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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뻔뻔한 편법 쓰지 말고 김종민을 빼라

   
   
   
"'1박 2일 - 추석특집 <한국의 美>' 잘 시청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잉?"

'1박 2일 - 추석특집 <한국의 美>' 편은 기 제작(旣製作)된 방송분량이었다는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제작진들의 도가 넘는 편법이 가미된 방송이었기에 시청하기가 참으로 볼썽사나웠다. 그렇게까지 해서 제작진들이 지키고자 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의 방송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 땐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방송을 전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구도는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 강호동과 이수근 그리고 이승기와 은지원, 시종일관 이 두 가지의 구도로만 방송을 끌어왔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나마도 은지원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중 내내 졸고 있고 시청하기가 참으로 얼척이 없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이 방송에 임하는 태도가 틀려먹지 않고서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제작한 방송을 내보내겠다는 뻔뻔한 생각을 했는지 시청자로서 정말 화가 난다.



전문가의 힌트를 듣고 정해진 시간 안에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곳을 찾아간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출연자들이나 제작진들의 방송에 임하는 안일한 태도가 방송 전체의 의미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이런 식의 방송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일 것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겠으나 문제를 바로 보지 못하고 이런 사술(邪術)로 비켜가려고 하다가는 종내는 자승자박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기 제작(旣製作)된 방송분량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특정 멤버의 분량을 목소리만 간간히 들릴 정도로 통편집했으니 봐 달라고 강변할 지는 몰라도 해당 멤버가 출연하는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은 결방되고 다른 프로그램 재방송으로 대체했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이번의 방송이 얼마나 볼썽사납게 받아들여졌는지는 불문가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 한 멤버에 대해서는 '1박 2일' 멤버에서 완전히 제외시켜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방송중단했다가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복귀할 기회를 열어두려는 생각이라면 그러한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방송에서 '사태'라고까지 언급했던 또 다른 한 멤버의 경우에도 이 기회에 하차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제작진보다도 방송분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도대체 방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욕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멤버들에게 민폐를 끼쳐가면서까지 방송에 붙잡아 두어야 할 하등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의도적으로 이승기에게 김종민을 같은 편으로 선택하게 만들고는 황제의 능력으로 종민을 구제했다느니 못난 형 보필하려는 승기라느니 하는 식으로 포장하면서까지 김종민을 붙잡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이승기의 방송분량을 상대적으로 늘릴 수 있다면 다행스럽지만 자칫하면 동반 추락하게 될 위험성 또한 크다. 엠씨몽과 같은 편이 된 죄 아닌 죄로 이수근의 방송분량까지 거의 날아가버렸듯이 말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이런 식의 임시변통이 도대체 얼마나 더 통할거라고 믿고 있는지 궁금하다.

제작진들은 이젠 문제점을 직시해야 할 때다. 방송중에서 이승기는 봉정사에 전화를 해서 찾아가는 곳이 맞는지 질문을 하게 되는데 이미 봉정사를 답으로 정해 놓은 상태이기에 모든 질문은 그 쪽으로 끼워 맞춰져서 나오게 된다. '1박 2일' 제작진들 역시 머릿속에 온통 김종민을 하차시키지 않는다는 생각밖에 없으니 시도되는 방송 역시 모두 그런 식으로 편집될 수 밖에 없고 계속해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어긋나기만 하는 것이다. 문제를 똑바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더 이상 개선의 여지조차도 안 보인다면 그것을 도려내야지 적당히 덮고 갈 경우 고름만 더 늘어날 것이다. '고름이 살 되랴'는 심정으로 도려낼 건 도려내고 가야 할 시점이다. 바로 지금이.

윷놀이에서 강호동 은지원 팀은 계속해서 도 아니면 백도로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마지막에 반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반전은 이승기 김종민 팀이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켜버리는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내는 예고에 불과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 "백 퍼센트 리얼이라는 것", "정말 거짓말 같은 상황 발생", "그런 확률이 나와요?" 그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방송 중에 나왔던 말들을 정리해 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저 상황이 정말로 리얼이었는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난다. 지금 도려내야 할 것을 도려내지 못하고 그냥 방치하는 경우에 말이다.



멤버들조차 말을 잃게 만들고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위의 상황, '1박 2일'을 시청하는 많은 수의 시청자들의 솔직한 심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시청자들은 무려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그런 심정으로 방송을 지켜봐 왔는데 앞으로 더 얼마를 기다려주기를 기대하기에, 시청자들이 얼마나 더 기다려줄 거라고 생각하기에 계속해서 안고 가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제작진들은 이수근 앞으로 보내진 시청자 할머니의 편지를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 편지를 단순히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 오만하게 아집을 부릴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시청자들의 질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1박 2일'에 쓴소리를 하는 시청자들은 '1박 2일'이 좀 더 장수하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이다. 시청자 할머니의 편지에 "늙은이 적선한다고 생각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구절을 보면서 편법으로 방송제작을 계속하고 있는 제작진들이 혹시 시청자들에게 적선한다는 것과 같은 식의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게 아니라면 시청자들의 계속되는 요구를 더 이상 묵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송출연자들이나 제작진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그들끼리의 신의를 지키는 것보다는 시청자들과의 신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어야 한다. 적정한 선을 넘어서는 내 사람 감싸기는 눈쌀을 찌푸리게만 할 뿐이다. 방송은 공기(公器)이지 제작진들의 사유물이 아니다. 제작진들의 방송 제작권은 존중되어야 하나 시청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방송 제작을 계속해 나간다면 엄청난 반발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제작진들이 편법으로 방송을 제작하는 오만함이 계속된다면 그 때는 특정 멤버에 대한 불만에서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PD치기'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유머가 아니라 섬뜩으로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