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엔터테인먼트

'청춘불패2' 이경규 화분 만도 못한 존재감

 
 
 
"너거들 뭐하니?" 청춘불패 시즌2가 시작됐지만 이러한 초보적인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언제부턴가는 아예 "너거들 왜 그러고 있니?"가 돼버렸다.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왜 저걸 하는지 도통 모르겠는 희한한 프로그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시즌1에서와 같은 의미도 없고 그렇다고 재미도 없는 이 프로그램, 폐지 외에 답이 있을까 싶다. 멤버를 교체하고 이영자를 투입해서 포맷을 변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교체하고 보강해야 할 것은 출연자들이 아니라 바로 제작진이다. 그렇게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비가 새면 지붕을 손 봐야지 비 새는 곳에 받칠 양동이를 교체한다고 새는 비를 막을 수는 없다. 제작진은 그대로 둔 채 멤버들을 이리저리 교체하다가 안 되자 진행자를 교체해서 포맷을 바꿔보는 것은 비 새는 곳에 받칠 양동이를 교체해놓고 왜 비가 계속 새느냐고 양동이를 한탄하는 우둔한 짓에 다름 아니다. 그러다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기엔 '청춘불패'라는 브랜드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제작진
 
시즌1이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은 멤버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활동에 나서면서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게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램 중간에 일부 멤버를 교체함으로써 시청률이 현격하게 떨어졌고 끝내 만회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멤버를 교체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한데도 시즌2는 첫방송에서부터 한 명이 불참할 정도로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누군가는 필히 빠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중간에 한둘씩 빠지는 것은 예사였고 결국에는 멤버 달랑 두 명만 녹화에 참여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미처 프로그램의 개성을 정립하지도 못했고 멤버들도 프로그램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임에도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유지해 나가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시즌1에서의 멤버였던 순규를 기용한 것은 일종의 보험 성격이었던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순규가 프로그램의 성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상당한 활약을 했던 것은 맞지만 스스로 어떠한 상황을 만들고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시즌1에서의 멤버를 활용하는 것은 피했어야 했다고 보지만 굳이 데려와야 했다면 구하라여야 했다. 구하라는 그가 가진 여러가지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과 각각의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여자 아이돌이다.
 
순규는 시즌1에서는 의외로 잘 맞았지만 시즌2의 새로운 포맷에서까지 활용할 정도로 그 활용가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순규는 이를테면 청춘불패 시즌1의 포맷에서 활약했던 캐릭터의 테두리에 갇혔다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으로 말하자면 순규는 일시적인 게스트로는 활용가치가 높은 반면 구하라는 고정 멤버로서 욕심을 낼 만한 재능을 갖춘 여자 아이돌 중에 하나다.
 


 
순규뿐만 아니라 피얼리티 예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싶은 여자 아이돌이라면 김신영에게서 예능을 배우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는 '1박2일 시즌1', '무한도전',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해보는 게 낫다. 낡고 식상한데다 어수선하기만 한 김신영표 예능은 여자 아이돌에게 어울리지 않으며 김신영과 프로그램은 같이 하더라도 여자 아이돌은 김신영표 예능을 배워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아이돌 특유의 참신하고 기발한 이미지와 캐릭터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시즌2 멤버 중에서는 프로그램 시작부터 남다른 의욕을 갖고 임했던 예원이 단연 돋보인다. 한데 여전히 프로그램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예원뿐만 아니라 여타의 멤버들이 계속해서 프로그램과 겉도는 이유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 제작진 탓이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니 멤버들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물론이고 도대체 왜 하는지조차 납득할 수 없으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모든 게 부자연스럽고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상태에서 멤버들이 어떤 예능적인 요소를 발휘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김장독은 왜 묻었고 포도나무 가지치기는 왜 했을까?
 
시즌2는 "저걸 도대체 왜 하니?"라는 한마디에 모든 문제가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광의 일꾼'인가 뭔가는 왜 뽑아야 되고, 소 혀에 머리 들이밀기나 물벼락 맞기 등의 같잖은 벌칙은 왜 하고, 논밭 한가운데나 뻘에서 게임인가 뭔가는 왜 해야 되고, 김장이나 포도나무 가지치기나 낙지젓 같은 것은 왜 하는지 등등 시종 저 대부도까지 가서 저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정말 황당한 것은 논밭 한가운데 또는 뻘에서 게임이란 걸 왜 해야 하는지와 게임을 한답시고 멀쩡한 고기를 여기저기 옮겨 담느라 맨손으로 주물럭거리고 피를 제거할 목적으로 논에다 풀어놓는 미꾸라지를 초주검으로 만들어서 논에다 뿌려야 하는지다.
 
농어민들에겐 삶의 터전인 논밭이나 뻘을 놀이터로 삼아 히히덕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을 보는 일은 정말 짜증스럽다. 도대체 논 한가운데서 게임을 왜 하는지도 그렇지만 그 게임의 도구로 멀쩡한 미꾸라지를 이용해서 초주검을 만드는 장면은 할 말을 잃게 했다. 그 벌칙이라는 게 고작 소 혀에 머리 들이밀기라니 이 자들이 과연 온전한 정신을 가진 인간인가 싶을 정도였다. 소는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매주 누군가의 머리를 핥아야 되고 또 미꾸라지는 왜 초주검이 돼야 하냐는 말이다. 이 자들이 다른 어딘가에서 동물사랑을 외치고 다닌다면 코를 꿰고 굴레를 씌우고 재갈을 물려버려야 할 것이다.
 
김장 담그기는 왜 했는지도 그렇지만 그걸 한답시고 둘만 하루종일 굴만 까게 해놓고 제작진은 도대체 어떤 그림을 기대했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지옥의 문으로 들어가는 거'라는 현지인의 말처럼 그 힘든 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어린 이들 앞에 산더미처럼 굴을 쌓아 놓고 까라고 하면 어쩌라는 말인지.
 
'청춘불패'가 단순히 일시적으로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었나? 도대체 낙지젓은 왜 담갔는지, 김장독은 왜 땅에다 묻었는지, 포도나무 가지치기는 왜 했는지, 텃밭에 채소는 왜 심었는지 등등 제작진들은 이유를 알고 있을까? 아니 낙지젓은 어떻게 했는지, 김장독은 어떻게 됐는지, 이미 수확철이 된 듯한데 가지치기 한 포도나무는 어떻게 됐는지 등등 제작진들은 알고 있나? 이제 프로그램의 포맷을 또 바꾼다고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제작진들의 우둔함을 따지면 끝이 없다.
 
 


 
이 우둔한 제작진들이 지금까지 기껏 해 왔던 거라고는 멤버들에게 영구 같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이나 시키고, 멤버들 몸무게 알아내기 한답시고 같잖은 게임이나 하고, 효도 온천 여행을 한다며 멤버들에게 뜬금없이 수영복을 입히고, 무슨 어린이날 체육대회를 한답시고 학교를 빌려서는 어린이 하나 없이 멤버들끼리만 히히덕거리며 놀고, 그런 거밖에 없었다.

 
리얼리티 예능에서 수시로 분장을 할 필요가 뭐가 있고, 멤버들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몸무게나 노출 등으로 대중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화제성에 기대보려는 얄팍한 꼼수였겠지만 제작진의 천박한 습성만 노출됐을 뿐이었다. 난데없이 뽕을 갖다 놓고 그거 임자 찾는다고 프로그램 분량을 채운 장면이야말로 제작진의 우둔함과 천박함의 절정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시즌2의 또다른 문제는 MC다. 특별할 게 없는 이수근에 뻔한 붐, 그나마 무언가 기대만 갖게 하고 기대로만 끝낸 지현우의 조합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들의 호칭을 삼촌으로 가져간 것은 이 프로그램이 초반부터 삐걱거리게 만든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카메라 꺼지면 오빠로 호칭할 정도의 연령대의 멤버들에게 카메라 돌면 삼촌이라 호칭하라 했으니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
 
이렇게 한 것은 아마도 단순히 소위 삼촌팬들을 의식해서 나온 포맷 선택이었을 것이다. 마치 걸그룹을 삼촌팬들의 기쁨조 정도로 보는 듯한 제작진의 고루한 인식과 걸그룹의 팬덤이 모두 삼촌팬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단순함으로 포맷을 그렇게 가져간 제작진의 우둔함이 낳은 결과다.
 
별론이지만 삼촌은 부정확하며 남성 중심의 호칭이다. 삼촌은 촌수가 호칭으로 자리잡은 경우인데 이는 호칭으로서는 정확하지 않다. 화자(話者)를 중심으로 삼촌 관계인 경우는 부모의 형제 즉 숙부모, 형제의 자식 즉 조카, 증조부모, 증손자녀의 네 경우다. 한데 조카가 숙부를 호칭할 때에만 삼촌이란 호칭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조카에게 삼촌 관계인 경우는 숙부모, 외숙부모, 고모, 이모가 있는데 그 중에서 남자인 숙부에게만 삼촌이라 호칭하니 지독한 남성 중심의 호칭인 셈이다.
 
이수근이 하차하고 김신영이 투입되었으나 붐과 김신영의 조합은 최악이다. 시즌1에서의 문제점 중 하나가 어수선함이었는데 이 둘의 조합은 어수선함만 극대화시킬 뿐이다. 한창 왕성한 나이인 멤버들의 어수선함을 정리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어수선함을 부추기기만 할뿐인 선택인 것이다.
 
결국 이 둘의 조합으로 했던 거라고는 뽕 찾는다고 호들갑 떨든가, 게스트 초대해서 짝짓기 한다고 가당찮은 애교 보이기 한답시고 줄 세우며 어지럽게 만드는 것들 뿐이었다. 멤버들 중에 수지와 예원 달랑 둘만 출연한 방송에서 수지는 공주로 예원은 못난이 하녀 정도로 몰아가 보는 사람도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가 이 둘의 조합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장면이다.
 
프로그램을 이렇게 저급한 수준으로 제작해놓고 제작진들은 도대체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이 프로그램은 '청춘불패'라는 브랜드 가치를 살려 나가기 위해서는 제작진을 전면 교체하지 않는다면 폐지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포맷을 바꾼다든가 MC를 교체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브랜드 가치만 더 추락시키고 종국엔 폐지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경규 화분 만도 못한 멤버들의 존재감
 
'영화감독 이경규'란 팻말이 적힌 화분이 여러 회 방송 분량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화분은 집들이 할 때 등장한 것인데 이동욱과 이특도 같이 보냈었다. 한데 이경규가 보낸 이 화분은 방송에서 여러 번 눈에 띄었는데 소품인 이 화분에 멤버들이 모두 묻혔다. 소품에 눈이 간다는 건 방송이 그만큼 어수선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멤버들의 존재감도 없다는 것이다.
 
 


 
멤버들 전체를 풀샷으로 잡아도 일부만 잡아도 이 화분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화분의 존재감이 멤버들을 압도했다. 화분 하나도 '영화감독'이라 함으로써 재미를 주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면이 이경규가 지난 연말 이수근을 제치고 연예 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유일 것이다.

 
여기서 화분을 언급하는 것은 멤버들의 존재감이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서 선택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엉성한 포맷을 납득하지 못하니 거기에 이미 멤버들의 존재감이 묻히고, MC들의 호들갑에 묻히고, 제작비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도 홍보하느라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묻히고,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는 하등 관계가 없어 보이는 초대한 게스트에 묻히고, '영화감독 이경규'란 작은 팻말 하나에도 멤버들의 존재감을 묻어버린 게 이 프로그램의 문제다.
 
몸값 비싼 싱싱한 젊은 처자들을 데려다놓고 우스꽝스런 분장이나 시키고, 물벼락이나 소금벼락을 맞게 하고, 공주와 하녀로 취급해서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애교 따위나 선 보이며 그저 그런 짝짓기 놀이나 시키는 것 외에는 그리도 할 게 없나?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특히 김신영과 붐 조합으로 가면서는 매 행동마다 멤버들에게 예능이라 말하면서 압박하는데 그렇게 부담을 주면서 도대체 멤버들에게서 어떤 장면을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예능이 왜 꼭 우스꽝스러워야만 한다는 건지 꽉 막히고 어수선하기만 한 두 MC와 제작진들의 조합은 멤버를 죽이고 프로그램을 죽이는 일등공신들이다. 이들에게 '정글의 법칙'을 맡기면 필시 정글에서 예능이라며 영구 분장한 채 히히덕거리고 놀다가 와서는 프로그램 시청률 안 나온다고 탓하며 멤버나 MC 교체하고 포맷 변경할 것이다.
 
차라리 MC고 제작진이고 모두 뒤로 빠지고 멤버들끼리 무언가를 만들어가게 놔둬라. 프로그램의 주역은 MC나 게스트가 아닌 멤버들이어야 하는데 멤버들을 병풍처럼 세워두고 시녀 정도로 부려먹으며 존재감을 완전히 묻어버리면 어떤 그림이든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이영자가 투입돼 '청춘민박'이란 포맷으로 간다고 하는데 이건 '1박2일' 시청자 투어의 포맷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영자에게 특화된 포맷으로 짐작되는데 '1박2일' 시청자 투어의 성공은 참여하는 시청자가 프로그램의 포맷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이유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한데 '청춘민박'이란 프로그램은 멤버들은 물론이고 참여자들에게도 생소할 것이므로 별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여기서도 멤버들은 결국 병풍으로 전락하는 거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그림이 없기에 더 그렇다. 걸그룹 예능에서 멤버인 여자 아이돌을 병풍으로 만들고 존재감을 묻어버린다면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