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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SPORTS

오프사이드 잦은 오심, 당연한 것

축구 경기에서는 오프사이드 판정에 대한 논란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데 특히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는 오프사이드 오심을 놓고 축구팬들의 비난이 극대화되고 심판의 자질론으로까지도 번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오프사이드 판정의 경우는 오심이 잦을 수 밖에 없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축구에서 오프사이드 규칙은 공격자에게 유리하게 계속 변화되어 왔다. 축구에 대한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축구팬들을 축구경기에 불러 모으려면 축구가 재미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골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골이 터지게 하기 위해서는 축구 규칙이 공격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될 수 밖에는 없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오프사이드 규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프사이드 규칙의 변화는 자본의 생리가 만들어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는 다대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오프사이드 규칙에 대해서 언급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프사이드 판정이 잦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써보려고 한다. 아래의 그림은 축구 그라운드를 옮겨 본 것인데 바탕의 그라운드 이미지는 위키백과에 있는 이미지를 사용했다.



축구 경기에서 심판은 주심 1명과 부심 2명 그리고 대기심 1명으로 구성된다. 주심은 경기장 안에서 움직이며 경기를 총괄하고, 부심은 터치라인를 따라 움직이며 터치아웃이나 오프사이드 또는 주심이 보지 못한 파울 등을 판정하나 주심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대기심은 추가 시간이나 벤치의 교체 신호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주심은 경기장 안을 종횡무진 뛰어 다니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방향은 위의 그림에 있는 분홍색 실선과 같다. 양쪽 터치라인에 표시된 빨간줄은 각각의 부심이 움직이는 방향인데 이렇게 경기장의 절반 정도만 움직이는 것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하기 위해서다. 또한 주심은 부심이 위치한 근처에서의 파울은 부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기본적으로 분홍색 실선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위의 그림에서 파란색 실선은 오프사이드 판정선을 가정하기 위해서 표시한 것이다. 즉 노란색 동그라미가 수비수이고 빨간색 동그라미가 공격수라고 가정했을 때 빨간색 공격수의 팀 선수가 킥하는 순간에 수비수와 공격수가 동일선상에 위치해 있다면 오프사이드 위치가 아니므로 오프사이드 반칙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현재 축구 규칙의 절대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절대적인 기준은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것이 있는데 부심의 위치도 또한 파란색 실선 상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부심의 위치가 파란색 실선의 왼쪽에 위치해 있다면 부심이 보는 관점에서 빨간색 공격수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게 되고 반대로 파란색 실선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면 빨간색 공격수가 그림에서와는 달리 조금 더 앞쪽에 위치해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오프사이드 위치가 성립되더라도 부심이 보는 관점에서는 오프사이드 위치가 아닌 것으로 보이게 된다.

부심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하기 위해서 수비수와 공격수의 최종라인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판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부심이 절대적인 기준에 해당하는 위치에 서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을 가정하고 판정을 하려고 하겠지만 정확하게 오프사이드 판정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축구경기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은 어느 정도 명확하게 판정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오심을 하게 될 수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기가 진행된 후에 리플레이되는 화면을 보고 심판의 오심이었다고 비난하는 것이나 부심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화면에 비치는 절대적인 기준만을 놓고 오프사이드라 규정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물론 오심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리플레이 화면을 증거로 삼아서 도가 넘는 비난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될 것 같고 '심판의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여유들을 가진다면 축구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심판 협회나 심판을 관리하는 측에서는 교육이나 훈련 등을 통해서 오프사이드 판정에서의 오심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되겠으나 축구팬들도 경기가 진행된 후에 리플레이되는 화면을 들어 판정에 대해 도를 넘는 비난을 한다거나 심판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얘기까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정확한 판정을 하겠다고 축구 경기에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판정이 문제될 때마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판정하려 한다면 축구경기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축구가 재미없어질 것이다.

지난 '06년 월드컵에서 한국은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져서 16강 진출이 좌절되었던 적이 있는데 이 당시에 오프사이드 판정이 오심이었다고 거센 논란이 일었었다. 현재는 당시의 판정이 오심은 아니었다는 의견들도 보이는데 그 논거를 보면 "이호 선수가 스위스 선수의 패스를 차단한 것이고 한국선수에게 백패스를 하게 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 견해의 차이는 축구 규칙에 있는 "오프 사이드 위치에 있던 선수가 그 위치에 있으면서 이득을 얻는(gaining an advantage by being in that position) 경우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있다. '그 위치에 있으면서 이득을 얻는다'는 것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선수가 "골포스트나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온 볼을 플레이하거나 또는 상대편을 맞고 튀어나온 볼을 플레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수비수가 백패스를 하는 것을 차단한 경우로 본다면 오프사이드 반칙이 아닐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을 이호 선수의 백패스로 볼 것인지, 스위스 선수가 킥하는 순간에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스위스 선수가 이호 선수에게 맞고 튀어나온 공을 받아 경기함으로써 '이득을 취한'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볼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심판의 위치나 성향에 따라서 다른 판단이 나올수도 있겠고 순간적으로 어떤 판정을 내릴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경우는 오프사이드 반칙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호 선수의 볼 차단이 백패스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어제 끝난 뉴질랜드와 이탈리아의 경기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뉴질랜드 스멜츠 선수의 골 장면이었다. 프리킥을 하는 순간에 스멜츠 선수의 위치는 오프사이드가 아니었으나 방송 리플레이를 보면 뉴질랜드 공격수의 머리에 맞고 굴절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순간에 스멜츠 선수는 오프사이드 위치가 된다. 그런데 뉴질랜드 공격수의 머리에 맞고 굴절된 공이 또 이탈리아 수비수에 맞고 스멜츠 선수에게 흘렀는데 이 상황이 유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여러가지 경우를 경기장 안에서 정확하게 판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아르헨티나 전에서 오프사이드 판정 오심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이 세 번째 실점한 골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아르헨티나 선수가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온 볼을 차 넣음으로서 이득을 얻게 되는'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하게 되는 경우였다. 그러나 그런 혼전중에 심판이 제대로 판정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고 무엇보다 그 경기는 한국이 완패한 것이다. 감독의 전략이나 선수들의 개인기와 스피드 체력 모두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뒤쳐졌다. 간간히 마라도나 감독이 터치라인을 벗어난 공으로 묘기를 보여주었는데 이렇게 쇼맨십에서조차도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완전히 졌다. 응원했던 팬들로서 섭섭함을 토로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아직 16강이 좌절된 것도 아닌데 지나친 비난은 자제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