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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성균관스캔들' 개연성 떨어지고 캐릭터는 따로놀고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이 벌써 8강이나 지나갔음에도 여전히 어수선하고 산만하기만 한데 이젠 도대체 이 어색한 지루함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스토리 전개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5강, 6강을 통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가 싶었던 스토리는 또 다시 맥이 끊어짐으로써 더 어수선해져 버렸다. 스토리가 이렇게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왜 존재하는지 그 연결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제각각 따로 놀고 있다. 그러더니 7강과 8강에서는 개연성마저 확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전체적으로 드라마가 우스워져 버렸다.

7강에서 구용하는 위기에 빠진 걸오를 구해내는 신출귀몰한 실력을 발휘한다. 걸오의 용모파기와 습사법까지 전달받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서 성균관으로 들어섰던 병판과 그 수하들은 걸오가 홍벽서임을 알아내지 못한다. 이미 1차로 걸오를 수상하게 여기고 결박까지 했던 병판의 수하들은 대사례장에서 걸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지도 않았고, 마지막 장원을 가리는 대결에서는 사수로 나선 걸오가 과녁을 턱없이 빗나가게 활을 쏘게 됨으로써 병판의 눈에서 벗어난다는 우스꽝스러운 전개로 이어졌다.



이 정도의 어설픈 설정 정도는 그러려니하고 봐줄만도 한데 8강에서는 아예 대놓고 개연성을 떨어뜨려 버렸다. 향관청(享官廳)에서 김윤희가 목욕을 한다? 드라마의 발상부터가 발칙한 것이었으니 그랬을 수도 있다고 봐주자. 그런데 김윤희는 목욕통에 채울 만큼의 따뜻한 물을 어떻게 구할 수 있었다는건지, 목욕통에 담겨 있던 그 많은 물을 여자인 김윤희는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처리했다는건지 모르겠다. 따뜻한 물에서 올라왔던 수증기는 대체 어떻게 처리했고 목욕통의 물기까지 감쪽같이 제거한 채 날렵하게 몸을 숨기기까지 했다는건지 신통방통한 일이다. 김윤희의 신출귀몰한 솜씨 또한 구용하에 버금가는 신의 경지라 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주차구역에서 보였던 아이디어는 상큼했고 다소 억지스럽기는 했으나 성균관 대사례를 생중계한다는 발상은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그런데 수다박수는 이전의 아이디어들이 무색할 만큼이나 어색하고 억지스럽기만 했다. 부용화마저 도포에 갓을 씌워 이선준을 찾아가게 만든 작가의 발상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대감들이 모여 앉아 수담을 나누는 곳에 아직 혼례도 치르지 않은 처자가 그것도 행세 깨나 한다는 병판의 여식이 나타나고 그 여식을 이선준이 번쩍 들어 안고 간다는 발상이라니. "요즘 애들이 워낙 우리 때와 달라서 마냥 탓할 수도 없지 않겠냐"는 병판의 말로 설명이 될 거라고 보았던가.

잘금 4인방은 대체 언제쯤에나 제 자릴 찾아간다는건지 알 길이 없다. 벌써 잘금 4인방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러기엔 드라마의 내용이 전혀 생뚱스럽다. 잘금 4인방이란 아직은 그저 기생들의 눈에 보이기에 기생들의 오줌을 잘금거리게 만들 정도의 외모를 가진 4명이라는 정도 수준의 잘금 4인방일 뿐이지 그 이상의 의미부여는 완전히 시기상조다.



김윤희, 문재신, 이선준, 구용하, 이 넷을 잘금 4인방이라 칭하며 의미를 부여하기엔 이들 넷은 여전히 제각각 따로 따로 논다. 그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라고는 김윤희, 문재신, 이선준이 동방생이라는 것 그리고 문재신과 구용하가 십년지기 친구사이라는 것 밖에는 없다. 이 넷이 제 자릴 찾지 못한 채 어수선하기만 하니까 하인수를 포함하는 찔금 4인방 마저도 도대체 그들이 왜 등장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겉돌기만 하고 있다. 이들 넷에게 언제쯤 제대로 잘금 4인방이라 명명하며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을지 현재의 진행상태로 보면 앞으로도 8강 정도는 더 지나야 가능할 것도 같다.

이젠 금등지사 얘기는 어느 하늘 아래서 떠돌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금등지사 얘기에 집중하게 되면 드라마의 내용이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금등지사로 인해서 내용이 무거워지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부용화인데 그 서슬 퍼렇던 병판이 부용화의 아양에 넘어가면서 다시 가벼워졌던 장면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부용화는 드라마에 몰입을 방해할 뿐인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되버리고 말았다.

그 외에도 정조나 정약용 또는 성균관 대사성 등의 인물들의 캐릭터는 드라마가 지나치게 무거워지는 것을 막아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고 그들의 연기 또한 우수하다. 결과적으로 보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금등지사 얘기는 애초에 끼워넣지 않았던 것만 못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처럼 중간에 찔금 찔금 흘리는 것은 드라마를 어수선하고 산만하게 만들 뿐인 것 같다. 너무 안일하게 기획하지 않았나 생각되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성을 조금만 바꾸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성균관 유생들이 한 달에 두 번 집에 가는 날, 김윤희는 두둑한 용채를 받아 들고 이선준으로부터 동생에게 줄 약보따리까지 전해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성균관을 나섰다. 그런데도 집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저잣거리만 뱅뱅 돌다가 끝나 버렸다. 이 상황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현재 진행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