나 김윤식을 안아 위기를 면하고 김윤식은 그 자리에서 실신해버린다.



한편 정조에게 갔던 정약용은 김승헌이 암호로 남긴 유언을 보게 되고 정조가 정약용을 성균관으로 보낸 진짜 이유에 대해 알고는 성균관으로 돌아와 청금록(靑衿錄)을 뒤지다가 김윤식이 김승헌의 아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그 때 걸오가 실신한 김윤식을 업고 들어 와 침대에 눕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김윤식은 남장한 것이 탄로났을까봐 옷매무새를 고치는데 아마 지니고 있던 은장도가 사라진 듯하다. 이리저리 찾고 있는 김윤식 앞에 정약용이 나타나자 김윤식은 그만 돌아가보겠다고 말하며 돌아선다. 그 때 정약용이 김윤식에게 "계집이냐"고 묻고 김윤식은 사색이 된다.

김윤식, 아니 김윤희가 남장한 사실은 언젠가는 밝혀질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드러나는 것은 의외인 것 같다. 김윤식이 다른 이도 아닌 금등지사를 지키려다 죽게 된 김승헌의 아들이라는 것을 정조와 정약용이 알고 있기에 김윤식의 정체가 드러난다해도 어차피 해피엔딩이 될 거라는 생각은 든다. 특히 정조는 서학을 받아들인 남인 유생들이나 서얼들을 중용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임금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서학을 받아들인 정약용을 신뢰하고 있으므로 작가가 김윤식의 정체가 밝혀진다해서 비극적인 결말을 내지는 않을 것 같다.



옥에 티

정약용이 논어재 강의를 하면서 항아리로 마술을 보여줬는데 이 장면에 옥의 티가 등장한다. 정약용은 항아리에 불을 붙였다가 책을 덮어서 끄고는 다시 그 안으로 손을 넣어 물건을 꺼낸다. 그러나 손을 넣기 전에는 항아리 주둥이 부분이 불에 그을려서 검게 나왔는데 잠시 후 손을 뺄 때는 항아리 주둥이 부분이 아주 깨끗하다. 그렇게 그을음이 생길 정도로 불을 붙이는 마술은 없을 것 같은데 아마 마술을 잘못 사용한 것 같다. 그냥 적당히 불을 붙이면 된다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그을음이 생길줄은 미처 몰랐던 것일수도 있겠다. 옥에 티가 나온 것은 아쉽지만 강의 내용이나 발상은 참신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