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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보석비빔밥, 루비의 사랑방정식 어떻게 풀까?


비취, 루비, 산호, 호박이라는 네가지 보석의 이름을 가진 4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 이 드라마가 조금씩 채널을 고정하게 만든다. 본방을 보았어도 주말에 빈둥거리면서 재방으로 또 보게 되는 드라마, 난 그냥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는 이런 드라마가 좋다.



드라마 보석비빔밥은 그 제목이 드라마의 내용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비빔밥은 여러가지의 재료들이 따로 놀면 맛이 없지만 서로 잘 어우러진다면 제맛이 난다. 어느 부모인들 제 자식이 보석같지 않겠는가마는 이 드라마에서는 아예 자식들 이름을 보석으로 만들어서 이것을 표현하고 있다. 네가지 보석의 이름을 가진 4남매, 아니 보석같은 4남매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조금씩 비빔밥의 맛을 더해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국산이 아닌 외국산 재료도 하나 섞였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면서 보석비빔밥은 조금 더 특별한 맛을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루비의 사랑법은 좀 특이하다. 루비는 이 집안의 야무진 둘째딸로 간호사가 직업이다. 루비의 인생목표는 지긋지긋한 가난 탈출이고 그래서 돈 많은 사람에겐 특히 친절하게 대한다. 다니는 병원의 의사를 꼬여서 결혼 직전까지 가는가했지만 그 의사의 홀어머니와 루비의 부모가 각각 불쾌한 조우를 하는 바람에 결국 결혼은 틀어지고 만다. 그 의사의 엄마는 루비가 부유층 자녀가 아니라는데서 오는 실망감과 루비 부모와의 각각 안좋은 기억들로 인해 루비를 인정하지 않게 되고 집으로 찾아 온 루비에게 험한 말로 모욕하고 경멸한다.


루비는 더 이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똑같은 화법으로 대꾸하고는 꽃을 사들고 의사를 찾아가서 이별을 통보한다. 루비의 속셈은 '그 의사의 몸은 놔주어도 마음은 끝까지 자기 곁에 붙잡아두려는 것'이고 그것이 그 의사의 엄마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한다. 그 의사는 술에 취한채 루비를 만나기 위해 밤늦게 루비의 집으로 찾아오기도 하며 루비의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여우같은 루비에게도 루비의 뜻대로 안되는 강적이 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스님이 되려고 한국에 왔지만 큰스님의 반대로 아직 행자생활을 하며 루비의 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카일이다. 세입자이면서 부엌을 제집 드나들듯하고 루비가 아침에 화장실 사용을 오래한다고 타박하고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하기 일쑤다.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이고 시어머니나 마찬가지다. 루비와 말다툼을 하다가 막히면 '그걸 영어로 뭐라고 하냐? 난 외국사람이라서 어려운 한국말 모른다'고 하면서 루비를 곤경에 빠뜨리는등 능글능글하게 할 말은 다하고 하는 짓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같다.


카일은 우연히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루비를 발견하고 옆에 앉아 어깨를 빌려주는데 루비의 전화기를 발견하고 재미삼아 사진으로 찍어 둔다. 집에 돌아와서 루비와 다시 언쟁을 하던 중에 카일은 이 얘기를 하고 루비는 그런 적이 없다고 펄쩍 뛴다. 그래서 둘은 내기를 한다. 루비는 이 기회에 카일을 쫓아내려는 것이고 카일은 아침밥을 편하게 먹어보려는 목적이다. 카일이 증거까지 있다고 의외로 완강하게 나오자 루비는 당황하지만 자기가 졸다가 깼을때 옆에 있던 사람을 떠올리며 카일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다고 자신하면서 기어이 내기를 하게 된다.

비취, 산호, 호박을 증인으로 앉혀두고 루비와 내기를 하기 전에 카일은 또다른 조건을 내걸게 된다. 카일이 이기면 자기는 4남매에게 반말을 하고 4남매는 카일에게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이렇게까지 세게 나오면 한 번 더 숙고해야 했지만 이 4명의 헛똑똑이 보석들은 결국 이 내기조건을 받아들이게 되고 결과는 명백한 증거를 들이댄 카일의 완승으로 끝난다. 루비 때문에 4남매는 팔자에도 없는 형 오빠가 생겨버렸다.

루비는 카일과 사사건건 부딪히며 티격태격 싸우지만 카일의 말대로 '미운 정도 정'이라고 조금씩 정들어가고 있다. 루비는 병원에 입원한 까탈스런 환자인 사장이 싫지만 그녀가 돈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갖은 친절과 아양으로 까탈스럽기만한 사장을 단숨에 사로잡아 그녀의 눈에 들게 된다. 사장조차도 '쟤가 원래 저렇게 친절했었나?'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루비의 수완은 뛰어나다. 하지만 유독 카일과 마주치기만 하면 루비는 곤경에 몰리고 변비 때문에, 지하철에서 졸다 찍힌 사진 때문에, 매번 카일에게 약점만 잡히고 카일앞에서 유독가스를 배출하기도 하는등 볼꼴 못볼꼴을 다 보여주고 만다.


그런데 루비는 아직 자신에게 엄청난 위력을 지닌 '쓰나미'가 들이닥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카일의 엄마가 카일을 찾아 설득해서 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한국에 왔고 카일은 미국 재력가의 외동아들이지만 스님이 되기 위해 부를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한 '부잣집 남자를 만나 시집가는 것이 목표'인 루비의 이상형이라는 것을 여전히 모르고 있다. 카일은 한국인 엄마 밑에서 자랐지만 한국인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은 아니고 카일의 아버지가 한국인 엄마와 재혼하면서 한국인 엄마의 손에 의해 한국인처럼 자란 미국인이다. 이 '쓰나미'는 시나브로 루비에게로 다가가고 있다.

사랑보다 돈에 가치를 두고 사람을 대하는 루비, 루비가 만약 카일이 사실은 미국 재력가의 외동아들 소위 '엄친아'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변신해서 카일을 구워 삶으려고 할까? 그 때는 이미 루비와 카일 모두가 서로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 상황일까?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장면이다. 이미 약점은 잡힐대로 잡혀버렸고 루비네집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카일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사사건건 아옹다옹 다투면서 서서히 미운정은 쌓여가고 있는데......


루비의 티격태격 사랑방정식, 임성한은 어떻게 풀어 놓을까? 이 포스터에 답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