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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 한국의 지도자상을 말하다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하모니' 방송은 끝났지만 그 감동의 여운은 아직도 남아 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에 참여했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본 후 나는 내 트위터에 그 당시에 느낀 감상을 기록했었다. 지난 트윗을 뒤져 보니 '합창이라는게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나게 만드는 마력이 있고 사람을 전율하게 만드는 거'라는 요지로 9월 6일에 트윗했었다. 9월 5일 방송에서 보았던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실력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기에 그동안 합창단원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곧바로 뒤이어 이런 트윗도 했었다. '박칼린씨를 보고 있으면 실력이 아니라 피부색 때문에 한국을 대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동경가요제 참석을 자진거부했던 인순이씨가 떠오른다. 그 때와 지금의 한국사회는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한국엔 알게 모르게 많은 불합리와 차별이 존재한다.' 박칼린씨가 한국에서 성공모델이 되고 인정받기까지는 꽤나 힘든 일들도 많았을 것이기에 박칼린이 만들어 낸 하모니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하모니' 중에서 박칼린은 다음과 같은 윤학원과의 대화를 소개했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따로 노는 건 다 잘하는데 화합을 할 줄 모른다. 그런데 합창은 서로 약속을 지켜야 되고, 같이 모여야 되고, 한명이 빠져도 합창이 안되고, 인성을 배우는 곳이라 대한민국에 남자의 자격팀처럼이라든지 아마추어 합창단이 더 많이 생기면 사람들이 더 좋아질 수 있을 거다." 윤학원의 말을 빌리기는 했지만 박칼린이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조련하는 과정 또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고 생각되기에 둘은 비슷한 철학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위에 적시한 윤학원의 말은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하모니'를 관통하고 있는 요약된 주제라 정의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이 방송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었는데 크게 보면 한국의 지도자像을, 잘게 보면 한국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도자라면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국민들이 알아서 화합해 주길 바라며 국민들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비젼을 제시해서 그것을 향해 국민들이 하나로 화합하도록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박칼린은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맡아 이경규를 비롯한 개성 강한 일곱 남자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멤버들이 합창이라는 걸 할 수 있게 만들어냈다. 합창단을 선발함에 있어서도 외압이나 지명도와 같은 외적인 부분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을 검증했다. 그리고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 것보다는 합창단에 융화되어 화합할 수 있는 인성과 안된다는 마음가짐보다는 하겠다는 의지를 중요시했다. 목표와 이상향을 제시하며 합창단원들을 신뢰하고 이끌었으며 합창단원들은 박칼린을 믿고 따랐다.

그렇게 되자 각각 다른 개성을 지닌 32명의 합창단원들끼리도 어느새 서로를 격려하고 신뢰하는 친구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갈 수 있고, 앞에 사람도 안 틀릴 거라고 믿을 수 있고, 뒤에 사람이 자기 역할을 해낼 거라고 믿을 수 있고, 옆에 사람한테 의지할 수도 있고, 합창단원들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믿고 갈 수가 있게 되었으며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합창단원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친구나 가족처럼 믿고 의지하게 되자 기적처럼 하모니가 완성되었다.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하모니'가 방송되는 동안에 지도층 인선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뤘다. 결국 후보자 중에 몇 명이 거짓말과 과거의 부적절한 행적으로 인해 낙마했는데 그들의 업무능력이나 지도자로서의 자질은 검증해보지도 못한 채였다. 이러다 보니 LA를 방문했던 이문열은 한 강연에서 '지도자의 덕목 가운데 도덕성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몇 해 전에 조선일보에 '공자를 죽인다고 나라가 살까?'라는 글을 기고했던 이문열이 맞는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문열은 자신의 언행이 결국 공자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로 귀결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하모니'를 보는 내내 한국의 지도자상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현실에 등장하는 한국의 지도층들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했었다. 한국에서 현재와 같이 이기심만 가득하고 봉사정신이나 공정성이 결여된 자들이 한국의 지도층으로 군림하는 상황을 끝내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며 억누르는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들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존경받을만한 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까? 이젠 국민들끼리 화합을 해서 자질이 부족한 지도층을 배척하는 한가지 방법만이 남았다고까지도 생각되는데 온갖 저열한 편가르기로 갈갈이 찢겨져 있기에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하모니'는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