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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도망자' 조연으로 다시 모인 '추노'의 주연들

   
   
   
KBS 2TV 새 수목미니시리즈 '도망자 Plan.B'가 시작되고 2회 분량이 지났다. 일단 일본, 중국, 마카오,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각 도시에서 촬영했으니 볼거리가 화려한 것은 당연하고 배우들의 액션 역시도 그러하다. 연출은 세련되었고 국내 배우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유명배우들을 포함하는 초호화 캐스팅 등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인은 다 갖추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출연자는 여전한 팜므파탈적인 매력에 오랜동안 일본에서 활동한 연예인답게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윤손하다.

그러나 드라마 '도망자'는 아직까지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정도로 봐야 될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엔 코미디는 지나치게 경박하고 액션은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흔적이 역력해서 마치 어디선가 봤던 것처럼 특별히 주목할만한 장면은 없어 보인다. 드라마 도입부는 몇 달 전에 종영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보는 듯했을 정도로 낯익은 장면이었다. 출연자와 제작 스케일은 글로벌한데 제작진의 의도대로 획기적인 대작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를 점치기에는 아직은 이른 시점인 것 같다.

드라마 '도망자 Plan.B'는 지난 3월 종영된 드라마 '추노'의 곽정환PD와 천성일 작가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도망자'에는 드라마 '추노'의 주연배우들이 대거 조연이나 카메오로 참여하고 있다. '도망자' 2회까지를 시청하면서 발견한 한가지 쏠쏠한 재미는 드라마 '추노'에 나왔던 배우들이 드라마 '도망자'에서는 어떤 배역으로 변신해서 등장하는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도망노비가 된 조선최고의 무장(武將) 송태하를 연기했던 오지호는 지우(정지훈)의 친구 케빈 역으로 출연한다. 출연한다기보다는 지우와 함께 쓰러지는 미소의 정석 즉 살인미소 자랑하기만 하고는 호프집 화재 사건으로 죽어버렸고 그 후에는 사진으로만 출연하는 상태다. 광포한 암살자로서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황철웅을 연기했던 이종혁은 영사실에 근무하는 약간은 어리바리한 조동호로 잠깐 출연해서 지우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는 사라졌다.

무던히도 대길을 애태우던 민폐 언년을 연기했던 이다해는 지우가 작업 거는 여인네로 잠깐 출연했다가 역시 사라졌다. '도망자'에서도 이름은 '추노'에서와 마찬가지로 '혜원'이라 불렸던 것 같다.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지우가 지나가는 쭉쭉빵빵한 여자들을 쳐다보느라 넋을 잃자 '넌 참 용감하다. 어찌 그렇게 대놓고 보니?'라고 면박을 주지만 '결혼하면 눈 딱 감고 산다'는 지우의 말에 넘어 가 결혼하자며 내민 반지를 끼고 좋아라 한다. 그러나 지우가 돈 3억을 꿔 달라고 하자 "아 이거 용감한 새끼. 아 열받어. 아유 씨. 아우 똥 밟았네"라고 반지를 빼서 내팽개치고 퇴장해버렸다.



큰놈이 집안의 호위 무사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죽는다는 스포일러를 흘리고는 정말 죽어버렸던 백호를 연기했던 데니안은 외사과 수사반장 도수보다 먼저 팀장으로 승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실력으로는 도수가 팀장이 되어야 했으나 아버지의 빽으로 팀장이 되었고 빽도 실력이라 자위하나 팀원들로부터는 왕따 신세에 불과한 찌질한 팀장이다.

온갖 협잡과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권력욕의 화신 이경식을 연기했던 김응수도 출연한다는데 아직 출연하지는 않았다.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프로필을 보면 청와대 경제팀에 근무하고 있는 정직하고 성실한 관료이나 숨은 실력자 양두희의 아들로 더 유명한 양영준으로 나온다고 한다. 양두희 역은 송재호인데 김응수가 송재호의 아들이라니 썩 매칭이 되지는 않지만 김응수가 어떤 연기를 할지 기대된다.



양반 사냥하는 관동 포수 업복이를 연기했던 공형진은 지우의 의뢰인이었다 사업이 기울면서 지우의 정보원으로 격하되고 만 장사부로 출연한다. 사채업자에 쫓겨 목숨부지가 힘든 지금 장사부의 유일한 희망은 돈많은 과부 하나 잡아 재기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 뿐이다. 양반을 죽이고 상놈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노비당원이었던 끝봉이를 연기했던 조희봉은 동남아시아 최고의 탐정이자 지우의 라이벌인 제임스 봉으로 출연한다. 무지랭이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한국어까지 마스터한 인물로 격상됐다.

조선 최고의 왈패였던 천지호를 연기했던 성동일은 재일교포이자 일본 최고의 능구렁이 탐정으로서 지우와는 '국제공조에 의한 리테이닝 서비스' 파트너인 나까무라 황으로 출연한다. '추노'에서와 비슷한 이미지의 배역인 것으로 보인다. 대길패거리의 맏형이자 대길의 오른팔인 최장군을 연기했던 한정수는 지우에게 돈을 받고 정보를 넘기는 찌질한 경찰로 출연했다.



왕손이 김지석은 군에 갔으니 출연하지 않을 것 같은데 대길역의 장혁을 비롯한 '추노'의 출연진들이 언제 어느 장면에서 카메오로 출연하게 될 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드라마 '도망자'의 마지막에 만나게 될 것은 멜기덱일 것으로 보이는데 진이(이나영)의 가족을 살해하고 진이를 제거하려는 배후의 이름이나 사람의 이름인지, 조직의 이름인지, 혹은 프로젝트명인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의문의 존재가 바로 멜기덱이다.

드라마 '도망자'의 마지막에 만나게 될 멜기덱으로 만약 '추노'에서 월악산 짝귀로 출연했던 안길강씨가 나온다면 꽤 쇼킹하고 재밌을 것 같아서 한 번 정리해 보았다. 혹시 이 정도에서 장혁이 등장한다면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설마 여기서 장혁이 등장하는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