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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밑천드러낸 선덕여왕, 연기자들이 살린다

선덕여왕은 이미 그 밑천을 다 드러냈고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것 이외엔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여전히 경배하고 경탄하는 백성들은 넘쳐난다는 것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 선덕여왕식 해석을 해보자면 드라마 선덕여왕이 가진 패는 모두 허패다. 하지만 허패라도 통하기만 한다면 진패가 되는 것이니 진패든 허패든 드러나기 전까지는 모두 훌륭한 패로 남는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적절한 허세를 부리며 bluff를 치던 패턴에다가 드디어 double bluff를 가미해서 병용하기 시작했다. 적절한 bluff와 double bluff 그리고 여기에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 드라마 선덕여왕의 허패는 언제까지 드러나지 않은 진패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흥미진진한 경우는 진패인지 허패인지를 가늠하는데 있는 것이지 bluff의 허장성세를 보는데 있지는 않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기비결의 7할 이상은 연기자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그 나머지는 미실이라는 독특한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과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라는 희귀한 소재가 주는 호기심이 차지한다. 연기자들중에서도 비담을 연기하는 김남길의 연기는 발군이라 할만하다. bluff와 double bluff를 감쪽같이 소화해내는 그의 활약이 연일 돋보인다. 그리고 "소인의 명운은 신국의 임금이신 폐하보다 3일 먼저 죽을 운명입니다."라는 작가들의 활약이 모처럼만에 곁들여졌던 한주였던 것 같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번주의 백미는 비담이 화주를 이용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종이에 불을 붙이는 장면에 내줘야 할 것이다. 화주와 태양의 각도도 맞지 않고 화주와 종이 사이의 거리가 멀어 촛점이 맞을리 만무한데도 불구하고 신통방통하게 불은 아주 잘 붙었고 백성들은 경배한다. 그래도 지난번 불상이 올라올때보다 조악함은 줄어들었으니 어느 정도는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글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막에 '매'로 나왔는지 '태'로 나왔는지 정확하지 않은데 어리석다는 뜻의 매 또는 태로 읽히는 글자다. 그런데 그 외에 保의 고자(古字)로서 '보'로도 읽힌다. 하고많은 글자 중에 왜 저 글자를 선택했을까 싶지만 그냥 단순하게 제일 쓰기 쉬운 글자를 골랐던 모양이다.

저 '매'는 어느쪽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꺼내들었던 패였을까? 이번주 방송을 위해서 '속이는건 바로 이런거야, 바보들아.' 대충 이런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 미리 꺼내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선덕여왕 제작진들은 '아내의 유혹'을 훨씬 능가하는 드라마를 제작할 역량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난 그래서 그들의 차기드라마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그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한 것이다.

각설하고, 드라마 선덕여왕은 천명의 죽음 이후에 완전히 다른 얘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 의미는 천명의 죽음 이전과 그 이후의 얘기가 단절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연기자들의 활약에 별점을 매겨보았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비명에 간 천명 박예진의 퇴장을 아쉬워하고 아울러 그녀의 깜짝 생환을 고대해본다.

 
덕만 이요원 ★ ★ ★ ☆

이요원, 이 여인이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었던가? 요즘 여인들은 출산을 하면 더 아름다워지고 날씬해지는 남모르는 비결이라도 있는 모양인지 이 여인이 아이의 엄마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나는 이요원의 남장을 가능하면 빨리 벗겨내야 한다는 글을 썼었는데 덕만이 전장터에서 활을 쏴 유신을 구하는 장면이 방송되었을 때 이요원에게서 여성인 덕만공주로서의 풍모와 카리스마가 보였고 그녀에게 덧씌워진 남장이 그녀를 옭죄는 족쇄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여성으로 탈바꿈을 했고 드디어 공주의 위치로 돌아갈테니 이요원의 멋진 연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title role을 맡은 이요원은 긴 호흡으로 연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 1일 방송분에서도 앞부분의 연기와 뒷부분의 연기가 조절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때가 있다.

 
천명 박예진 ★ ★ ★ ★

박예진이 패떴에서 하차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녀에겐 심심찮게 연기력 논란이 따라붙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패떴에서의 하차가 결과적으로 박예진이란 개인에게 최선이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시점인 것 같다.

어쨌든 하차를 예고한 시점부터의 연기는 대단히 우수했다. 불의의 사고로 비명에 간 천명을 애도하고 조심스럽게 박예진을 응원해본다.

박예진은 연기에 힘을 좀 뺄 필요가 있겠다. 힘을 빼야 힘을 조절할 수 있고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는데 박예진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도 태연하게 아귀를 해체해버리던 그 자연스러움을 연기로 녹여낼 수 있다면 최고일 것이다.

 
미실 고현정 ★ ★ ☆

대다수의 사람들과 달리 난 고현정의 연기에 점수를 줄 수 없다. 드라마 초반에는 고현정의 연기력이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녀가 무슨 연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얼굴을 이리저리 찡그리는 것을 표정연기라고 생각하고 고현정 스스로가 찾아낸 미실의 캐릭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지어보는 무의미한 표정일 뿐이고 미실의 캐릭터와 어울린다고도 보기는 힘들다.

고현정은 김미숙이 말했던 '왕년의 스타'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겠다. 고현정은 이미 오래전에 왕년의 스타였음에도 아직도 자신이 여전히 잘나가는 스타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한다. 고현정이 현재의 위치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연기도 한결 자연스러워질 것으로 본다.

 
유신 엄태웅 ★ ★ ★

박예진이 하차한 지금 가장 연기를 못하는 사람이 바로 엄태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외모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쪽의 말들이 많았지만 개선된 연기를 보여주지 않고 현재의 상태로 답보한다면 비난을 감수해야 될 것이다.

엄태웅은 아직 유신이란 캐릭터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속 김유신은 완전히 머릿속에서 내보내고 빨리 드라마속 유신의 캐릭터를 찾아내서 조절할 필요가 있다.

 
비담 김남길 ★ ★ ★ ★ ☆

김남길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미실과의 첫 대면에서 보여준 비담의 연기는 섬세했고 그가 드라마에 합류하기 전에 비담이란 캐릭터를 얼마나 많이 연구하고 고민했는지에 대한 방증이라 할 만하다. 아마도 비담이 미실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때가 김남길의 연기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종여일해서 유종지미를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그 외 연기자들 ★ ★ ★ ☆

모든 연기자들이 맡은 역할을 백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별 네 개를 주고 싶은 연기자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매겨본 별점이다.

 
마야 윤유선

별점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별점을 매길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내가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는 이유중의 절반은 윤유선을 보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윤유선의 팬이다. :D











첨(添) : 8월 28일 00:42

기본적으로 연기자들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인 것은 사실이고 그 기준은 제 자신의 관점에 따른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을 누구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이 드라마의 대본 자체가 상당히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창작은 비윤리적일수밖에는 없는 것이고 그에 따라 연기자들이 맡은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것이겠지만 아직까지는 연기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대본의 문제가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요원에 대한 평가는 마침내 족쇄가 풀린 그녀의 향후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과 더 잘해주기를 바라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의미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예진에 대한 평가는 조기에 하차한 그녀에 대한 아쉬움과 하차에 즈음한 시점에서 그녀가 보여준 투혼에 대한 안타까움의 의미로 후하게 평가되었습니다.

엄태웅에 대한 평가는 사실은 좀 무리한 측면이 있는데 이 드라마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엄태웅의 연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속히 유신이란 배역에 대한 감을 찾기를 바라는 격려의 의미를 반영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고현정의 연기는 아무리 좋게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별 두개 이상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태로 드라마가 종영되고 고현정이 연기와 관련된 상을 획득한다면 그것은 고현정의 연기력이 우수하다기보다는 일종의 야합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고현정의 연기는 언론과 방송에서 띄워주고 있을뿐이지 실제 연기력으로만 본다면 드라마 선덕여왕 출연진들중에서 최하입니다. 고현정은 미실을 연기하는게 아니라 혼자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narcissism에 빠져 허우적대는 어떤 여인의 모습일 뿐입니다.