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엔터테인먼트

'웰컴투 한국어학당' 태극기나 똑바로 걸어라

 

 

 

'웰컴투 한국어학당 어서오세요'

 

이것은 MBC가 야심차게 준비해서 런칭해 절찬리에 방송하고 있는 금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K-Pop과 더불어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국어 열풍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지원을 고양시킴으로써 한국어 세계화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획 의도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프로그램의 내용은 몹시 어쭙잖은 훈장놀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나마도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송 5 회 만에 폐지한다고 한다.

 

한국어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그럴싸한 미사여구로 포장해놓고는 단지 시청률을 이유로 방송 5 회 만에 즉시 폐지에 들어가는 것은 양두구육이 아니냐고 비난할 만한 형편도 안 되는 천박한 짓이다. K-Pop과 한국어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일반인들의 무관심이 아니라 방송 제작자들의 천박한 수준으로 한류팬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의 내용도 어쭙잖은 훈장놀이 수준으로 제작해놓더니 폐지가 기사화되자 애초에 5회를 기획한 것이었으니 폐지가 아니라 종영이라며 어쭙잖게 말장난을 늘어놓기까지 한다.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솔직히 말해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5 회를 끝으로 폐지하려고 했겠나? 방송 내용이야 어떻든 그저 시청률만 잘 나온다면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아무리 비판을 쏟아내도 꿋꿋하게 연장방송까지 고집하는 게 방송제작자들이 아니었던가?

 

이 프로그램은 계속돼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진행자와 제작진이 기획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에 있다. 서경석과 김정태의 같잖은 대결 구도는 재미도 없고 공감해주기도 어렵다. 한국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겐 더 황당할 것이다. 이들은 선의의 경쟁으로 컨셉을 잡았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예능 요소를 끄집어내야지 방송에서처럼 터무니없는 설정을 해놓고 억지로 웃기려고 해봐야 의미만 퇴색될 뿐이다.

 

서경석은 수시로 학벌을 떠벌여 보는 사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차라리 코미디 실력이나 연마해서 뽐내는 게 낫지 않겠나? 그렇게 학벌 떠벌이는 코미디언의 입에서 나온 게 고작 '일라이다! 일라이다!'라니 서울대 출신 코미디언의 수준은 참으로 속된 말로 '안습'이다.

 

또한 '부처님도 공양미 300 석은 돼야 소원을 들어준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김정태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게 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래 동화를 설명하면서 고작 이런 수준의 발상밖에 못하는 수준으로 누구를 가르치겠다고 나선다는 건 참으로 주제넘는 짓이다. 그런 건 코미디도 아니고 그냥 개소리다.

 

태국에서 온 민뜨라는 한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TV에 나오는 외국인을 통틀어서 가장 고급의 한국어를 구사한다. 방송에서 교습자로 나온 벨기에 청년이나 수정양보다 그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배워야 할 것으로 보이는 자들이 교습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장면들도 프로그램의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민뜨라의 경우는 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한국의 대학들에서 스카웃해야 할 우수한 학생이 아닐까 싶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장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나 기관들 또는 세종학당 등과 연계해서 선발 및 지원 그리고 교습 방법 및 수준을 다시 설정해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장학생의 자격을 테스트하고 해외에서 한국 방송을 보는 외국인들이 조금 더 고급의 한국어를 조금 더 재미있고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의 방송으로 제작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달랑 방송 5 회 만에 단지 시청률이라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서둘러 폐지해버리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연속성을 갖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제작을 계속해야 한다. 참신한 기획에 걸맞게 프로그램의 방향과 내용을 적절히 수정 및 보완해 나간다면 시청률은 충분히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터키 편 방송에서 신청자가 140명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하려고 애썼지만 실은 속된 말로 '안습'이다. 올해의 140 명이 다음 번 터키 편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 터키를 찾았을 때에는 14,000이 넘고 140,000이 넘는 날이 오도록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한국어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각설하고, 이 프로그램은 시청하는 내내 불편하고 거슬리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제작진들의 타국을 대하는 인식 수준이 시혜(施惠) 혹은 사대(事大)에 찌들어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국어를 가르치겠다는 프로그램이 태극기의 위치를 거꾸로 걸어놓은 채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한국 TV 프로그램은 타국을 시혜 혹은 사대 단 두 가지로 분류해서 제작 방송하는 것이 클리셰화되어 있어 이를 시청하는 한국인마저도 불편하게 한다. 동등한 국가적 관점에서 방송을 제작하지 못하는 이러한 한국 방송의 문제는 곧 한국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혜 혹은 사대로 분류하는 천박하고 비루한 인식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과공비례, 과유불급한 요소를 걷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태국도 '6.25 사변' 참전국이다

 

터키로 날아간 제작진은 시종 비굴해 보인다고 느껴질 정도로 터키가 6.25 사변 참전국임을 언급하며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했다. 한국에 참전했던 국가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그 방법이 적절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고 시청하기에 불편한 장면들이 있었다.

 

반면 태국에 가서는 태국이 6.25 사변 때 참전했던 얘기를 쏙 뺐는데 이는 제작진들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방송 제작자들이 이러한 인식 수준으로 방송을 제작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으로서 비단 이 방송 뿐만 아니라 타 방송도 제작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져야 할 것이다.

 

태국도 6.25 사변 때 터키에 버금갈 만한 병력을 파견해 'The Little Tiger'로 불릴 정도로 맹활약했다. 태국도 한국이 광복된 날에 일제의 강점에서 해방된 국가로서 자국 내의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6.25 사변이 발발하자 육해공군을 파견했고, 전후에도 미군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 한국에 남아서 전후 복구를 지원했던 한국의 혈맹 국가다. 당시 태국군 사령관은 태국 황태자였다.

 

태극기의 위치가 잘못되었다

 

'한국어 세계화에 앞장선다'는 슬로건을 내건 방송에서 태극기의 위치가 거꾸로 걸린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는 것을 봐야 되는 것은 몹시 불편하다. 제작진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태극기의 위치를 거꾸로 걸어놓은 채 방송을 제작했는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위는 방송 장면을 캡쳐한 것인데 보는 바와 같이 태국과 터키 편 모두 태극기를 오른쪽에 걸어 놓은 채 방송을 제작해서 버젓이 방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르면 태극기는 중앙 혹은 왼쪽에 걸어야 하는데 방송과 같은 경우에는 왼쪽에 걸어야 한다. 태극기가 왼쪽을 양보해야 하는 경우는 UN기와 동시에 게양했을 때가 유일하다.

 

그런데 방송을 되돌려보면 태극기의 위치가 제대로 된 장면들이 나온다. 터키와 태국 현지에서 녹화한 장면들에서는 태극기의 게양 위치가 왼쪽으로 제대로 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기법에는 태극기의 깃면을 늘여서 게양하는 경우 태극기의 위치가 바뀐다는 규정이 없다. 제작진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해서 태극기의 위치를 뒤바꿔 놓았는지 황당스러울 따름이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은 방송 장면에서 태극기 게양 위치는 잘못되었으나 깃면을 늘여서 게양하는 방법은 올바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태극기의 깃면을 늘여서 게양하는 방법은 위 이미지 중에서 오른쪽과 같이 해야 한다. 간혹 가다가 왼쪽처럼 게양해놓은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것은 태극기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위 이미지처럼 나란히 붙여 게양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로기를 게양할 때 깃면을 늘여서 다는 형태 중 배너형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위 이미지의 형태에서 다른 기와 함께 게양할 경우에는 오른쪽에 다른 기를 걸도록 대한민국 국기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처럼 다른 기와 함께 게양할 경우 태극기는 깃면을 늘여서 다는 방법을 규정한 조항과는 달리 거꾸로 뒤집힌 채 걸리게 되는 괴리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태극기를 다른 기와 교차해서 게양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이 경우를 인정한다면 태극기의 아래 위가 뒤바뀐 경우가 아니라 좌우가 뒤바뀐 경우라면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있다고 비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된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여기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규정상으로는 이러한 불합리한 점이 있다.

 

방송을 녹화한 국가인 터키나 태국의 경우 국기 게양법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방송을 제작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미리 체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터키와 태국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기의 가로 세로 비율이 3:2여서 문제가 없지만 이 비율이 다른 국가들이 있다. 그러한 국가들의 국기를 함께 게양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미리 생각해놓아야 부주의한 실수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