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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엔터테인먼트

'1박2일' 도를 넘는 제작진의 오만방자함

   
   
   
당일치기로 촬영한 종로편을 2주간의 분량으로 늘릴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엠씨몽을 통편집하고 짧게 끝냈던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찾아가기 편에 대한 보상심리에서인지, 아무리 오만방자한 내용으로 방송하더라도 시청률이 보장되어 왔던 데에서 나오는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제작진들의 오만방자한 태도는 꽤나 불편하다.

'1박2일' 제작진들의 이러한 오만방자함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에서부터였고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찾아가기 편은 그들의 오만방자함의 극치라고 불러도 이상할게 없는 방송이었다. 이 자들이 시청자를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가 이 방송들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당일치기 종로편은 그러한 오만방자함의 연장선에서 제작된 방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제작진의 이 오만방자한 태도로 인해 희생양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종민이라고 할 수 있다. 근자에 '1박2일' 제작진들의 태도를 보면 김종민 감싸기인지 김종민 죽이기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방송을 통해서는 김종민을 처절하게 망가뜨리고 언론을 통해서는 김종민이 계속해서 구설수에 오르도록 유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은 김종민 살리기 프로젝트처럼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김종민을 죽여버린 방송이었고 부석사 편은 거의 확인사살한 것과 마찬가지의 방송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제작진들이 내민 독배를 덥석 마셔버린 김종민 본인과 제작진들의 화려한 편집 기술에 눈이 가리워진 일부의 시청자들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이 왜 치명적인 김종민 죽이기냐 하면 이 방송을 통해서 명확해진 것은 딱 한 가지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김종민이 '1박2일'에 복귀한 후 지난 8개월 동안이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마치 묵언수행이라도 하듯이 버텨왔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미 방송 서두에서 이러한 사실을 완전히 단정 짓고 갔으면서 방송 말미에 김종민이 눈물을 짜내는 편집을 끼워넣었으니 결과적으로 김종민의 꼴만 우스워졌다고 할 수 있다.

8개월여 동안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적지도 않은 출연료를 꼬박꼬박 챙겨왔던 주제는 모르고 알아서 빠지라는 소리가 가슴에 남는다고 눈물을 짜낸다는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만약에 이게 고용 관계라면 무조건 해고를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일 것으로서 8개월 동안이나 놀고 먹는 자에게 급여를 지불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라면 바보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 주제에 감히 시청자들에게 말도 안되는 쉰소리들을 늘어놓았던 그 사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한심하게 보였을지 김종민 본인은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이 김종민에게 치명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방송 후부터는 누구라도 김종민에게 직접 대놓고 알아서 빠지라는 소리를 해도 하등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는데 있다. 길에서 만났던 시청자들이 많이 알아봐준다고 헤헤거리고 있던데 사람들이 그런 데에서 다른 연예인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 정도의 반응은 기본이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마음고생을 털어놓는 계기가 되었고 이해해주는 시청자들이 많아졌을거라고 착각해서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그 방송 후부터는 최대한 빠른 기간 안에 납득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비난의 강도는 훨씬 더 거세질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찾아가기 편은 아예 대놓고 김종민 죽이기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시종일관 강호동 이수근 그리고 이승기 은지원의 구도로 방송하면서 김종민은 거의 통편집에 가까울 정도로 배제되었다. 또한 이승기에게 김종민 한 번 살려주라며 의도적으로 김종민과 같은 편이 되게 한 다음에 '황제의 능력으로 종민 구제', '못난 형 보필하려는 승기', '부족한 형님 채우고도 남는' 등의 자막을 덧입힘으로써 그 후부터는 김종민이 어떤 말과 제스쳐를 해도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이 방송들은 제작진들의 오만방자함으로 인해 더 불편했고 그것이 오히려 김종민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게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이젠 '시청자들이 김종민에 대해 너무 보수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오히려 김종민에 대한 불만의 탓을 시청자들에게 돌리려 하고 있다. 이 자들이 도대체 시청자를 얼마나 우습게 알고 있었는지는 굳이 방송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저 한마디의 말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문제는 비판의 내용이 타당한가 아닌가이지 비판하는 의견이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가 아니다. 또한 보수적인 잣대는 무조건 틀렸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제작진들의 그 사고방식이야말로 썩어빠진 퇴폐적인 것이다. 비판하는 의견의 타당성은 도외시한 채 한국 사회에 고질병 중에 하나인 진보와 보수의 편가르기를 이용해서 시청자들의 탓으로 돌리겠다는 제작진들의 그 오만방자함이야말로 퇴행적인 '수구꼴통'의 전형적인 행태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김종민을 비판해 보자. 부석사 편에서 1박을 한 다음날 기상 미션이 진행중일 때였다. 멤버들 모두 피곤했을 것이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려웠을텐데도 불구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비몽사몽의 상태로 기상 미션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일 늦게 그것도 방에서 편안하게 취침하고 나온 김종민은 기상미션은 무시하고 용변을 보러 가버렸다. 그 때 멤버들도 모두 할 말을 잃었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태로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이나 김종민을 지켜봐야 했다.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든가 그럴 의욕이 없다면 프로그램에서 빠지는게 김종민 본인을 위해서나 프로그램을 위해서나 훨씬 더 낫다는 것인데 이런 의견들이 보수적인 잣대라는 것인가? 이러한 시청자들의 비판 의견들은 이미 제작진들도 방송을 통해서 모두 인정한 것들 아니던가? 어쨌든 이 비판들이 오만방자한 제작진들의 관점에서 보수적인 잣대라고 하더라도 이 비판 의견들이 틀렸나? 시청자들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한 것인데 어떤 내용이 어째서 보수적인 잣대라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하면서 그냥 보수적인 잣대라고만 하면 만사형통일 거라는 제작진들의 그 오만방자함은 언젠가 된서리 한 번 크게 맞을 것이다.

방송은 공기(公器)이지 제작진들의 사유물이 아니다. 제작진들이 그렇게도 아끼는 특정 멤버의 예능 감각을 끌어 올리는 것은 제작진들의 사비를 털어서 개인방송을 통해서 하는게 맞는 것이지 공영방송을 통해서 하겠다는 것은 오만한 아집이다. 제작진들의 방송 제작권은 존중되어야 하나 시청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시청자들의 탓으로 돌리면서까지 일방적인 방송 제작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제작진들의 그 오만방자함이 결국은 자신들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