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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김종민의 심각한 착각

   
   
   
무려 3주 간에 걸쳐 방송된 '1박 2일 -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은 제작진들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 지난 번 사상 최대의 인원이 참가해 제주도로 떠났던 시청자 특집 편을 3주 분량으로 줄여서 방송했던 것과 단순 비교해 봐도 제작진들이 이번 방송에 얼마나 절박하게 매달렸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제작진들은 이번 방송을 통해 방송의 무기인 연출과 편집을 총동원해 최대한 잘 포장해 내려고 했으나 제작진들이 의도했던 만큼의 낙관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방송이 나가는 도중에 한 멤버가 자승자박해서 헤어나오기 힘든 상황에 빠졌고 또 다른 한 멤버는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헛다리만 짚고 있어 보이기에 말이다.

나비를 찍을 수 없자 이름도 없는 고양이의 이름을 나비로 유도해 사진을 찍은 한 멤버는 그러한 말과 행동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거기에 자기 자신이 옭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 3주 간이나 방송했던 제작진들의 배려를 무색케 할 만큼 방송의 취지와 의미를 완전히 날려 버린 그 멤버를 제작진들이 계속 안고 간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고 결단을 내려야 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멤버, 강호동이 '사태'라고까지 언급할 정도로 제작진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김종민의 경우는 여전히 원인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제작진들의 몫이겠지만 이 방송 이후에도 김종민이 주변인으로 머무는 기간이 지속된다면 김종민 본인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위상도 흔들리게 될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휴일 황금 시간대에 무려 3주 간이나 할애한 '1박 2일 -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은 다 죽어가는 김종민의 생명을 일시적으로 연장시켜 주기는 했으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김종민에게 이 방송은 향후의 행보에 따라서는 마지막 독배가 될 수도 있는데 김종민은 이미 그 독배를 마셨다. 김종민이나 제작진이나 이 방송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신속하게 납득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하면서 여전히 지켜봐 달라고 한다면 엄청난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이 방송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김종민의 경우 그래도 뭔가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편집당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여타 멤버들이 8개월 째 묵언 수행 중이고 말이 없어서 불편할 지경이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라면 아예 프로그램의 멤버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라면 김종민이 계속 프로그램에 남아 있어야 할 당위성이 없는 것으로서 김종민 본인은 물론 프로그램 전체를 위해서도 전혀 득이 없다.



김종민의 착각이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한 결정적인 것은 '시청자들이 김C를 원하는 것 같아서 김C에 맞는 지식을 가지고 왔다'는 김종민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시청자들이 김C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김C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 주겠다는 게 김종민을 비롯한 제작진 전체의 생각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시청자들은 김종민이 김C의 아바타가 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제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김C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던 당시에는 김C를 비판하는 시청자들도 많았으나 김종민이 합류하면서 오히려 김C의 존재감이 커졌다. 그리고 김C가 갑작스레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를 김종민이 전혀 메워주지 못하고 겉돌기만 함으로써 김C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고 그것이 곧 김C에 대한 그리움으로 바뀐 것이다.

김종민이 프로그램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에 비난받는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시청자들이 김C를 원하고 있는 것 같으므로 김C 아바타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한마디로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까 시청자들이 김종민을 '1박 2일' 멤버가 아니라고 생각할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민은 '알아서 빠지라는 소리가 아직도 가슴에 남는데, 그렇다고 뒤로는 갈 수가 없을 것 같고, 무조건 전진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김종민이 '1박 2일'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고,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전진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수명을 재촉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당사자에게 직접 대놓고 알아서 빠지라 말하는 것은 가혹하지만 이번 방송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놓았다는 것을 빨리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번 방송에는 김종민의 문제점과 시청자들이 김종민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모두 나왔는데 역설적이게도 김종민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김종민은 무엇보다 '1박 2일' 하다 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다는 방송에 나온 한 시청자분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 분의 짧은 한마디에 김종민의 문제와 해법이 모두 들어 있다.

길에서 만난 '1박 2일' 열혈시청자분들이 먼저 파이팅을 외쳐준다고 감격할 게 아니라 김종민이 먼저 파이팅을 외치거나 '1박 2일'을 외치지 못했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수심 4센티 계곡물에서 '이런 데서 뭔가 웃겨줘야 되는거 아니냐'던 강찬희 감독의 조언처럼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웃음을 만들어 낼 준비를 하고 있어야 다른 멤버들이 즉석에서 설정하는 상황극에 적극적으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알아봐 주는 사람이 많다고 팬이 생겼다고 헤헤거리고 있을 게 아니라 이번 방송을 몇 번을 돌려서 보더라도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찾아내서 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제작진들 뿐만 아니라 멤버들까지 총동원되어서 '잘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며 김종민 살리기에 나선 이번 방송이 또 다시 제작되는 일이 없게 하려면 말이다.

이전에 방송된 '복불복 대 축제' 편에서 낙오되었던 은지원이 돌아 와 이수근이 주는 쌈을 뭔지도 모르고 받아먹고는 야외취침 복불복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은지원은 그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되돌려 놓았다. 은지원이 이승기와 몽 팀을 선택함으로써 신 OB 대 YB가 결성되었는데 이 때 이수근이 김종민에게 어차피 '김씨'라고 말하면서 신 OB 대 YB가 아니라 그 전에 김C가 참여하던 때의 OB 대 YB의 대결로 만들었다.

지금 김종민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어설프게 김C 아바타가 되겠다는 쉰소리를 늘어놓는 것보다 바로 저렇게 좀 더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내거나 김종민식의 웃음 포인트를 찾아내는 거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김종민은 일찍 일어나 횟집에서의 식사가 걸린 복불복 게임의 답을 찾아내고서도 소극적으로 임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이 때 강호동이 '너는 네 주장을 확실하게 안하냐'고 말했는데 이 말에도 김종민의 문제와 해법은 들어 있다.



이번 방송은 김종민이 이제부터는 잘 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기회를 준 방송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방송 이후부터는 더 이상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비수를 들이댄 것과 다르지 않은 방송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방송은 김종민이 알아서 빠질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이고, 이번 방송 이후에도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다면 그 때는 강제로 끌어 내려지는 불명예가 더해진다는 예고 방송인 셈이다. 각각의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에서 다른 멤버들과 제작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어울리고 거기에서 김종민식 웃음 포인트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방송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몽과 통화를 하면서 '우린 돌침대'라고 말함으로써 제작진으로 하여금 '세상에서 가장 넓고 튼튼한 돌침대'란 편집을 할 여지를 주었다는 것과 조명을 꺼달라고 하고선 그럴싸한 장면을 연출해냈다는 것이다. 같은 시각 산 속에 있던 강호동과 은지원이 전등을 끄고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낸 것과 연관지어 편집할 수 있었기에 돋보일 수 있었던 발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