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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성균관 스캔들' 숨겨진 금등지사 찾기 게임인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3회 방송에서는 금등지사 얘기가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는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본 적이 없어서 드라마와 소설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3회 방송에서부터 금등지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본다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전체적으로 금등지사를 둘러싸고 정조와 노론세력이 벌이는 시소게임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게임의 주무대가 '작은 조정'이라 불리던 성균관인 것으로 본다면 아마도 금등지사는 성균관에 숨겨져 있다는 것 같다. 그리고 성균관 유생들 중 누군가가 이 금등지사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성균관 유생들끼리의 갈등이 그려지지 않겠나하는 생각도 든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금등지사는 정조실록을 통해 내용은 알려졌으나 문서자체가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의견이 분분하다. 금등지사는 정조가 노론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라는 설과 금등지사가 공개되면 노론 백년동안 쌓아 온 역사가 수포로 돌아갈수도 있는 치명적인 것이기에 노론이 없애버렸다는 설이 있다. 아마도 이 드라마의 작가는 금등지사가 성균관에 숨겨져 있었다는 허구를 통해 전자의 설과 후자의 설을 적절히 인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김윤식, '大物'이라는 별호(別號)를 얻다



김윤식(박민영)은 성균관 신방례에서 '모란각 기녀 초선이의 비단속곳에 정을 담아오라'는 밀지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간 모란각에서 병판과 마주친다. 그러나 기지를 발휘해 병판에게 희롱당하기 직전의 초선을 데리고 나오고 김윤식을 마음에 품게 된 초선은 선선히 비단속곳을 내어준다. 김윤식은 '부끄러운 속곳이 아니라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겠다'며 속곳에 난을 치고 초선은 화답시를 지어준다.

성균관 장의(掌議)인 하인수로 하여금 김윤식에게 이런 밀지를 내리게 한 사람은 女林 구용하다. 여림은 김윤식이 여자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만 정체를 발설하지 않고 재미삼아 얼마나 버티는지 지켜보자는 의도다. 초선은 하인수가 마음에 품고 있는 기녀지만 초선은 한번도 하인수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기생이다. 그런데 성균관 신참인 김윤식이 초선의 비단속곳을 받아 오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초선의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물어본다. 그리고 초선이 비단속곳에 적어 넣은 화답시 "뉘라서 짧은 밤이 긴 밤보다 부족하다 하리까, 황홀했던 짧은 밤 기나 긴 어느 밤과도 바꾸지 않으리"를 보고는 질투가 솟구친다.

다음 날 식사 시간에 여림은 김윤식 앞에 앉아 짬밥이 살로 안가긴 한다지만 밥이 아니라 아침 저녁을 다 먹으면 1점이고 300점이면 대과를 볼 자격을 얻게 되니 그를 먹는거라고 말한다. 여림은 김윤식이 여자라고 확신하고 있기에 이 말을 던진 것인데 요즘말로 다이어트에 신경쓰라는 얘기로 들려 슬며시 웃음이 난다. 그리고 김윤식에게 '금상이 인정한 인재에다 초선이가 인정한 양물을 지닌 사내 대물 김윤식 선생이 아닌가'라고 일방적으로 별호를 지어줘버린다. 성균관 유생들도 김윤식을 대물이라 부르며 초선일 사로잡은 비법을 좀 배워보자고 놀린다. 대물, 여성인 김윤식에게 붙여진 이 별호가 입에 짝짝 붙는 이유는 원래 별명이라는게 유치해야 제 맛이기 때문일거다.



여기에 또 흥미로운 인물이 있는데 '미친 말'이라 불리는 걸오 문재신이다. 걸오는 성균관 유생이기는 하나 의관정제는 커녕 머리는 산만하게 풀어헤치고 대충 옷을 걸치고 다니며 반촌 식당가에서 무전취식을 하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같은 방에 배속된 유생들을 쫓아내기 일쑤인 요즘말로 불량학생이다. 걸오는 '미친 말'이란 별호가 말해주듯이 성균관 유생들 모두가 감히 말을 걸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개차반으로 보이는 걸오는 금등지사를 지키려던 형이 김윤식의 아버지와 함께 노론 일파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걸오는 밤에 복면을 한 채 금등지사를 밝히라는 홍벽서를 뿌리고 다닌다. 관군들에게 쫓기던 걸오는 금등지사를 밝히라는 홍백서를 주워들고 걸어오던 김윤식과 마주치고 몸을 숨기는데 김윤식은 뒤쫓아온 관군들에게 수상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둘러대준다.

김윤식은 이런 야생남 걸오와 첫 만남부터 꼬이기 시작했던 원칙주의자인 꽃미남 이선준, 두 사내와 함께 동재 중이방에 배속받았고 마침내 그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걸오는 이전 회에서 남장하지 않은 김윤희가 병판의 수하들에게 쫓길 때 구해주기도 했고, 김윤희가 남장을 하고 김윤식이란 이름으로 성균관으로 들어갈 때 무전취식으로 쫓겨나다가 김윤식과 마주치기도 했었다. 이 셋은 첫 만남부터 유생들끼리 걸오가 이선준과 김윤식을 내쫓는다를 놓고 내기를 벌일 정도로 순탄치 않았으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고 걸오는 이선준과 자기 사이에 김윤식을 강제로 눕히면서 "앞으로 영원히 니 자리"라고 한다. 걸오는 관군들에게 쫓길 때 숨었다는 사실을 관군들에게 발설하지 않았던 사람이 김윤식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남장여자인지까지를 아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눈 앞에서 금등지사를 밝히라는 홍벽서를 뿌리고 다니는 사람을 놓친 병판은 좌상을 찾아 가 얘기를 한다. 놀란 좌상은 대체 일을 어찌 처리했기에 이제 와 금등지사냐고 묻고 병판은 금등지사는 없다는걸 좌상이 더 잘 알지 않느냐고 한다. 정조가 먼저 홍벽서를 잡게 되면 노론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기에 좌상은 반드시 정조보다 먼저 홍벽서를 손에 넣으라고 지시한다.

한편 영상으로부터 홍벽서가 반촌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놓쳤다는 소식을 듣게 된 정조는 홍벽서가 반촌으로 들어갔다면 아마도 성균관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영상은 반촌은 관군들이 함부로 통제할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이니 어쩌면 홍벽서는 관군들을 피해 그저 은신처로 삼았을수도 있겠다고 대답한다. 정조는 영상에게 금등지사를 찾는 홍벽서라니 점점 일이 재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들을 보면 금등지사는 성균관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것 같다. 정조의 대사를 놓고 보면 정조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건지 아니면 정조도 금등지사를 찾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금등지사가 과연 성균관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가 궁금해지는데 드라마속에 잡힌 한 장면이 흥미롭다. 하인수로부터 겁박을 당한 김윤식은 존경각에서 서책을 보고 있는 이선준을 찾아와 신방례 때 빚진 소원을 갚으라며 현재 머물고 있는 동재가 아닌 노론들끼리 모여 있는 서재로 가달라고 한다.



김윤식이 존경각으로 들어설 때 캡쳐한 이미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독 한장면에 눈길이 갔는데 아마도 이 존경각 안 어딘가에 금등지사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추정해보게 된다. 여기서 존경각(尊經閣)이란 성균관 안에 도서를 보관하기 위해 지었던 전각(殿閣)을 말하기에 더 신빙성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캡쳐한 이미지에서 표시한 곳에 금등지사가 숨겨져 있다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원래 등잔 밑이 어둡다고 금등지사는 의외로 눈에 잘 띄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다. 성균관 유생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책을 잘 안읽는가를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금등지사를 둘러싸고 정조, 김윤식, 걸오, 이선준 그리고 노론들간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암투와 갈등이 주요 내용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드라마의 제목인 '성균관 스캔들'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