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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맨땅에 헤딩'보다 '윤은혜 발차기'가 낫다


수목드라마 정말 볼만한게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드라마, 정말로 태양을 삼켜버렸는지 캄캄하기만한 드라마, 아가씨에게 기대를 걸고 부탁해봤더니 '아가씨가 지루해'로 둔갑해버린 드라마.

'맨땅에 헤딩'. 이 드라마 초반에 20여분 정도 봤다. '아가씨를 부탁해'가 별로인듯해서 시청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바로 채널을 돌렸다. 임신한듯한 고아라가 다른 여인과 같이 식사하는 아버지를 비난하다가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이윤지와 정윤호가 앞에서 얘기하는 그 장면에서 채널을 돌렸다. 그 다음의 얘기전개가 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살짝 간만 본 드라마를 언급하는 이유는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정윤호란 연기자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윤은혜에 대한 그것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타이틀 롤을 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기력일뿐만 아니라 윤은혜보다 더 낫다고도 할 수 없음에도 윤은혜에 비하면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들이었다. 내가 모르는 암묵적인 카르텔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윤은혜 발차기'가 백번 낫다.

윤은혜, 발음교정이 관건

윤은혜로서는 이제 그 목표가 확연해졌다. 발음을 교정하는 것이다. 그것만 해결된다면 터무니없는 비난들은 잠재울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억지스런 비난이라도 그것이 정당화될 것이다. 연기자가 대사전달력이 떨어진다는 그 자체로도 이미 연기자로서는 실격임을 알아야 한다. 언제적 핑클인데 아직도 그 때의 티를 못벗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연기자로서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2% 부족해보이는 문채원

사실 나는 문채원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 '아가씨를 부탁해'를 시청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에 끝난 '찬란한 유산'에서 문채원이 보여준 연기가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드라마에서 문채원은 연기를 기대 이상으로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욕을 많이 먹었다. 시청자들은 문채원에게 '악녀본색'을 요구하면서 비난했지만 문채원이 맡은 역할은 본색이 악녀가 아니었다. 당시 문채원이 많은 욕을 먹었다는 것은 문채원의 연기력이 그만큼 우수했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문채원은 '아부해'에서 여의주를 연기하고 있다. 극중 여의주는 드라마 초반에 내가 예상한대의 배역인 것 같고 문채원은 여의주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내고 있다. '아부해' 최고의 연기자는 문채원이다. 물론 윤상현은 그러한 배역에 대해 이미 검증이 된 연기자니까 우수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문채원은 다양하고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에 문채원을 더 높게 평가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문채원을 보면 뭔가(2%) 부족하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다. 윤은혜나 정윤호를 타이틀 롤로 내세워 도박을 해보는 것보다 차라리 문채원을 타이틀 롤로 내세워 도박을 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데 그렇다면 좀 더 명확해질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문채원의 차기작은 주연배우였으면하는 기대감이 그 2%인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지루해지는 '아부해'

용을 그리겠노라 점 하나를 찍어 놓더니 뱀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서서히 개미 한마리가 되어 가고 있다. 제작진들의 이전작들을 보고 '아부해'에 혹시나 기대를 걸어봤던 내가 머쓱해진다. 어제의 대본은 도대체 누가 쓴 것인지를 의심하게 하는데 그럴바엔 차라리 조기종영을 선택하는게 낫다. 타방송사의 드라마들이 모두 고만고만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